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당을 하면서 당기위원회 관련 몇가지 제안 드립니다.

by 나무(이선옥) posted Apr 30,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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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당협 소속 이선옥입니다. 당원게시판에 글을 쓴 게 몇 년 만입니다. 좋은 내용이 아니어서 마음이 편하지는 않습니다만.. 말할 공간이 여기밖에 없어서 쓰게 되었습니다.


저는 지난 3 8일자로 당기위원회에 제소가 되었습니다. 이른바 데이트폭력사건 폭로자 가운데 당원 한 명이 저를 2차가해로 제소를 하셨고 근거는 제소장을 보고 알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당기위 제소 후에 시작되었는데, 제가 제소된 사건은 서울시당기위로 접수되었으나 서울시당은 사고 상태라 중앙당기위를 거쳐 경기도당기위로 이첩되었습니다. 처음 제소 사실에 대해 연락받은 곳도 경기도 당기위원회입니다. 제소 후 두 달이 가까워오면서 저는 탈당을 하겠다고 결정했습니다. 사실은 1월부터 탈당을 하려 했고 당비를 정지시킨 상태였지만 제소 사실을 듣고 이 사안에 대해서는 저도 말하고 싶은 게 많아서 조사에 응할 생각이었습니다. 결론은 탈당을 선택하게 되었지만 내일 전국위원회에서 당기위원회가 구성된다고 하니 이번 제소 사건을 통해 몇 가지 제도화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제소장 작성에 인권을 고려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합니다.

제가 받은 제소장에는 제소인의 연락처 뿐 아니라 제3자의 연락처까지 노출되어 있었습니다. 사안과 무관한 가족과 지인들의 실명, 재판기록 등 사적인 정보도 담겨 있어서 놀랐습니다. 얼마든지 문제 삼을 수 있는 수위의 정보들입니다. 증거라고 제출된 자료들에는 해당 사건과 무관한 예전의 일상적인 대화, 가족의 이름과 관계, 타인이 알 필요가 없고 알아서도 안되는 사생활들이 노출되어 있었습니다.

당기위원회에 해당 부분들을 하나하나 적고 그 사유와 함께 삭제 후 열람해 주실 것을 요청했습니다. 피제소인 뿐 아니라 제3자들은 사생활을 보호받아야 할 권리가 있으며, 제소사실 자체는 제소인의 일방적인 주장인 상황일 뿐 제소인이 주장하는 죄로 인정이 될지 말지 여부는 조사를 거쳐 판단할 수 있는 일입니다

아무리 처벌을 요구하는 제소장이라 하더라도 당기위원회는 제도권의 사법부와 다릅니다. 공적인 기관에서 저와 무관한 타인이 판단을 하기 위한 재판서류로 저라는 사람의 정보를 보는 것과, 당이라는 공동체에서 운영하는 기구는 같을 수 없습니다. 저와 당직자와 당기위원 모두 직간접으로 연관된 당원들입니다. 이들과 앞으로 만나고 일을 할 수도 있습니다. 저와 무관한 타인이 아니라 관계를 맺고 살아야 하는 당원들한테 제가 원하지 않는 사생활과 정보들이 노출되는 건 당이 막아줘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이 사안과 무관한 제3자들한테는 어떤 당의 당원들한테 자신의 정보가 노출되고 있는 상황 자체가 권리의 침해입니다. 제소장부터 저와 제3자들의 권리를 고려하지 않은 인권침해 요소가 많았습니다. 내 권리가 소중하듯 타인의 권리도 소중합니다.

앞으로 당기위원회에서 제소장을 제출할 때 가이드라인을 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피해 사례를 기술하더라도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도록 주의할 점을 정하고, 간사가 제출된 제소장을 검토해 권리침해 요소에 대해 검토한 후 회람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피제소인의 권리를 보호할 절차가 없습니다.

저는 경기도 당기위의 연락을 받고 의아했습니다. 제일 먼저 경기도당 사무실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떠올랐습니다. 출석을 해야 하면 어디로 가는 건가.. 제 활동 근간은 서울시당이나 중앙당이어서 경기도당기위가 다루는 게 맞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일반적으로 형사사건도 피고의 관할지역에서 재판하는 걸로 압니다. 피제소인은 제소가 되었을 뿐 죄인이 아니며 당원으로서 권리는 동일합니다. 그런데 저는 제 의사와 무관하게 서울시당, 중앙당, 경기도당으로 이첩되었고, 지금은 경기도당 당기위도 사고지역이 되어 현행 규정상 광주(전라남도의 그 광주) 당기위원회로 이첩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서울시당 소속인 제가 광주시당 당기위에서 조사를 받아야 한다면 인접시도당기위 이첩이라는 규정은 한반도 내의 모든 시도당협에 다 적용 가능할 것입니다.

