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사건의 핵심은 노동자에 대한 갑질이다

작성자
노동당
작성일
2023-12-01 11:06
조회
2681


손가락 사건의 핵심은 노동자에 대한 갑질이다

- 넥슨은 보다 상식적으로 대응했어야 한다


이른바 ‘남성혐오’ 논란을 불러일으킨 메이플스토리 홍보영상의 집게손가락 논란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의혹 제기자들의 주장과는 달리, 해당 장면을 그린 사람은 페미니스트 여성이 아니라 40대 남성이라는 것이 11월 30일자 경향신문의 보도 내용이다.

애초에 정확한 사실 관계가 전혀 확인되지 않은 사안이었다. 엄지와 검지가 펴진 모습은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고 그 모습 자체가 어떤 혐오의 표현이 전혀 아니다. 단지 해당 장면을 그린 사람이 이른바 ‘페미’니까 남성을 조롱하는 의미에서 그런 장면을 집어넣었을 것이라는 불확실한 추측일 뿐이었다. 그들 스스로도 그림 그 자체는 별 문제가 아닐 수도 있지만 ‘페미’가 ‘남성혐오’의 의도를 지니고 집어넣은 것이므로 맥락상 문제가 된다고 주장해왔다. 그런데 이제 그 맥락 상의 연결고리 자체가 사라진 것이며, 해당 장면이 ‘남성혐오’의 의도를 지닌 것이라는 그 어떤 근거도 없는 상황이다.

누군가가 페미니스트였더라도 그 자체는 아무런 문제가 아니다. 혐오에 기반한 잘못된 행동을 실제로 하지 않는 한, 사상의 자유는 보편적인 인권의 차원에서 존중되어야 한다. 또한 노동자로서 가져야 할 권리 역시 그 사람의 생각과 관계없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사실관계도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른바 ‘페미’라는 이유로 어떤 개인을 집단적으로 공격하고 직장까지 잃게 만든 이번 사태에 대해, 근거없는 공격을 자행한 당사자를 비롯해 사실관계를 미리 단정하고 이를 직간접적으로 옹호한 모든 이들은 스스로를 돌이켜보아야 할 것이다.

특히 우리는 이번 사태의 과정에서 원청인 넥슨이 대응한 방식에 대해 심각한 문제의식을 느낀다. 일부 유저들이 의혹을 제기했다고 하더라도, 아직 사실관계가 정확하지 않은 사안에 대해서는 ‘일단 사실관계를 정확히 확인해 본 후 필요하다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정도로 중간에서 게이트키핑을 하는 것이 상식적인 대응이었다.

그럼에도 이렇게 상식적으로 대응한 것이 아니라, 휴일 새벽부터 해당 분야 노동자를 닦달하고 하청업체에 대해 법적 대응을 언급하는 등 각종 압력을 넣었다. 원청의 갑질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하청업체 입장에서는 이 압박을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며 해당 노동자는 결국 퇴사하게 되었다. 결국 논란이 된 장면을 직접 그리지도 않았던 해당 노동자 개인이 부당하게 해고당한 셈이다. 단지 페미니스트라는 이유로, 확인되지도 않은 사실관계를 미리 단정하고선 해당 노동자의 인권과 노동권을 침해한 것이다.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건 이후로 일부 학부모들의 갑질이 전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른 바가 있다. 그런데 이런 갑질은 단지 학교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거의 모든 분야의 직장에서, 소비자와 원청 및 관리자 등의 갑질은 아예 일상화되어 있다. 그 과정에서 개별 노동자의 인권과 노동자로서의 권리는 철저히 무시당하고 있다. 이번 손가락 사건 또한 마찬가지다. 이른바 ‘남혐’이나 ‘페미’가 문제가 아니라, 일부 소비자와 원청의 갑질에 의해 힘없는 노동자는 사실 관계 확인도 없이 자신의 기본적인 권리를 침해당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이런 분위기가 전 사회적으로 확산되는 것은 이번 사건에서 의혹을 제기한 이들에게도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그들 또한 어디에선가 노동을 하면서 살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가령 자신이 알바하는 곳에서 누군가 진상 고객이 항의한다는 이유로 본인이 피해를 입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는가? 타인의 인권과 노동권을 경시하는 이들은 스스로의 인권과 노동권도 보장받을 수 없다. 근거없는 의혹 제기가 아니라, 모두의 인권과 노동권을 존중하는 사회로 나아가는 것만이 문제를 진정으로 개선하는 방법이다.


2023. 12. 01.

노동당 대변인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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