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위원회]여성 당원들의 탈당에 부치는 노동당 여성위원회의 입장문 - “탈진의 연쇄를 끊어야 합니다.” -

by 여성위원회 posted Apr 18,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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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당원들의 탈당에 부치는 노동당 여성위원회의 입장문

탈진의 연쇄를 끊어야 합니다.”


 

어제 저녁부터 새벽까지 당 홈페이지 당원게시판에 탈당의 변들이 연이어 올라왔습니다. 글을 쓴 당원들은 각자 당원을 지키지 못하는 당에 대한 불신과 함께 노동당을 떠났습니다. 그들에게 노동당은 외모품평, 2차 가해 등 성폭력성차별의 언어가 제재 체계의 오작동에 힘입어 횡행하는 공간이었고, 조직의 무능함으로 인해 받은 상처가 해소되지 않는 탈력의 공간이었습니다. 좋은 사람들과 많은 것들을 배운 공간이었지만, 무기력과 침묵이 공기처럼 항상 떠다니는 곳에서 그것만으로 버티기엔 너무 힘들었노라고, 여러 여성 당원들이 이야기하였습니다.

 

노동당 여성위원회는 어려운 결정을 내린 당원들이 마지막으로 보낸 내가 겪은 일이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받아 안고, 무력감에 지쳐 당을 떠나는 동지들의 마음에 진심으로 공감합니다. 현재 여성위원회의 활동회원들은 어떤 식으로든 말뿐인 여성주의 정당에 위기의식을 느끼며 위원회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런 만큼 더 늦기 전에, 지쳐가는 당내 여성주의자들이 안정을 찾고, 서로의 버팀목이 될 수 있는 힘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어려운 결정을 한 동지들에게까지 그 노력이 닿기에는 이미 너무 늦었음을 통감합니다. 조금만 더 일찍 함께 어깨를 맞댈 방법은 없었을지, 결정에 대한 공감과 존중 속에서도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여러 어려움 속에서 그간 고생 많으셨습니다. 당을 떠나시더라도 게시물에 언급하셨듯이 차후 어떤 삶의 현장에서든 종으로 횡으로 연결되기를 바랍니다.

 

이에 여성위원회는 탈당을 결정한 당원들이 바라본 노동당의 이미지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님을 직시하고자 합니다. 수 년 간 셀 수 없이 많은 여성주의자 당원들이 당의 구태와 더딘 변화에 질려 떠났습니다. 숱한 결별이 쌓였고 어젯밤 연달아 올라온 탈당의 변들은 거기에 두께를 더했습니다. 인식과 구조의 부재가 사람들을 지치게 만들었으며, 당내 여러 혼란과 부침에도 지지를 거두지 않던 이들을 밀어냈습니다. ‘당원을 지킬 수 없는 당이 전달하는 바는 명확합니다. 노동당에게는 열심히 활동하고자 하는, 당을 보다 평등하고 활발한 공간으로 가꾸고자 하는 여성주의자 당원들에게 부응할 힘이 부재합니다.

 

경계를 횡단하는 여성주의 정치를 기치로 내건 우리는 사태를 한 발 늦게 인식한 데 있어, 당의 여성위원회로서 무거운 책임 의식을 느낍니다. 이에 우선 아래의 요구사항들을 중앙당에 요구하며, 이것이 이행되도록 여성위원회가 낼 수 있는 모든 힘을 다 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하나, 중앙당은 지역별 당기위원회 현황을 파악하고 중앙당 당기위원회를 비롯하여, 시도당 당기위원회를 구성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당기위원회 규정 53항에는 위원장 또는 위원이 사직 등으로 궐위되어 충원이 필요한 경우 전항의 절차에 따라 그 결원을 신속히 보충하되, 그 경우 임기는 전임자의 잔여 임기로 한다.” 4항에는 위원장이 궐위될 경우 위원 중에서 호선으로 위원장이 새로 임명될 때까지의 위원장 권한 대행자를 정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위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중앙당은 당기위원장의 탈당 이후 권한 대행자를 조속히 선임하지 못하였기에, 이에 대한 책임이 불가피합니다. 따라서 향후 개최될 전국위원회에서 중앙당기위원회가 인준될 수 있도록 구성해주십시오.

 

현재 서울과 중앙을 비롯한 많은 시도당의 당기위원회가 사고 상태이거나, 꾸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폭력과 차별에 직면한 당원들을 보호하려는 의지의 실종과 성인지 감수성의 부재가 빚어낸 결과입니다. 제소인의 요구가 빠르게 반영되고, 집행되는 조직을 목표로 당기위원회 전체를 재구성해야 합니다. 당기위원회는 피제소인을 처벌하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는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반성폭력 자치규약 운동의 일환으로 각 단체나 공동체들이 내부에서 발생하는 성차별, 성폭력 문제를 특정한 개인의 문제로 치환하지 않고, 사회 구조적인 문제임을 공감하며,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의 성찰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또한 공동체 내 차별과 폭력을 함께 책임지겠다는 의지의 일환이자, 반성폭력 운동의 과정에서 투쟁으로 만들어진 것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공동체 구성원들의 당내 처리기관을 신뢰할 수 있도록 의지와 노력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따라서 우리 당 당기위원회의 목표와 역할의 재검토와 함께 조속한 재구성을 엄중히 요구합니다.

