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 매립을 위해 잼버리대회를 유치한 개발주의자들

작성자
노동당
작성일
2023-08-05 09:49
조회
1617


갯벌 매립을 위해 잼버리대회를 유치한 개발주의자들

- 갯벌을 죽이고, 청소년들을 폭염 속으로 밀어 넣었다.


지난 1일부터 새만금 갯벌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대회가 폭염 속에서 치러지면서 국내외에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2일에만 990명이 넘는 환자가 발생했고, 3일 내원자 수는 총 1486명이라고 한다. 2일 개영식에서만 139명이 쓰러졌는데, 이 중 108명이 온열질환자다. 부족한 의료 인력과 열악한 화장실, 샤워실, 쉼터 등도 문제다. 잼버리대회에 참가한 스카우트 대원들은 “난민촌 같다”며 물이 고여 진창이 된 행사장, 밖에서 훤히 들여다보이는 샤워장, 불도 들어오지 않는 화장실 등을 SNS에 올리고, 이를 본 해외 학부모들의 불만 여론이 들끓자 독일 영국 등 일부 국가는 외교 채널을 통해 우려의 목소리를 전해 왔다고 한다.

간척지인 새만금은 햇볕을 피할 나무 한 그루도 없는 곳이다. 나무 그늘, 시냇물 하나 없는 땡볕 아래 체감온도 40도에 육박하는 극한 환경에 세계 각국의 청소년 4만 3000여 명을 몰아넣은 것이다. 이런 곳을 야영장으로 선정한 것 자체가 문제였다.

새만금은 어떤 곳인가? 전라북도의 군산, 김제, 부안에 걸친 만경강과 동진강의 하구에 펼쳐진 드넓은 갯벌에 터 잡고 살던 뭇 생명을 죽인 살육의 공간이다. 매립이 완료되지 않은 곳을 개최지로 정한 것도 문제였다. 행사가 열린 곳은 ‘해창갯벌’이라는 곳이었고, 매립부터 해야 하니까 시간이 걸리고 인프라 등의 준비도 부족할 가능성이 컸던 곳이다. 굳이 이곳이 개최지로 선정된 것은 모두 개발주의자들의 속셈이 작용한 탓이다.

새만금 사업은 노태우가 대선후보 시절 선거 일주일 전에 전북 민심을 잡기 위해 급조한 공약이었고, 김대중이 시작했으며, 새만금 방조제를 마지막에 연결한 것은 노무현이었다. 새만금 매립이 시작된 후 갯벌이 사라지자 어민들의 생계는 나락으로 떨어졌고, 정치인들이 약속한 번영은 오지 않았으며, 생물다양성 보존과 탄소 저감 등 갯벌의 가치가 대단히 큰 것으로 알려지자 한국의 갯벌은 2021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되기에 이르렀다. 이제 더 이상 갯벌을 매립할 할 명분이 없어지자, 개발주의자들이 아직 매립이 완료되지 못한 갯벌을 마저 메우기 위해 잼버리대회 유치라는 꼼수를 동원한 것이다. 잼버리대회에 참가하는 청소년들의 안위는 애초에 그들의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새만금 갯벌을 죽이는 데에 여야가 따로 없었으며, 잼버리대회에서 보여준 난맥상은 모두 거대 보수양당의 개발주의자들이 합작하여 진행한 사업의 결과다. 행사 중단을 요청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주최 측은 지금 중단하면 나라망신이라면서 강행할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오히려 정신력, 호연지기 등을 운운하며 청소년들 탓을 하는가 하면, 또 다시 전 정권에 책임을 돌리고 있다. 그러나 지난 해 10월에 이미 국정감사에서 폭염 등에 대한 경고가 나온 바 있고, 올해 6월에도 잼버리 조직위원회가 기상이변에 따른 재해대책 예산 등 93억원을 추가로 요청했지만, 정부는 대부분의 요청을 묵살한 것으로 드러났다.

세계 잼버리대회 새만금 개최를 통해서 한국 사회의 총체적 난맥상이 드러났다. 갯벌의 뭇 생명을 죽인 처참한 곳에서 벌어지는 잼버리대회라니, 세계 각국의 청소년들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무엇을 가르쳐 주고자 한 것인가? 햇볕을 피할 나무 한 그루도 없는 곳에서 청소년들을 폭염 속으로 밀어 넣고도 개발주의자들은 책임회피에 급급할 뿐 부끄러워할 줄 모른다. 개발주의가 이렇게 판을 치는 한, 한국 사회에 미래는 없다.


2023. 08. 05

노동당 대변인 이건수

전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