[미래에서 온 편지 36호] 정세 : 팬데믹 바이러스의 ‘기원’이 보여주고 있는 것들
■ 미래에서 온 편지 36호(2021.08.)
□ 정세 : 팬데믹 바이러스의 ‘기원’이 보여주고 있는 것들
김석정 편집위원/정책위원회 의장
2020년 시작과 함께 번지기 시작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많은 익숙한 것들과 좀처럼 바뀔 것 같지 않았던 것들을 바꾸어 놓았고, 잘 보이지 않았던 것들을 보이도록 만들기도 했다. 또한, 리오데자네이로에서의 나비의 날갯짓이 만든 미국의 허리케인과도 같은 의외의 변화를 일으키기도 했다. 아직도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사라졌다고 할 수는 없지만, 분명 지난 일년 반 정도의 시간 동안 바이러스 자체에 대한 지식은 늘어났으며, 완전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예방백신과 치료제들이 만들어졌다. 또한, 어떤 방역체계가 잘 작동하는지 아닌 지를 판별할 수 있는 경험들도 쌓이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이 바이러스의 창궐이 우리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하는 점에 대한 단초들도 보이기 시작한다. 몇 회에 걸쳐 이러한 단초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코로나 19 바이러스 팬데믹의 기원이 과도한 개발에 따른 기후위기라고 한다. 과연 이런 접근은 올바른 것일까? 코로나 19 바이러스와 기후위기의 기원은 무엇일까? |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처음 퍼져나가기 시작하던 무렵부터 떠돌던 이 바이러스의 기원에 대한 하나의 해석이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팬데믹이 ‘기후변화와 깊이 연결된 현상’으로, 그 원인은 단순하게는 동물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옮아온 것이나, 이보다 ‘좀 더 근본 원인이 있다’면서 그 범인으로 기후 변화를 지목하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산림 벌채, 광산 개발, 댐 건설, 도로 개통, 신도시 건립, 축사 조성 등으로 야생 동물의 서식지가 파괴됐고 이런 파괴가 생물 다양성을 줄여 코로나19 같은 병원체가 퍼지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런 근본적인 성찰과 결국 기후 위기를 극복하는 노력에 매진해야 한다는 결론에는 격하게 공감하고 싶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무언가 불편한 점을 감출 수가 없다. 즉, ‘근본 원인’의 문제에 대해서는 동감하지만, ‘근본 원인’과 ‘단순 원인’을 이어주는 고리가 없다는 것이다. 나는 이것이 ‘어쨌든 문제는 기후 위기’ 식의 접근이 가진 문제라고 생각한다.
우선, 많은 과학적 발견들은 기후 위기의 시작점을 산업혁명이 본격화하는 1800년대 초로 보고 있다. 즉, 자본주의의 본격화와 함께 지금 겪고 있는 기후 위기가 시작되었다는 말이다. 하지만, 14세기 유럽에서 발생했던 팬데믹인 흑사병에 의해 당시 인구의 절반 가량이 사망했다고 추정하는 것처럼 위에 지적한 ‘근본 원인’인 기후 위기 또는 이를 초래하는 현상들이 나타났던 시기 이전에도 팬데믹은 존재했다(참고로, 몽골 초원에서 발생한 흑사병이 몽골의 서진으로 인하여 유럽으로 전파 되었다는 기존의 통설은 최근 유럽에서 발생한 흑사병이 동쪽으로 전파되었다는 유전자 분석 결과에 의해 대체되고 있다. 전편에서 밝힌 바와 같이 통념에 의한 ‘기원’에 대한 환상이 깨지고 있는 것이다.) 즉, 생물 다양성의 감소가 팬데믹의 근본 원인이라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바이러스의 역사는 인간의 역사를 훌쩍 뛰어 넘으며, 인간만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도 아니고, 다른 동물, 심지어 식물까지도 감염시키는 바이러스가 존재하는 것을 보면, 이번 팬데믹을 기후 위기 또는 그에 따른 생물 다양성의 감소에 두는 것은 오류라고 볼 수 있다. 팬데믹은 ‘단순 원인’이 다른 여러 요인들과 결합하여 발생하는 것이다. 인간 중심 – 기후 위기 중심의 관점에서만 이번 팬데믹을 바라볼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코로나 19 팬데믹의 ‘근본 원인’은 아니지만 기후 위기는 그에 못지 않은 재앙을 가져올 수 있기에 우리는 모두 이에 주목해야 한다.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흑사병, ‘스페인 독감,’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기원’과는 달리 기후 위기의 ‘단순 원인’은 비교적 정확히 밝혀져 있다. 바로, 1800년대에 산업혁명이라는 형태로 시작된 인간의 활동이다. 이윤을 위한 생산에 기초한 자본주의는 제국주의적인 지리적 확장을 거듭해 20세기 후반 지구적 자본주의 체제를 구축하였다. 그 체제의 수립, 유지 및 존속을 위하여 수반된 인간의 활동은 인간이 그 일부이기도 한 자연과의 물질 대사를 파괴하고 있다. 이렇게 파괴된 물질의 순환은 자연을 많은 생물종이 살기에 부적합한 정도로까지 몰고 가고 있음을 우리는 지금 목도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많은 양심적 자유주의자들의 처방대로 일회용품을 쓰지 않고(에코백, 텀블러 등등), 에너지 소비를 줄이며(대중교통 이용, 적정 실내 온도 유지 등등) 숲을 가꾸고, 육식 섭취를 줄이면 될까? 이런 처방이 나름대로의 유효성이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 특히, 일상생활에서 생태 발자국을 줄이려는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이며 정신을 각성한 상태로 유지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실천이 기후 위기의 ‘근본 원인’인 자본주의 체제의 전환이라는 깨달음에서 나와 한 개인의 실천을 넘어서는 사회적 실천에 이르지 못한다면 다만 정신 승리에 머물고 말 것이다. 왜냐하면, 한 개인의 실천과 무관하게 자본주의 체제는 그 체제가 무너지는 순간까지도 우리와 우리를 둘러싼 자연을 파괴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자본주의 체제의 전환에 나설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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