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이들에게 갈수록 잔인해지는 이 체제를 바꾸자
가난한 이들에게 갈수록 잔인해지는 이 체제를 바꾸자
- 의료급여 정률제 개악안은 즉각 폐기되어야
윤석열 정부가 의료급여 개악을 추진하고 있다. 기초생활보장수급자 등 저소득 빈민층에게 의료 혜택을 제공하는 의료급여는 그간 정액제로 운영되어 왔다. 병의원에서 외래진료를 받을 때마다 천원 내지 이천원을 정액으로 부담하는 방식이다. 정부의 개편안은 이를 정률제로 바꾸어, 총비용의 4~8%를 의료급여 수급자 본인이 부담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의료급여 수급자 즉 빈민의 의료비 부담을 대폭 늘리게 될 명백한 개악이다. 특히 저소득층일수록 만성질환이나 중증질환 등 총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진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은데, 정률제에서는 그럴수록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금액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결국 가난한 사람일수록 비용 문제로 병원에 가기를 꺼리게 되거니와 아예 치료를 포기하게 될 수도 있다.
정부는 매월 5만원(1종) 또는 매년 80만원(2종) 이상의 본인부담금이 발생할 경우, 이를 사후에 돌려주는 본인부담상한제가 있으므로 실제로는 부담이 크게 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사후정산이므로 일단은 수급자 본인이 선지출해야 한다. 치료가 반드시 필요한 중증질환일수록 선지출해야 하는 비용도 대폭 늘어나므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 빈민층은 당장 낼 돈이 없어서라도 병의원 이용을 꺼릴 수밖에 없고, 그러다 질환이 악화되면 국가가 부담해야 할 전체 의료비는 오히려 더 늘어날 가능성도 크다. 즉 장기적으로 보면 오히려 국가재정에 더 부담을 줄 수도 있는 방안인데도 이를 굳이 시행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경증질환이면서도 과도하게 의료를 이용하는 일부 사례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해당되는 질환에 한해, 행위량 제한이나 포괄수가제 등 의료기관을 관리할 방안을 마련하면 되는 것이다. 그게 아니라 모든 질환에 대해 일괄적으로 정률제를 적용해버리면, 앞서 말했듯이 중증질환일수록 오히려 본인 부담이 늘어나고 실제로 문제가 되는 경증질환의 과도한 의료이용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큰 효과가 없다. 문제에 대한 제대로 된 해법도 아니면서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단순 논리를 밀어붙이면 어떻게 되는지를 우리는 이미 의대증원을 둘러싼 그간의 갈등에서 충분히 보아왔다. 이를 또 반복하겠다는 것인가?
게다가 과도한 의료이용은 의료급여 수급자 등 저소득 빈민이 아니라 상위중산층을 비롯한 건보 가입자들이 더 심각하다. 실손보험의 폐단 및 민간병원의 이윤 추구 등과 맞물리면서 과잉의료가 크게 늘어났고 국민 총의료비도 대폭 증가했다. 특별히 의료급여 수급자들이 비용부담이 적다는 이유로 더 자주 과잉의료를 받은 것이 아님은 통계적으로도 입증된다. 의료기관 이용이 잦은 사람들의 비율은 의료급여 수급자와 건강보험 가입자 양쪽 모두 1% 정도로 별 차이가 없는데, 총의료비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 및 의료급여 수급자일수록 건강이 안 좋을 가능성이 높음을 감안하면 의료급여 수급자는 오히려 건보 가입자보다도 과잉의료 이용자의 비율이 더 적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럼에도 정부는 일부 극단적인 사례만을 집중적으로 언급하면서 의료급여 수급자는 다들 도덕적 해이를 일삼는 것처럼 주장했다. 가난한 이들에 대한 편견과 혐오에 정부가 앞장선 것이다. 민간의료의 천국인 미국조차도 가난한 이들에 대해서는 메디케이드 등 주정부와 연방정부가 재정을 투여하면서 의료혜택을 공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 정부는 오로지 의료급여에 소요되는 국가재정을 줄이겠다는 목적으로 가난한 이들에 대한 의료혜택을 축소하려고 하고 있다. 아니 사실은 그간도 계속 줄어왔다. 의료급여 예산은 2001년에는 정부 예산의 1.58%였다가 2006년 1.84%로 정점을 찍은 이후 계속 감소하여 2022년에는 1.30%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즉 현재의 의료급여 예산은 2001년보다도 한참 못한 수준이다. 그런데도 이걸 또 줄이겠다는 것인가? 또한 이를 위해 가난한 이들에 대한 편견과 혐오에 앞장서는 게 국가가 차마 할 수 있는 일이란 말인가?
정부가 정말 국가재정을 걱정한다면 각종 부자 감세부터 당장 중단해야 한다. 민주당까지 동참하고 있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내지 시행유예 주장부터 당장 그만두어야 한다. 과잉의료 문제만 따지더라도, 상위중산층이 주축이 된 건보 가입자들의 과도한 의료이용에 대한 대책부터 내놓아야 한다. 실손보험을 억제하고 의료전달체계를 재확립해야 하며, 각종 비급여나 과잉진료 위주로 영업하는 민간 의료기관을 통제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부자 증세를 비롯한 이런 방안들은 기득권자나 상위중산층의 반발이 심하니까 제대로 하지도 못하면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의 복지혜택을 축소할 방안에만 열심이다.
이게 한국의 현 체제의 본질이다. 가장 가난한 이들은 철저히 배제하고 부자나 상위중산층 등 기득권자의 입장만이 주로 관철되고 있는 잔인한 체제가 바로 지금의 한국이다. 의료급여 개악은 그 대표적인 예일뿐, 한국의 체제는 그간 항상 가난한 이들에 대한 계급적 전쟁을 수행해왔다. 우리 노동당은 이런 체제를 인정할 수 없다. 가난한 이들에게 갈수록 잔인해지는 현 체제 그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 노동당과 함께 정권을 넘어 체제를 바꾸자.
2024. 11. 1
노동당 대변인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