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오 전 당원이 드리는 글

by 구형구 posted Apr 23,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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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오 전 당원이 보낸 글입니다. 당적이 없어 본인이 올릴 수 없기에 대신 올립니다. 오랜 친구의 부탁에 따라 개인 자격으로 올리는 것이며, 공적 업무와 무관함을 확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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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

 

저 때문에 당과 당원 여러분이 겪고 계신 이 고통에 대해 뭐라고 사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나아가 저와 닿는 인연을 가지셨다가 고통 받으신 모든 분들에게 사죄드립니다.

 

제가 주제넘었습니다. 사람과 운동에 대해 안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명감이 필요하고 그에 따른 욕망의 절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매일 갱신하며 더욱 나아질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런 태도로 때로는 주변 사람들에게 힘을 준다고 착각하기도 했습니다만, 이제는 압니다, 말투부터 몸짓까지 그냥 존재 자체로 훨씬 많은 분들을 힘들게 했다는 것을.

 

이른바 조직운동으로서도 아니 최소한 저의 조직운동으로서는 욕망이 곧 정치이고 욕망이 곧 운동인 세상을 만났을 때 파산이 예정되어 있었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돌이켜보면 저의 청년 시절에도 원래 세상은 그랬습니다. 그저 그 시대가 각자의 욕망과 고통에게 말할 자리를 허용하지 않았을 뿐이었다는 간단한 사실을 아는 데에 이렇게 오래 걸렸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에도 하나만 알고 둘은 셋은 백은 몰랐습니다. 비정규직 주체라는 기대만 있었지, 그런 기대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엮여 돌아가는 세상에서 발생하는 상처, 관계 단절, 고통 등등에 대해 경시했습니다. 딴에는 나이 먹어가며 그런 것에 제가 좀 더 예민해졌다고 착각했습니다. 제가 참견해서 몇 사람 잠깐 좋은 해결을 본 것 같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잘못 참견한 것은 더 많았고 오히려 제가 당사자인 문제들조차 많이 놓쳤습니다. 더 근본적으로는 제가 일부의 아픔을 직시한다고 착각하고 있던 같은 시공간에서 제가 유지하는 활동의 관성 자체가 훨씬 많은 관계의 고통을 양산하고 있었다는 생각에 확실하게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이제야 알게 되어 죄송합니다. 바로 제가 문제였습니다.

정말 죄가 많습니다.

 

내려놓습니다.

이런다고 해서 제가 용서가 되겠습니까마는, 전반적 상식이 저의 퇴장을 명하고 있습니다. 상식에 따르고자 합니다. 저로서는 상식을 따르는 것밖에는, 상식에서 일탈하지 않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이 와중에도 퇴장하는 죄인 걱정까지 하셨던 분들의 걱정이라도 덜어드리도록 살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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