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은 누구를 위한 누구에 의한 당입니까?

by lovely queer posted Apr 03,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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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당에게 묻습니다.]

<노동당은 누구를 위한, '누구에 의한' 당입니까? >


안녕하세요 강한새입니다.

노동당원 강한새입니다, 라고 말씀드리기는 어렵겠네요. 지속되는 투병과 치료비조차 후원을 받아야 할 정도의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당원으로 특별한 활동을 한 것도 없고, 당비 납부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형편이니까요. 그렇지만 노동당의 여러 활동들을 보며 내가 노동당원이고, 노동당 지지자라는 것이 기쁘고 멋지다고 생각해왔습니다.


이 영상을 보고 고민 끝에 글을 씁니다.

https://www.facebook.com/laborkorea/videos/351355614988302/


노동당은 누구를 위한 당입니까?

아니, 누구에 의한, 당입니까?

계단 앞에 버려진 휠체어, 묶여진 소녀들...

영상을 보고 뭐라 말할 수 없이 불쾌하고 슬펐습니다.

여러 수사들과, 버려진 휠체어 같은 도구들, 아니, 영상의 구도 자체가, 말도 안 되는 것 같네요.


가장 단적으로 드러난 '계단 앞에 버려진 휠체어' 만 놓고 생각해봅시다.

이것이 상징하는 것은 장애인이겠죠.

사회로부터 배제된, 낙오자인 장애인.

신지혜 후보는 (노동당원으로) 길을 가며 이 풍경을 보아온 것이 맞습니까?

글쎄요. 노동당, 그리고 여러 장애운동을 하고 있는 당사자들이, 누군가가 길을 가며 구원해주기만 기다리고 있었던가요?


'동정과 시혜에서 벗어나 사회와 삶의 주체로'

장애운동의 오랜 구호 중 하나입니다.

다시 묻고 싶습니다.

신지혜 후보는 어떤 길을 걸어온 겁니까? 혹은 어떤 길을 걸어왔다 말하고 싶은 겁니까?

버려진 장애인에게 연대하는 것? 그건 그냥 구호단체죠. 시혜적 구호 사업이고, 그건 새누리당도 더민당도 하고 있는 장애인 정책 기조이고, 온 사회가 장애인을 대하는 방식입니다.


노동당과 여러 장애 단체에는 저 말고도 여러 당사자들이 많습니다.

그 당사자들이 해온 활동은, 감히 제가 판단하기에, 누군가가 길을 가며 버려진 휠체어를 목격하고 구원해주길 바라는, 그런 활동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군'위안부'를 비롯한 성폭력생존자들, 여성, 성소수자, 세월호 희생자를 비롯한 참사 피해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이 홍보영상에 대해 문제의식을 제기합니다.

장애, 여성, 성소수자 운동 등은 엄연히 당사자가 주체적으로 하고 있는 운동이며, 노동당의 가치는 적어도 노동당 내의 당사자들의 주체성을 비롯, 그런 당사자 운동과 당사자 운동의 주체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저는 신지혜 후보가 그간 해온 활동들을 부정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진의를 의심하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이 영상은 그 진의를 의심하게 만든다는 것이고, 우리가 지키려고 해온 그 가치들을 모조리 부정하는, 굉장히 시혜적이고 모욕적인 영상이라는 것입니다.


대체 이런 영상을 만든 제작자와, 이 영상을 통과시킨 선본과, 이 영상에 어떤 문제 의식도 느끼지 못한 채 홍보 영상으로 게재한 당 홍보 담당 및 집행부는 어떤 생각이셨던 건지 궁금합니다.


장애여성, 성소수자, 청년 빈곤층으로서, 저는 이런 시혜를 원치 않으며, 구원자도 필요치 않습니다.

저라면 그럴 것 같습니다.

시혜적 우민화 정책을 쓰는 보수정당이라면 모를까, 진보의 가치를 내건 정당이 이런 홍보를 한다면, 저라면 찍지 않을 겁니다. 표 주지 않을 겁니다.


또한 이 영상은 그간 열심히 싸워온 장애인을 비롯한 당사자 당원들의 노고와 성취들을 깡그리 무시하는 모욕이기도 합니다. 장애인 당사자, 성폭력 피해 생존자, 해고노동자를 정말 동등한 당원으로, 함께 싸우는 동지로 생각하면 어떻게 이런 묘사를 할 수 있습니까? 게다가, '버려진'이라니요. 누가 버린 겁니까. 누구에게 버려진 겁니까. '묶인' '소녀' 라니요. 정말 그 정도의 감수성 밖에 없는 겁니까.

홍보 영상의 젠더, 장애 감수성과 인식에 모욕감이 치밀어 견딜 수가 없네요.


다시 묻습니다.

노동당은 누구를 위한, 누구에 의한 정당입니까?


선본은 해당 영상을 삭제하고 중앙당 또는 중선위 차원에서 당원들과 대중들에게, 당사자들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해주시길 요구합니다.


금요일에 수술을 앞두고 있다가 아래의 영상을 보고 화가 나서 잠을 잘 수가 없더군요.

수술이나 잘 받고 무시하고 말까, 고민 많이 했습니다만.

당원 여부를 떠나 노동당에 애정을 가진 지지자로서 이런 문제 의식을 나누고 싶어 상처 받은 마음 꾹꾹 눌러 담고 쓴 글이니 부디 치열한 고민과 진정성 있는 답변이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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