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조사보고서에 대한 입장을 밝힙니다.

by 구교현 posted Jul 06,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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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조사보고서에 대한 입장을 밝힙니다. 


1.

당원과 지지자 여러분께, 그리고 저와 함께 운동을 했던 모든 분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저는 비공개조직이 특정 개인에게 권한이 집중되어 있었고, 이로 인해 구성원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거나, 오류가 제때 시정되지 않는 문제들이 초래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조직 구조를 혁신하기 위한 저의 노력이 부족했고, 누적된 문제는 지난 2월 폭로의 한 원인이 되었습니다. 

또한 피해를 호소하는 청년들을 충분히 살피지 못했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성과에 주력해야 한다는 이유로, 주변을 돌아보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천천히 신뢰를 쌓고 의견을 모아가려는 노력은 지금도 여전히 부족합니다. 이런 점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2. 

장기간 진상조사위원으로 고생하신 분들에겐 죄송하지만, 
진상조사위 보고서를 읽으며 너무나 괴로웠습니다. 

“구교현의 노동당 대표 출마를 위해 (노조의) 기본 원칙을 위반하면서까지 조급하게 알바노조 활동을 강화한 것 아닌가”라는 평가가 있었습니다. 그 말인 즉, 제가 노동당 대표가 되기 위해 알바노조를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것입니다. 너무나 모욕적입니다. 언더조직이 아무리 문제가 있었다 하더라도 한 활동가의 운동과 알바노조라는 별개의 조직에 대해 이렇게까지 모욕을 주셔야 했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저는 오랜 사회당 당원입니다. 장애인운동을 하던 시절, 수도 없이 보수 정치인들을 찾아다니며 우리의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머리를 조아려야 했습니다. 그들의 동정과 시혜를 보면서 독자적인 진보좌파정당이 필요하다는 신념은 더욱 강해졌습니다. 저는 알바노조에서 최저임금1만원 정치화를 걸고 당 대표 출마의사를 밝혔고, 두 달여간 노조 내 논의를 가졌습니다. 반대하는 조합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노력했고, 최종적으로 운영위원회의 결정을 받아 대표에 출마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생략한 채 알바노조가 저의 대표출마를 위한 수단이었다고 간단히 말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안타깝게도 이것은 알바노조의 명예까지 훼손한 평가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재정지원을 받은 것은 처음부터 노조의 자율성에 관심이 없었다는 것”이라는 평가 또한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저는 상근활동가들의 활동비를 마련하기 위해 김길오 전 당원을 비롯한 여러 선배들에게 제안해 별도의 후원을 받았습니다. 방식이 옳지 않았던 것은 사실입니다. 이를 하루빨리 중단시키지 못한 것은 저의 책임입니다. 그러나 저와 활동가들은 자체적인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전국을 다니며 후원회원을 모으고 후원주점을 열고 물품을 팔았습니다. 자율성이 훼손됐다고 평가하려면 근거가 필요하지 않습니까. 제 임기 동안 후원자들에 의해 자율성이 훼손된 사실이 있는지 제대로 묻지도 않은 채 “그랬을 가능성이 있다”도 아니고, “노조 활동가가 노조의 자율성에 관심이 없었다”고 판단하는 것은 비난에 가까운 평가 아닌가요?

