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과 메갈리아, 노동당 논평에 관한 논란에 부치는 글.

by 고은산 posted Jul 22,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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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원 여러분들께.>
- 노동당/정의당의 페미니즘 논평에 관한 논란에 부쳐 -


 사실 메갈리아는 문제가 아니다. 사람들은 메갈리아 이전에도 꼴페미라는 단어를 사용해서 "옳은 페미니즘"을 구분해왔다는 걸, 그리고 그들이 '꼴페미스러운 생각'이라고 혀를 차던 것들이 지금에 와서는 의미있는 문제제기가 되었다는 것을 나는 안다. 모두가 안다. '한남충'이나 '재기해'라는 단어들을 사용하지 않았던 시절, 메갈리아와 미러링이란게 없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그 시절의 여성주의 활동가들에게 세상은 호의적이었나? 그런 적은 단 한번도 없다. 그들의 발언들은 하나하나 조각으로 쪼개져 꼬투리가 잡히거나 조작/왜곡되어 조롱받았을 뿐이다. 급진적인 꼴페미라는 낙인과 함께 말이다.


 어쩌면 민주화의 꿀을 빨던 시대에, "욕망과 아버지"에 충실한 보수 청년을 경시하고 감성에 기대어 꼰대질을 일삼는 사회에 대한 반감이 일베를 만들었던 것처럼, 비슷한 방식으로 메갈이 만들어졌을지도 모르겠다. 인터넷 사회에서 여성의 배척과 만연한 혐오발언들은 결국 '여성들이 마음놓고 놀 수 있는 커뮤니티'를 필요로 했고, 여성시대나 쭉빵 등으로 대표되었던 그러한 커뮤니티들은 분노가 더해져 메갈리아가 되었다. 사실상 메갈리아는 해방구라기보다는, 여성의 목소리를 격리하고 격리하던 이 구조가 만들어낸 마지막 공간이다. 그들이 급진적이고, 과도하고, 분노에 가득차고,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한다고 당신이 느끼는 건 그 때문이다. 그동안 사람들은 무얼 했는가. 그동안 우리는 무엇을 했는가.


 내가 이런말을 한다면 당신은 항변할지도 모른다. 나는 여성인권을 위해 많은 걸 해왔다고. 니가 뭔데 날 판단하냐고. 걱정하지마라. 나는 당신을 단죄하고자 이 글을 쓴 게 아니고, 그럴 자격도 없다. 이건 당신에게 판결을 내리는 현장이 아니다. 그렇게 받아들이지 말아라. 나는 그저 당신에게, 지금까지 당신이 해와도 바뀌지 않았던 이 구조가 메갈리아를 통해 조금씩 흔들리고 있음에, 우리는 운동을 하는 사람으로써 부끄러워하고 반성함이 먼저가 되어야하는게 아닌가를 묻고싶을 뿐이다.


 당신이 아무리 그들이 옳지 못하다고 생각해도 그들을 전부 총쏴죽일게 아니라면, 우리는 같이 살아가야하고 그걸 모색해나가는게 정치다. 그러기 위해 모인 정당의 당원들이, 무엇보다 노동을 말하는 진보정당의 당원이라는 사람들이, (애초에 일베 운운하며 차이를 구분 못하는 것부터가 실망스럽지만 그보다) 메갈리아의 활동을 후원하는 티셔츠를 샀다는 이유만으로 노동관계가 왜곡되는걸 옹호하는게 나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지금 당신들이 분노하는 이유가, 기본적인 노동권이나 자신의 사상으로 차별받지 않아야하는 차별금지법이라는 가치들이 희석될만큼 대단한 건가. 당신들이 당신들의 적과 다른 점이 대체 무엇인가.


 당신이 그렇게 멀리있는 투로 선비처럼 이야기할 수 있는건, 이 문제에 대해 멀리 있기 때문이다. 당신이 연대하던 현장을 떠올려라. 그리고 그 현장, 민주노총에 쏟아지던 비난들, 폭력 집회라거나 (사실은 조작된 증거의) 쇠파이프나 화염병 같은 게 진보와 무슨 관련이 있냐던 그 비아냥들을 기억하자. 그리고 바라보자. 사회에 끼친 악영향이란 기껏해야 폭력적이고 반인륜적인 인터넷 게시글 몇개가 전부인 그들이 현실세계에 폭력을 끼칠 것이라고 막연히 두려워하고 있지 않은가. 대중들이 운동조직을 바라봤던 것처럼 말이다. 그들은 설령 그렇게 말하더라도 모든 남자의 성기를 자르거나 물어뜯지는 않는다.(당신이 혹여나 방관하며 이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면 물지도 모르겠지만 아마 아닐거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지는 않는거 나도 안다. 그러나 반대로 그 과정에서의 엇나감이 그들의 메세지를 희석시키지는 않는다. 운동의 순수성, 순결함은 신화일 뿐이다. 모든 운동조직과 방식은 한계와 비판이 존재하지만 그들은 자정할 수 있다. 당신들은 메갈리아의 소수자 혐오를 이야기할지도 모르겠지만, 메갈리아가 결국은 소수자 혐오발언을 멈추고 그런 사람들을 워마드로 밀어냈다는 점에서, 도리어 그들은 스스로가 자정능을 갖췄다는 걸 보여주었다. 우리는 그들과 연대해야한다. 결국 그들이 이루고자 하는 방향, "여성인권의 신장과 성차별 극복"이 우리가 이루고자하는 방향과 같기 때문에 말이다.


 기억하자. 우리는 누군가가 착해서 연대하는 게 아니다. 그들이 말하고 주장하는 방향이, 이 운동의 결과가 옳기 때문에 연대하는거다. 그걸 잊지 않고 있는 우리 노동당의 논평을 되려 자랑스러워하자. 교사가 되기 전에 동지가 되자.



노동당 강원도당 원주/횡성당협 당원 고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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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당게를 왔는데, 인터페이스와 디자인이 몰라보게 깔끔하고 단정하게 변했다. 항상 고생하시는 당직자분들께 불민한 당원으로써의 사과와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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