제 사건을 통보받은 후 저는 서울시당기위에서 조사받길 원한다고 했습니다. 제소인도 서울시당 소속이고, 제소인의 주장내용에 서울시당에서 만든 반성폭력지침을 위반했다는 제소사유가 있고, 제가 시급히 업무를 정지시켜야할 당직을 맡은 것도 아니니 서울시당기위의 구성을 기다려 조사를 받고 싶다고 했지만, 현행 당기위 규정으로는 피제소인은 시도당기위를 선택하거나 기피할 수 없다는 답을 들었습니다. 단 제소인이 소를 취하하고 다시 서울시당기위가 구성된 후 제소할 경우 가능하다고 했으나 제소인의 거부로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저는 이 규정에 대해 다시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당기위 규정에 없다면 다른 상위 규정에서 피제소인의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겠느냐고 물었고, 현행 규정상 없다는 답을 들었습니다.

제가 찾아본 당규로 보면, 4장 당원 등의 권리와 의무에서 제16 5, "당원으로서의 권리침해에 대하여 당규에서 정하는 절차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요구할 권리" 조항으로 근거를 찾을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조차 어떤 절차를 밟아서 이의제기를 해야 하는지는 여전히 모르겠습니다.

당기위원회 규정에 피제소인은 재판부가 될 시도당(보통은 소속 시도당이 되겠지만 지금처럼 사고가 많고 연달아 타시도당으로 이첩되는 경우)을 선택하거나 기피할 방법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리적인 거리도 당연히 고려되어야 하고, 활동근거지인 시도당이어야 자신을 방어할 증인, 증거, 객관정황들을 수집하고 판단할 수 있는 자원이 많습니다. 당기위원회에 참석해서 진술을 할 경우에도 타시도당은 당연히 피제소인에게 불리한 조건이 됩니다. 이는 당원으로서 권리를 침해받는 사례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광주까지 이첩되어야 한다는 현 상황을 보니 더욱 이에 대한 권리 보호 규정이 제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셋째, 당기위원회별로 고유의 이메일 계정이 있어야 합니다.

제 사건은 서울시당, 중앙당, 경기도당으로 이첩되는 과정에서 해당 기관의 공식메일계정으로 전달되었습니다. 경기도당에 별도의 당기위원회 전용 메일계정을 만들어 주실 것을 요청해서 만들어 주셨습니다. 당기위원회라는 업무의 특성상 민감하고, 보호받아야 할 개인의 행동이나 정보를 취급하게 됩니다. 그런데 누가, 어떤 범위까지 관리하고 들여다볼지 모르는 당의 공식메일 계정을 함께 사용한다는 것은 당원의 권리를 보호하지 못하는 일이고, 해당 메일들이 어떻게 처리되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도 3개 지역을 통과하면서 저와 3자들의 정보가 노출된 제소장을 누가 어디까지 보았는지 알 수 없어 불안하고 불쾌했습니다. 당기위원회는 별도의 메일계정을 만들어 해당 간사와 위원들만 취급하도록, 지금보다 철저하게 당원들의 인권을 보호할 수 있도록 정보처리 절차에 세심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넷째, 어쨌든 탈당을 하게 되었고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제 사건은 아직 심의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규정대로라면 58일에 결과를 발표해야 하지만 경기도당기위는 선거 업무 때문에 회의를 열지 못했고, 저는 상황을 전해 받고 기다렸습니다. 어차피 경기도당기위에서 한 달 넘게 기다리느니 서울시당당기위 구성을 기다리는 게 맞겠다고 생각하고 재차 요청했지만, 현행 규정상 방법이 없기 때문에 기다려달라는 답변 외에는 할 수 없었습니다. 선거시기와 맞물린 상황이어서 저도 이해하고, 번거롭게 해서 죄송하다고 거듭 말씀드렸습니다.