“언더조직은 알바노동자들을 동원 대상으로 바라보았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동원’이라고요? 알바노조는 오랜 기간 신촌, 홍대, 혜화 등 서울 곳곳을 돌며 편의점, PC방, 커피전문점 등에서 일하는 알바노동자들을 만났습니다. 숱하게 많은 노동자들을 만났음에도 그들 중 조합원이 된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습니다. 그것이 알바노동자들의 처지입니다. 알바노조 활동가들은 휴일도 밤낮도 없이 투잡, 쓰리잡을 뛰는 알바노동자들과 함께 하려고 끝도 없이 다가가고 제안하고 고민했습니다. 그 결과로 작게나마 공동체를 이룬 것입니다. 그럼에도 노동당의 진상조사위원회가 타 조직의 운동을 이렇듯 폄훼할 수 있는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지난 4월3일, 3시간가량 조사를 받았습니다. 저를 조사한 한 조사위원은 “안가를 운영했던 사람들은 똘아인가?”, “알바연대 대표는 바지사장인가?”, “청년진보당 애들”, “청년좌파? 촌스럽다”와 같은 말들을 했습니다. 무거운 분위기에서 사실관계를 파헤치려는 날선 질문들 속에 실린 모욕적 말들로 저는 당혹스러웠습니다. 조사위를 신뢰하고 조사에 성실히 임하기로 한 상황이라 이러한 언사에 문제 삼진 않기로 했었습니다. 저 하나의 모욕으로 묻어두려 했습니다. 다만 당시 화가 치미는 것은 어쩔 수 없었고,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보고서의 평가들을 보니 그 분의 말이 다시 들리는 듯합니다. 이 같은 말들은 제게 그 어떤 성찰적 반성도 불러일으키지 못합니다. 오히려 제 역사를 부정하고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들게 할 뿐입니다지금으로선 그 분이 어떤 뜻으로 이러한 말들을 했는지 궁금할 뿐입니다.


3.

진상조사위 보고서는 서문에서 ‘당 운영 문제에 집중했다’고 밝혔으나, 정작 보고서에서 당에 대한 언급은 특정인의 재정지원이 간접적으로 당에 영향을 줬다는 정도입니다. 이번 조사에서 언더조직이 당 운영에 광범위하게 개입했다는 폭로는 확인되지 않은 듯 보입니다. 제가 대표를 맡았던 시기, 사실상 언더가 당을 좌지우지 했다는 감당하기 힘든 비난을 들은 저로서는 허탈감이 들 정도입니다. 


4. 

저는 비공개조직 활동을 했고, 알바노조와 노동당 대표를 지냈기에 현 사태에 대한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오늘부로 전국위원을 사퇴하고, 앞으로도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가지겠습니다. 남성, 나이 등 저의 사회적 권력을 항상 경계하고, 낙인과 불명예, 제가 함께한 운동의 실패를 짊어지고 살아가겠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과도한 평가와 사실관계가 결여된 판단에 따라 저에 대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결론은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현재의 보고서에 따른다면 제가 행한 가해행위가 무엇인지, 제가 낙태관련 문서를 읽힌 사실이 있는지, 관련 행위들에 동조한 것인지, 알고도 방조한 것인지 등에 대한 언급이 없습니다. 처벌의 핵심사유로 언급된 낙태관련 문서에 대해 조사과정에서도 문서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럼에도 문서가 있었다는 이유로 포괄적인 책임을 묻는 것은 수긍하기 어렵습니다. 당의 징계절차가 시작된다면 이 또한 성실히 임할 것입니다. 다만, 징계를 내린다면 그 사유가 분명해야 이번 사태가 수습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제가 질 수 있는 책임 이상에 대해 말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제가 모든 것을 떠안고 가겠다고 말한다 한들 그것이 이 사태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로 비춰지기도 어렵습니다. 비공개 조직은 명확한 체계와 형식이 없었고, 조직운영자와의 만남에서 가지고 있는 각자의 경험도 다릅니다. 저 또한 낙태관련 문서를 청년들이 읽었다는 사실을 이가현 전 위원장 폭로에서 처음 알았습니다. 결국 이 문제는 이 운동을 함께했던 동지들 각자의 반성과 성찰로 정리되어야 할 것입니다. 각자가 질 수 있는 책임을 밝히고 이를 성실히 이행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글을 통해 입장을 밝히고, 공개적인 논의의 장을 여는 것도 가능하다 생각합니다. 당의 처분을 받는 것과 함께, 이번 일에서 제가 해야 할 역할을 찾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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