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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서 온 편지 35호] 사진 : 서울의 경계를 걷다
[미래에서 온 편지 35호] 사진 : 서울의 경계를 걷다
[미래에서 온 편지 35호] 사진 : 서울의 경계를 걷다 (1)
미래에서 온 편지 | 2021.07.31 | 추천 2 | 조회 11717
■ 미래에서 온 편지 35호(2021.07.) □ 사진 : 서울의 경계를 걷다 글 : 현린 사진 : 강남욱, 김수경, 안보영, 유용현, 적야, 정운교, 현린 2020년 5월 24일 오후, 서울의 북쪽 경계인 도봉산 아래에 노동당 문화예술위원회 비트예술프로그램 '경계사진' 참가자 10여 명이 모였다. 당 조직에서 준비한 프로그램이었지만 참가자의 3분의 1은 문화예술위원회 회원은물론 당원도 아닌 시민이었다. 경계사진은 이후 2주마다 서울둘레길 157km를 중심으로 서울 경계의 숲과 마을을 함께 걸으며 사진으로 기록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수락산, 불암산, 망우산, 아차산, 고덕산, 일자산, 대모산, 구릉산, 우면산, 관악산, 안양천, 봉산, 앵봉산, 북한산을 거쳐 마침내 2021년 6월 20일 출발지이자 종착지인 도봉산에 이른다.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어진 그 길과 사람의 기록을 공유한다.    여름철 폭우나 코로나 확산 때문에 몇 차례 쉬기도 했지만, 꾸준히 길을 이어갔다. 완주에는 총 23회의 출사에 13개월이 걸렸다. 서울둘레길은 산악마라톤 또는 트레일러닝 선수가 달린다면 하루 만에 완주할 수 있는 구간이다. 하지만 경계사진은 서울둘레길 만이 아니라 둘레길 주변의 문화와 역사까지 둘러 보며 걸었고, 이 때문에 실제로는 더 많은 거리를 걸었다. 이를테면 수락산이나 불암산 구간에서는 산기슭 마을의 골목길도 함께 걸었고, 망우산이나 도봉산 구간에서는 오기만, 함세덕, 최서해, 이재유 그리고 전태일 열사의 흔적을 찾았다.  5월 말에 출발한 경계사진의 길은 얼마가지 않아 여름을 맞이했다. 7월, 예정대로라면 광나루에서 한강을 건너야 했지만, 폭염을 피하기 위해 북한산의 숲길부터 걷기로 경로를 변경했다. 가을까지 북한산에서 보내고, 초겨울 다시 광나루에서 한강을 건넜다. 혹한이 거셌던 2021년 1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요구하며 국회 앞에서 단식투쟁을 이어가던 무렵에는 여의도 샛강을 따라 한국 정치의 경계, 국회의사당 주변을 걷기도 했다. 사실 경계사진의 목표는 지리적 경계를 넘어 정치적 경계를 확인하고 그 경계를 넘어서는 것이었으니, 국회 담장이야말로 노동자 민중이 넘어야 할 가장 멀고 높은 경계였다.   관악산에서 진달래꽃과 함께 봄을 맞이한 후 안양천과 한강을 건너고 여름에 다시 북한산에 들어섰다. 그리고 6월 20일 마침내 도봉산을 지나 출발지였던 서울창포원에 도착했다. 서울 경계의 숲과 마을을 걸으며 사계절을 다 보낸 셈이다. 지역 주민들의 휴식을 위해서건 관광수익을 위해서건 지자체마다 둘레길 조성 붐이 일고 있지만, 경계사진이 걸었던 공간과 시간은 달랐다. 23차 마지막 출사 역시 서울둘레길이라는 경계를 벗어나, 이재유 선생이 체포된 곳으로 추정되는 쌍문동 야산과 전태일 열사 생가터를 방문했다. 자연의 사계를 느낄 수 있었지만, 지워진 시간과 감춰진 공간을 조금이나마 되찾을 수도 있었던 길이다.  하는 일도, 사는 지역도, 소속된 조직도 다른 32명이 각자의 시간과 속도에 따라 발걸음을 더했고, 그 만큼 길은 풍성해졌다. 되돌아 보면, 미처 둘러보지 못하고 건너 뛴 시간과 공간도 많았다. 앞으로 계속 채우고 이어가야 할 부분이다. 경계사진은 이재유 선생의 탄생일 다음 날인 8월 29일(일) 시즌2로 길을 이어간다. 이번에는 한양도성을 따라 북악산과 낙산, 남산과 인왕산을 지나는 길로, 시즌1에 비해 자연보다는 역사와 문화에 중점을 둔다. 이른바 '경성의 재발견'이다. 경계사진은 예술과 교육, 여행과 정치를 아우르는 프로그램이다. 시즌2에도 많은 분들의 동행을 기다린다.        

Date 2021.07.31  | 

By 미래에서 온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