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호주유학일기6] 성소수자 부모들의 아이들을 지원하다.

작성자
호주이재용
작성일
2023-05-12 12:06
조회
477

안녕하세요, 호주는 겨울이네요. 논문을 쓰다 점심을 먹고, 휴식 시간에 음악을 들으며 이 글을 남깁니다.

아이다호가 다가왔네요. 호주도 국민투표를 통해 성소수자의 가족권을 인정하고, 퍼레이드에 호주 총리가 참여하는 등 성수수자 권리 보장에 긍정적이지만, 항상 그렇지는 않습니다. 일부 보수 기독교계 사람들과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사람들이 폭력을 일으키고, 성소수자를 부모로서 인정하는 교육내용을 부정할 것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지기도 하지요.

그런 호주 생활을 하면서, 제가 지원하고 있는 케냐의 난민캠프 성소수자 부모의 아이들을 소개시켜 드리고자 합니다. 성소수자운동은 저에게 의미가 있습니다. 수 십년 전, 한 명의 동성애자가 HIV에 감염이 되었고, 초국적 제약회사가 필수의약품을 공급하지 않아, 이에 의약품접근권운동을 펼친 바 있습니다. 그 초국적 제약회사는 한국 정부가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의약품의 단가가 적다는 이유로 공급을 거부했고, 이윤보다 인간을 우선해야 한다는 우리는 절박한 심정으로 초구적 제약회사의 지사 앞에서 연일 시위를 펼쳤고, 그 결과 그 환자는 안정적으로 약을 공급받을 수 있었습니다. 저에게는 자본주의의 상품생산을 거부하는 사회주의 운동으로서 어떻게 성소수자운동이 결합될 수 있는지를 경험한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호주 박사 과정을 밟으면서, 페이스북을 통해 케냐의 난민캠프에 우간다의 성소수자들이 피난을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 중 일부와 연락이 되었습니다. 우간다는 전쟁과 빈곤을 겪고 있는 나라인데, 2014년 우간다 정부가 성소수자의 정체성이 드러나면 사형에 처한다는 법을 제정했지요. 비록 법원에 의해 위헌 판정을 받았지만 2023년 다시 우간다 정부는 성소수자 정체성이 드러나는 순간 10년 형의 금형에 처한다는 법을 제정했습니다. 그래서 수많은 우간다의 성수수자 난민들이 정부의 박해를 피해 이 곳 케냐의 난민캠프에 오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캠프 내에서 겪는 것은 또 다른 시련이었습니다. 난민 캠프 내에 비성소수자들이 성소수자들을 상대로 혐오 범죄를 일으켰습니다. 트랜스 같은 경우, 성별을 구별한다는 이유로 함부로 옷을 벗기거나, 레즈비언의 경우, 가부장적 시각을 가진 남성들이 그들을 구타를 하는 경우도 발생했지요. 그리고 무엇보다 심각한 건, 성소수자 부모들이 아이들입니다. 케냐의 난민캠프의 상황은 어렵습니다. 캠프에 와도, 세계식량기구가 제공하는 하루 한 끼의 식사만 할 수 있고, 나머지는 페이스북을 통해 '구걸'하는 상황입니다. 아이들도 식량을 섭취하는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더욱이 아이들은 이중의 고통을 겪습니다. 바로 비성소수자 부모들고 그들의 아이들이 '비정상적'인 부모 밑에서 자란다고 놀리거나 왕따를 시키기 때문입니다. 마음이 성장해야 할 시기에, 자신의 부모가 비정상적이다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란 아이들은 방황하고 좌절합니다.

저는 성소수자 난민캠프 내의 한 명의 레즈비언 활동가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우간다에 있는 대학에서 개발학을 전공했고, 아이가 두 명이 있지요. 그녀는 난민캠프 내에서 개발 프로그램을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그녀는 성소수자 부모 아이들을 대상으로 독자적으로 학교를 열었습니다. 아이들이 상처를 받지 않고 온전히 교육권을 보장하기 위해서인데요, 저도 학교가 세워질 때 지원을 했고, 지금은 매일 아이들이 빵과 우유로 아침을 먹을 수 있게 한 달에 한 번씩 기부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들을 바라보면서, 세계혁명의 의미를 생각합니다. 제국주의 식민지 경험을 한 아프리카 동부 국가, 그 과정에서 내전과 전쟁을 하고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나라 - 국제정치경제학자를 제 정체성으로 삼으면서, 국제 빈곤 문제를 생각하게 합니다. 단지 한 나라 안의 경제개발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체제는 북반구 국가들의 이윤을 보장하기 위해 남반구 국가들을 경제적 정치적으로 수탈한다는 사회주의 이론들은 이 케냐 난민 캠프의 가난한 성소수자들이 마주쳐야 하는 빈곤과 차별의 문제를 생각하게 합니다. 일 전에 노동당은 사회주의 정치를 위해서 사회적 소수자운동에 적극 결합해야 한다고 한 적 있습니다. 성소수자 문제는 국제적인 것입니다. 그리고 그 문제는 제국주의와 인종주의 가난과 차별 전쟁과 내전의 복잡한 수식어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제국주의가 가난을 부르고, 가난이 전쟁을 일으키며, 그러한 전 국민의 빈곤화는 혐오의 대상을 찾아 성소수자들을 차별하고 처벌하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저는 노동당이 이러한 사회적 소수자운동을 국제 사회주의 정치운동으로서 적극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당 강령에 나와 있는 인간해방의 정신은 이들의 인권보장을 통해서 구현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아이다호가 다가옵니다. 저 또한 국제적인 사회주의운동으로서 이들 성소수자들과 어떤 운동을 만들어가야 하는지 고민해야 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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