 

이제 선거가 끝났고 사건에 대한 심의에 들어간다면, 저는 위 두 번째 이유에 해당하는 권리구제 절차를 밟을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어제 날짜로 경기도당기위원회도 사고지역이 되었고, 다시 인접시도당으로 이관되어 또 이 절차와 요구를 반복할 생각을 하니 지칩니다. 그리고 지금 당이 이런 문제들을 제대로 처리할 수 있는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1월에 이미 탈당을 결심한 이유는 데이트폭력 폭로사건에서 서울시당과 중앙당이 보여준 대처방식 때문이었습니다. 우리 당은 미숙하고 부끄러웠습니다. 피해자 중심주의를 실천한다며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 한 번 없이 즉각 피해자, 가해자를 규정하고 당원도 아닌 지목자들의 정보를 공개적으로 노출하면서 성폭력사건으로 규정하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당과 당직자들이 비당원인 지목자에게 고소를 당하기도 했는데 이는 정당한 투쟁을 하다 당한 고소와는 다른 종류의 것이라 저는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데이트폭력 가해자, 성폭력 가해자로 규정하는 일에도 성급했고, 존재하는 당의 규정도 제대로 해석하지 못했다는 내부 비판에 직면했고, 당 안팎에서 항의와 비난이 있었지만 이를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떤 경우든 처리해야 할 사안을 대하는 공당의 첫 번째 순서는 사실관계의 파악입니다. 우리 당은 그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채 여성주의 정당을 표방하며 피해자 중심주의 ‘2차가해 방지만을 말했습니다. 그리고 성급하고 거친 대응으로 결국 시당위원장이 사과문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저는 폭로 사태 때 폭로자이며 제소자인 당원한테 가해자로 지목한 사람의 아이들과 아내를 거론한 대목을 지워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무차별한 대중을 대상으로 한 실명 폭로 사건에서 아이들의 병력과 아내를 거론하는 발언은 사건과 무관한 사람들한테는 또 다른 가해가 되는 상황이라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폭로자의 글을 공유한 당원과 지인들한테도 제 눈에 보이는 사람한테는 부탁했습니다. 폭로자에게 해당 대목은 삭제해달라고 요청했으니 조금만 기다렸다가 삭제한 후 다시 공유해달라고 말했습니다. 일부 당원과 지인들은 공유를 취소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폭로자는 해당 대목을 지우지 않겠다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혔고 저는 더 이상 요청하지 않았습니다. 이게 제가 2차 가해자로 제소된 가장 큰 사유입니다.

 

제가 아이들과 아내 거론 대목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한 사실에 대해 몇몇 당원들이 2차가해 주의 경고를 전달했습니다. 저는 그 요청을 2차가해라고 한다면 진보정당 당원으로서 인권감수성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여성의 권리만큼 아이들의 권리도 소중합니다. 내 권리를 지키기 위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됩니다. 해당 사건을 대하는 중앙당의 무책임한 태도와 서울시당의 어설프고 성급한 대응, 그리고 이후에 벌어진 당 안팎의 항의와 비판에 대해 당직자와 당원들이 보여준 태도를 보며 저는 당 활동을 접기로 결정했습니다.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하지만 탈당계를 쓰지 못한 상황에서 제소가 되니 이를 피해 탈당한다고 오해를 받을 수도 있고, 만일 당이 이런 행위를 2차가해로 규정한다면 저는 이참에 말 많고 탈도 많은’ 2차 가해와 피해자 중심주의에 대해 말도 해보고 싶어서 제소 후 줄곧 조사를 기다렸습니다.

당원간담회를 즉각 열고, 반성폭력 지침을 만들고, 피해자대리인과 대리인 지원단을 꾸릴 만큼 신속한 대응을 보여준 서울시당이 당기위원회를 신속하게 꾸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저는 탈당을 합니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는 제소사건이지만 제가 가진 문제의식이 당에 남은 분들게 전달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제 책임은 아니지만 제소한 시기가 선거와 겹쳐 본의 아니게 경기도당 당기위원회를 번거롭게 했습니다. 58일에 심의결과가 나와야 하는 사건이 지금까지 심의회의를 못 열었을 정도로 사실상 줄곧 사고 상태였습니다. 이를 비난하려는 건 절대 아니며 경기도당 당기위원회는 제 질문과 요청에 최선을 다해 응대하고 노력해 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말이 길어졌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사건들을 보면서 당이 새롭게 천명해야 할 원칙이 여성주의 정당으로 거듭남뿐이라면 저는 같은 비판과 도전에 직면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여성주의 정당이라는 대의는, 합리성, 절차의 정당성, 보편의 상식, 인권보호와 같은 진보운동의 소중한 결실 위에서 세워져야 하는 것이지 그 토대를 훼손하면서 홀로 존재할 수는 없습니다. 이번 사건에서 당은 여성주의 관점이 부족해 비판 받은 게 아닙니다. 이를 차근차근 되짚어 보았으면 합니다

당원이란 게 자부심이던 때도 있었는데 많이 실망하며 떠나게 돼서 유감입니다. 남은 분들의 평화와 안녕을 기원합니다.

 

2016 430일 구로당협 이선옥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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