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호주유학생활기8] 민중은 말할 수 있는가

작성자
호주이재용
작성일
2023-08-17 16:25
조회
340

안녕하세요, 한동안 글을 남기지 못했네요. 저는 최근에 저의 박사논문 프로프절 심사를 경험했습니다. 저에게 우호적인 심사위원 1 명, 비판적인 1명 그리고 중도적 입장인 1명을 모시고, 심사를 진행했습니다. 프로포절의 구체적인 내용은 언젠가 한번 정리해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오늘 쓰려고 하는 내용은 '민중은 말할 수 있는가' 입니다. 이런 이야기부터 시작해야겠습니다. 제가 호주에서 박사과정을 시작했을 때, 한 명의 한국인 포닥 연구인을 만났습니다. 그와의 만남은 흥미로웠습니다. 저는 저의 공산주의 사상을 숨긴 채 이런저런 한국 생활을 이야기했는데, 그 친구는 적극적으로 사회주의 운동에 대해서 저한테 열변을 토하는 것이었습니다. 상황은 이랬습니다. 그는 한국에서 무척이나 가난하게 생활을 했다고 합니다. 부산에 있는 대학에 다녔는데, 그 대학 등록금도 장학금과 임노동 그리고 대출로 메꾸었다고 합니다. 그의 가족들은 너무나 가난해서 기초생활수급자가 되기도 하고, 부모님이 자활사업에도 참여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런 가난한 생활을 하면서, 그는 사회주의 사상에 대해서 심취했고, 그의 친구들과 독서토론을 여는 등 열심이었다고 합니다. 그런 그를 호주에서 만났을 때, 그는 저에게 자본주의는 상품생산 자체를 말하는 것인지, 임노동의 폐지만을 이야기하는지 등을 물어보기도 했습니다. 저는 짐짓 그런 내용을 모른 채 하며, 제가 알고 있기로는... 하면서 설명을 했지요.

그와 대화를 몇 차례 주고 받으면서, 저의 삶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풍족한 집에서 자랐습니다. 고등학교 때까지 학원과 집 학교를 오가면서 공부하는 것을 의무를 여기는 그런 학생이었습니다. 대학에 들어와서도 저는 보수적이었습니다. 과 선배들이 동아리 활동을 핑계 삼아 집회에 끌어들이는 것을 몹시 분개해 했고, 독서 모임에서 사회주의 서적을 읽는 것을 사기라고 폄하했지요. 그런 제가 사회단체 생활을 하고, 노동조합 생활을 거치면서 변했습니다. 그 한국 친구와 같이 박사 과정을 밝으면서도 그람시의 공산주의 사상을 중심으로 논문을 쓰고 있지요.

제 이야기의 핵심은 지금부터입니다. 얼마 전 그 친구가 제게 자기는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사업을 하겠다고 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가난하게 생활했는데, 이제는 돈을 벌고 싶다고, 돈을 많이 벌어 가난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합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생각했습니다. 같은 사회주의 사상을 가졌음에도, 그와 내가 다른 길을 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이 나를 공산주의 사상으로 이끌고 있으며, 왜 그는 자본주의에서 부자가 되고 싶은 꿈을 꾸게 되는 걸까. 저는 그람시안 국제정치경제학을 토대로 식량권에 대한 논문을 작성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오랜 된 논쟁 중에 하나인 '민중은 말할 수 있는가'라는 주제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은 혹시 생각해 보셨나요? 이 글을 읽는 나는 왜 공산주의자인데 우리가 말하는 민중은 때로는 보수적이고 완고할까. 그 열쇠를 푸는 과정에 노동당이 사회주의 정치를 대중화 하는 길들 중 하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주의정치연구소가 노동당에 있습니다. 이 연구소가 '민중은 말할 수 있는가'란 질문을 푸는 하나의 매개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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