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한 번의 승부가 아니어야 한다.

작성자
노동당
작성일
2023-11-17 11:46
조회
1596


삶은 한 번의 승부가 아니어야 한다.

- 하나의 기준으로 줄세우지 않고 다양한 가치가 존중되는 세상을 위해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실시되었다. 수능을 치기 전에 응원하는 목소리는 많지만 수능을 마친 후에는 결과발표 때까지 대개는 큰 관심이 없다. 수험생 입장에서는 이제부터가 오히려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더 고민이 많은 시기인데도, 결과만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는 실제 당사자의 고민에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또한 나름 괜찮게 시험을 치른 사람도 있겠지만 훨씬 더 많은 수험생에게는 아쉬운 마음이 더 클 것임에도, 역시 소수의 승리자만 기억하는 우리 사회는 실패한 이들에게는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애초에 대학 진학을 안 하는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수능 자체를 치지 않거나 치지 못한 사람들도 꽤 있음에도, 이들 또한 관심에서 벗어나 있다.

젊은 시절 단 한 번의 시험을 잘 쳤는지 아닌지에만 이렇게 온 나라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결국 그만큼 이 한 번의 시험이 이후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학력과 학벌에 의한 차별이 극심해서 어떤 대학과 학과에 들어갔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전문직 등 이른바 좋은 직업과 그렇지 않은 직업 간의 격차도 너무 커서, 이를 얻기 위해 학생이든 부모든 모든 이들이 어릴 때부터 오직 공부에만 집중한다.

한 번 실패했더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기회가 극히 제한되고, 학벌이나 전문직 자격 등 어떤 관문을 통과했는지에 따라 이후의 삶이 결정되다 보니, 그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20년 가까운 인생을 오직 하나의 목표를 위해 줄세운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학업시간은 장시간 노동으로 악명높은 노동시간보다도 더 길다. 이건 결코 정상이 아니다.

우리 노동당은, 삶은 한 번의 승부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능 시험을 위해 20년의 인생을 갈아넣는 것, 거기서 한 번 실패했다 내지는 그런 방향을 선택하지 않았다고 그게 그 사람의 이후를 계속 규정하는 것은 전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름 만족한 결과를 얻은 사람들이 잘못이라는 것은 아니다. 그게 무엇이든 자신이 추구한 목표를 위해 노력했고 그 결실을 얻은 사람들에게는 축하와 격려를 보낸다. 다만 우리는 그렇지 못한 훨씬 많은 사람들을 계속 패배자로 남게 만드는 이 사회가 잘못되었음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하나의 기준만으로 줄세우는 것이 아니라 보다 다양한 가치가 존중되어야 한다. 수능 점수만이 아닌 다른 기준들이 있어야 한다. 수능에서 실패하더라도 또는 수능을 보지 않더라도, 스스로의 삶을 가꾸어나갈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선 수능의 자격고사화와 국공립대 통합 및 다양한 선발방식의 보장 등 입시제도의 전면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학력과 학벌에 의한 차별을 지속적으로 줄여나가는 노력도 필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출신 대학이나 자격증 등 한 번의 관문 통과로 이후의 삶이 결정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며, 낮은 곳에서 땀흘려 일하는 사람들의 노동의 가치가 제대로 인정받는 것이다.

한 번의 수능에서 좋은 결과를 얻고 좋은 대학에 진학하지 않더라도, 자신이 땀흘려 일하는 다양한 노동현장에서 열심히 노력하면 그 노력의 가치가 인정받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학벌이나 전문직 자격증보다 노동의 가치가 더 존중되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 고교 졸업 후 자신이 어떤 삶을 바라는지도 잘 모르면서 점수만 맞추어서 바로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노동을 통해 다양한 경험과 숙련을 쌓는 과정에서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언제든지 사회의 지원으로 큰 부담없이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는 평생교육체제가 제공되어야 한다.

물론 현재의 한국 사회에서는 당장은 쉽지 않은 이야기다. 하지만 노동당은 그런 세상을 꿈꾼다. 그리고 이를 꿈꾸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그 실현도 더 빨라진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삶이 한 번의 승부가 아닌 세상, 한 번 실패했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그 출발은 더 낮은 곳에서 더 힘들게 일하는 노동자들과 그 노동의 가치가 제대로 존중되도록 하는 것이다. 노동당은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흔들림 없이 싸워나갈 것이다.


2023. 11. 17

노동당 대변인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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