 

하나, 인식의 빈틈을 채워갈 수 있는 최소한의 수단이 교육의 의무화인데, 그마저도 제대로 마련되지 못한 것이 우리의 현주소입니다. 우선적으로 당내외 공직 선거 후보 자격에 후보 등록일 기준 1년 이내 성평등 교육 이수를 명문화할 것을 요구합니다. 또한 당원규정 제17(당원의 의무)“1년에 1회 이상 성평등교육을 받을 의무조항을 신설해주십시오. 더불어 각 시도당 별로 성평등 교육을 진행하고 이수결과에 대해서 중앙당이 책임지고 관리해 주시기를 요구합니다. 이미 한국의 공공기관(교육기관 포함)5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성희롱, 성폭력, 성매매, 가정폭력을 예방하는 교육이 의무적으로 실시되고 있습니다. 국가의 법과 조치도 그러한데, 여성주의 정당을 자처하는 진보정당에서 자율적으로 시행되지도 않았고, 이를 강제할 수 있는 조치도 없다는 것은 매우 의아합니다. 성평등 감수성이 1년에 1회로 향상될리 만무하지만, 1년에 한 번이라도 성차별과 폭력, 성인지 감수성에 대해 교육받고, 토론하면서 서로의 온도 차이를 좁힐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여성위원회는 더불어,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이 처한 상황의 원인을 당기위의 오작동이나, 어느 당원의 부적절한 발언 같은 미시적인 요소에서는 찾을 수 없음을 짚고자 합니다. 이처럼 길고 지난한 연쇄를 흔히들 그러듯 당원이 당을 버린정도로, 혹은 일부의 나쁜 사람들 때문에정도로 가벼이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인정하고 대응하길 유예해 왔던 당의 오늘은 우리 모두의 혀와 손 끝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여성주의자들이 당에 지치고 떠나는 모습이 일종의 흐름으로까지 드러나는 지금, 사태의 책임은 어제와 다를 바 없는 오늘을 주조하며 오늘과 다를 바 없는 내일을 약조하는 모두에게 물어야 합니다.

 

이러한 책임 소재의 근저에는 여성주의를 부차화하는 인식이, 성차별과 폭력을 가벼이 여기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문제를 문제라 여기지 않는 공간은 텅 빈 공간과 다름없기에, 우리의 무력과 탈진은 공허에서부터 비롯됩니다. 빈 공간을 채워나가는 데 인식의 개선이 필수입니다. 개선이 없이는 기계적인 수정과 문제 해결을 아무리 한들 소용없으며, 원인을 해결하지 못했으니 같은 실수를 반복할 것입니다. 유의미한 변화를 위해, 여성위원회는 아래와 같은 약속을 통해 공허를 조금씩 채워나갈 것입니다.

 

하나, 탈당의사를 밝힌 동지들의 제안을 받아 강남서초당협에서 진행될 대책위원회에 여성위원장이 대책위원으로 함께 하겠습니다.

 

하나, 중앙과 서울을 비롯하여 지역 당기위원회가 구성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하나, 당내 규정들이 성인지적 감수성을 담아낼 수 있도록 규정 검토와 제개정에 박차를 가하겠습니다. 여성위원회는 하반기 중점 사업으로 여성위원회 규정 개정 및 당내 규정의 재검토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향후 더욱 속도를 내어 성평등교육 의무화와 당기위원회 규정 등의 개정안을 제시하겠습니다.

 

하나, 피해자 지원 매뉴얼 작성에 속도를 가하겠습니다. 여성위원회는 2016년 사업계획으로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팀을 구성하고, 당원들이 성차별성폭력가정폭력 피해를 경험했을 시 당의 안팎에서 대처할 수 있는 사건 처리 과정에 대한 매뉴얼을 준비 중에 있었습니다. 더욱 시급히 피해자 지원 매뉴얼을 구성하고, 차별과 폭력에 피해 입은 당원들이 힘을 얻을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도록 하겠습니다. 누구도 지치지 않도록, 힘에 부쳐 밀려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모든 것이 이미 한 발 늦었지만, 그럼에도 누군가는 변화의 물꼬를 터야 합니다. 오랜 고민 끝에 노동당 당적을 내려놓는 동지들의 마지막 바람을 그냥 흘려보낼 수 없기에, 여성위원회는 그 바람들을 변화의 시작점으로 삼고자 합니다. 차별과 폭력은 늘 우리 곁에 있으며, 우리가 모든 준비를 갖출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다시는 이런 피해자가 없었으면 좋겠다는 동지의 처절한 발언을 가슴에 담아 우리 당이 여성주의적 감수성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보여주어야 하며,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보다 성평등한 당, ‘여성주의 정당을 바라시는 당원 동지들이 이 뜻에 함께해 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세상을 바꾸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우리 곁의 동지들을 챙기는 것임을 기억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2016418

노동당 여성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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