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로써 사과를 명하는 것이 맞나?

작성자
담쟁이
작성일
2023-06-16 21:27
조회
1024

당규 제5호 및 당규 제6호 개정안에 대해
- 징계로써 사과를 명하는 것이 맞나?

이번 전국위원회에서 당규 제5호와 제6회 개정안 중 ‘가해자에 관한 처리’ 규정에서 피해자에 대한 사과를 징계방안의 하나로 명시한 개정안이 올라왔습니다. 이에 대해 의견을 밝히고자 합니다.

이렇게 글로 밝히는 것은 제가 활동하는 지역에서 ‘윤석열 퇴진을 위한 연설회’를 공동기획하였는데, 연설회 일정이 전국위원회와 겹쳐서 전국위에 참석을 하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징계로써 사과를 명시한 규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당규 제5호 ‘성차별·성폭력·가정폭력 사건 처리에 관한 규정’에 전문을 넣은 것에 대해서 이야기하겠습니다. 전문을 넣은 당규개정안이 지난 전국위에서 통과되었지만 저의 문제의식을 다시금 환기시키기 위해서 지금이라도 글로 남겨서 당원 여러분과 함께 생각할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지난 전국위에서 통과된 당규 제5호 개정안 전반에 대해 저는 상당히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전문 등 개정안이 도덕적으로 참 좋은 취지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도덕적으로 좋다고 해서 그게 반드시 정치적으로도 좋은 것은 아닙니다.

1. 기존 당헌당규와 달리 유독 이것만 전문이 필요했는지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기존 당헌, 당규 어디를 보아도 전문을 넣는 경우는 없습니다. 안 그래도 당규 제5호와 당규 제6호는 사안의 특수한 성격 때문에 일반 당기위 사건과 별도로 당규 제5호 및 당규 제6호로 별도의 당규를 두어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미 특별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것도 모자라서 또 전문을 두자고 합니다.

이 시점에서 특별히 이 당규에만 전문을 넣으려면 그럴 만한 사정이 있어야 하는데, 그러한 사정이 무엇인지 설득력이 부족했지만, 개정안이 통과되었습니다.

당규 제6호 ‘장애인에 대한 차별 금지 및 평등에 관한 규정’ 에도 전문이 없습니다. 전임 장애인위원회 위원장은 당규 제6호에 전문이 필요치 않다고 밝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다시 장애인위원회에 전문을 요청해 보겠다고 합니다. 글쎄요... 적절한 요청인지 의문입니다. 전문을 둘 만큼 장애인운동에서 필요한 절박한 이유가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또한 가해자에게 사과를 명하는 것이 장애인 투쟁의 역사에서 어떠한 맥락에서 의미가 있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2. 대중정당이 아니라 전위정당을 추구하는 것인가? 의문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당규 제5호 개정안을 작성할 때, 이것이 과연 대중정당에 걸맞는지를 검토했는지 의문입니다. 이 사회의 성차별 문화를 바꾸기 위해서 관련 당사자와 함께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엄벌주의를 취함으로써 대중을 내쫓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이 필요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당원으로 가입하는 사람들이 높은 수준의 인권의식을 갖고 있는 건 아닙니다. 선거를 통해서, 투쟁을 하면서, 개인적 친분을 통해서 등등 다양한 경로로 입당합니다. 인권의식이 투철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이 사회의 평균적인 분위기를 감안할 때 엄벌주의를 취하는 당규를 둔다는 것은 우리가 대중정당의 역할에 대해서 무관심하다는 뜻입니다.

당기위원회의 사건처리 절차에 관한 규정을 보면, 화해를 유도하는 절차가 간략히 있지만, 거의 활용되고 있지 않습니다. 당원교육도 미비한 상황입니다. 결국 입당 당시부터 소수의 인권의식이 투철한 사람만 당원으로 남게 됩니다. 소수의 선진분자를 위한 정당을 지향하는 것인지, 대중과 함께 하고 부대끼면서 그들을 변화시키는 대중정당을 지향하는 것인지 논란이 불가피합니다.

3. 징계로써 사과를 명하는 것이 올바른가, 심각한 논란거리입니다.

지나친 엄벌주의의 폐해를 가장 잘 드러내는 것이 징계의 하나로 사과를 규정한 점입니다. 사과를 징계로 명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에 반할 소지가 다분합니다. 사과를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닙니다. 징계로써 사과를 하도록 명령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사과는 진심을 담아야 합니다. 본인이 스스로 사과하는 경우는 문제가 없으나, 만약 사과할 마음이 없을 경우 사과하라고 강제할 수는 없습니다. 사과는 처벌이 결정된 이후에 양형단계에서 참작할 수 있는 사유가 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징계로써 사과를 명하는 것은 양심을 강제하겠다는 위험한 발상입니다. 학생들에게 교육적 목적으로 사과를 하도록 하는 것은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성인에게 사과를 명하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차라리 제명을 하는 것이 올바른 태도입니다. 진심을 담은 사과를 할 수 있도록 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지 징계로써 사과를 명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불가피합니다.

전체 1

  • 2023-06-18 06:04

    동의합니다. 강제로 사과 받는 것은 사과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