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서 온 편지 34호] 리뷰 :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 미래에서 온 편지 34호(2021.06.)
□ 리뷰 :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김혜리
오찬호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개마고원, 2013)
"이렇게 다시 내일이 되면 전 또 노오오력을 해야 되겠죠..?"
"참 미안하네요... 어떻게 세상이 이렇게까지 됐는지, 참..."
이 대화는 소박한 자유인 후지이 모임에서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를 읽고 토론하던 중, 휴식 시간에 모임 구성원인 박수영 동지와 나눈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은 책 내용보다도 위의 대화였다. 박수영 동지는 몇 번이고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상하고 괴상한 사회를 위로가 바꿀 순 없지만, 난 고마웠다. 늘 불안정한 취준생으로서 생산적인 역할에서 도태됐다는 무의식적 불안감과 압박감에 놓여있지만, 박수영 동지의 말은 정말 큰 힘이 되고 있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서로의 손을 잡을 수 있을까?
읽기 전에 어떤 내용인지 알 것 같았지만, 책을 펼친 후 본 사회 꼬락서니는 개판이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청년들은 철저하게 ‘급’을 나누고, 서로가 서로를 적대시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인서울대와 지방대... 이게 끝이 아니다. 더 잘게 쪼개고 쪼갠다. 인기학과와 비인기학과, 정시와 수시, 수시에선 지역 균형과 기회 균형... 저자는 각박하고 힘든 사회 속에서 서로의 손을 잡지 못하고 이렇게 ‘적’이 된 이유가 능력주의라고 지적한다.
새삼 놀랐다. “내 코가 석 자인데”, “내가 누굴 걱정해”처럼 청년들이 서로에게 무심한 건 알았다(물론, 이건 ‘청년’만의 문제가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서로에 대한 거리가 너무 먼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시선조차 이렇게 날카로운 줄이야....
위에 말한 토론에 한 친구를 초대했다. 이 친구는 사회 운동이란 단 한번도 가까이 하지 않았고, 삶의 열정도 있고 열심히 살고자 하는 청년이다. 모임 전날, 전화가 왔다. 책을 읽게 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아, 진짜 고마워... 덕분에, 너무 잘 읽고 있다. 너무 쓰라려서 읽기가 힘들지만, 진짜 너무 잘 읽고 있다.” 취업 준비로 힘들어하던 이 친구는 지금은 취업했지만, 이제는 책들을 끝까지 읽을 여유가 없어졌다. 물리적인 여유든 심리적인 여유든.
왜?
현재 청년들을 바라보는 일부 윗세대의 모습은 더욱 더 개판이었다. 이 책을 읽을 즈음 ‘이십 대 개새끼론’이라는 것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우선 깜짝 놀랐고, 이런 의문이 줄을 이었다. ‘아니 왜 개새끼?’, ‘사회 문제를 ‘이십대’로 한정 짓고 세대의 문제로 돌려?’ ‘개새끼라고 부를 자격이나 돼?’ ‘개새끼라는 명칭을 붙이기 전에, 청년의 모습이 왜 그럴까라는 생각은 해봤어?’
떠돌이 개
이 책을 읽으면서, 작년 처음 본격적으로 취업 준비를 시작했을 무렵이 떠올랐다. 정말 좌절 또 좌절의 순간들이었다. 기업의 요구에 맞춰서 내가 살아온 행적은 제외해야 할 것이 많았다. 그러고나니 나는 아무것도 한 게 없는 인간이었다. 이력서와 자소서를 완성할 때 쯤 되니 나는 인간이 아니라 상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업에 선택을 받기 위해선 이윤을 만들어 줄 상품으로서, 나를 포장하고 또 포장해야 한다. 선택받아야 하고 도태되지 않아야 하니깐. 그래서 한참 고민을 했다. 선택받는 애완견이 될 것이냐, 아니면 반항하는 사냥개가 될 것이냐.
그런데, 그냥 나는 떠돌이 개였을 뿐이었다. 그래서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이 사회에서 어차피 자본의 애완견이 될 거면 차라리 나도 1등급, 인서울, 정규직 타이틀을 갖고 싶다. 이 마음은 잘못된 것일까?
미래에 보내는 편지
‘미래에서 온 편지라고 한 만큼,
나도 먼 훗날 미래의 다음 세대들이
부디 그때는 조금 더 평등한 세상에 살게 되기를....
내가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기를...
앞 세대인 내가 미안해 해야 한다면,
미안하다고 말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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