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젠더갈등이 아닌 성차별이다

작성자
노동당
작성일
2023-12-13 17:04
조회
1175


문제는 젠더갈등이 아닌 성차별이다

- 류호정의원의 여성징병제 제안에 부쳐


지난 11일 류호정 의원이 여성징병제와 남성 육아휴직 전면화를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류호정 의원은 병역에서 가사까지의 성평등을 전면적으로 실현해야, 전통적인 성역할이 타파된다는 취지라고 스스로 설명했다.

이에 노동당은 매우 심각한 발언이라 생각하며 분명한 반대의 입장을 밝힌다.

첫째, 군사력과 군비는 더욱 감축되어야 한다. 현재 전쟁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학살을 통해서 볼 수 있듯이, 대량살상무기를 통해 진행되는 학살이며, 그 자체가 범죄적 행위이다. 이 시점에서 성평등 실현을 구호로 군사력 강화를 운운하는 이가 진보정당 의원이라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둘째, 군대는 성평등하지 않은 공간이다. 아니, 군대는 남성과 여성을 가리지 않고 수직적 관계에 입각해 성적‧물리적 폭력이 자행되는 폭력집단이다. 이에 남성과 여성이 모두 희생되고 있다. 특히 여성의 경우 이예람 중사 사건을 통해 알 수 있듯이, 그 폭력이 집중되어 있다. 성평등을 실현하겠다면 이러한 발상을 할 수가 없을 것이다.

셋째, 여성은 군대를 가고, 남성에겐 육아의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것은 군대와 가족에서의 일정한 공정을 수립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평등과 전혀 관련이 없다. 오히려 일부 커뮤니티에서 제기되는 성평등에 대한 반발을 교묘히 꾸며낸 것에 불과하다. 평등은 사회적 차별을 철폐하는 것이며, 여전히 여성을 가족과 인구재생산 정책에 묶어두고 있는 국가와 사회제도를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것이 성평등 사회를 향한 과제이다. 즉, 시야를 군대와 가족에서 넓혀 사회로 확장하라. 성평등 사회와 전혀 무관한 의제를 두고서 전통적인 성역할 타파 운운하는 것은 정치적 오류이다.

넷째, 반공주의 한국사회는 군대를 통해 남성을 규율적으로 통제해왔고, 가족 내 여성의 무상돌봄을 통해 여성으로 하여금 자본에겐 이윤을, 국가에겐 인구를 창출해왔다. 그러나 군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확산과 현재의 낮은 출생률을 통해 알 수 있듯이, 군대와 가족은 삶의 족쇄에 불과하다. 군대와 가족으로 시민을 조직하고 통제해왔던 국가를 새롭게 설계하는 제안은 왜 불가능한가? 누가 이 족쇄를 공정히 부담할지를 제안하는 진보정당 의원이 아닌, 시민의 존엄을 해치는 군대와 가족으로부터 시민들을 해방하고자 하는 새로운 전망과 사회적 대안을 내놓는 것이 진보정당의 의무일 터이다.

여성징병제 제안은 여성을 향한 모독이자, 진보와 평등의 원칙을 저버린 자기 파산 선언이다. 노동당은 류호정 의원을 강력히 규탄하는 바이다.


2023. 12. 13.

노동당 대변인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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