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활동가가 두려움 없이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갑시다.

by 신지혜 posted May 19,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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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활동가가 두려움 없이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갑시다.



희는 최** 씨로부터 지속적으로 온라인상의 명예훼손과 모욕에 시달린 여성 활동가들입니다. 수년간 최씨는 여러 여성 활동가들의 이름을 거론하며 성적 모욕과 사생활 비하 발언을 퍼부었습니다. 저희 중 다섯 명은 최씨를 상대로 형사 소송을 제기했고, 2017년 2월 14일 최씨는 법원으로부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명예훼손) 위반]으로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200시간을 선고 받았습니다. 그러나 최씨는 이후에도 비슷한 행위를 반복하고 있고, 그간 저희가 몸과 마음으로 겪은 고생에 비추어 볼 때 더욱 엄중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저희 중 네 명은 형사에 이어 민사 소송을 제기한 상태입니다.


저희들은 여성으로서 성적인 조롱과 비하 발언뿐 아니라 각자 성애 상대와의 성적, 경제적, 사회적 관계에 관한 추문을 감내해야 했습니다. 최씨의 처벌은 허위 사실 유포로 인한 명예훼손으로 “죄질이 불량하다”고 판결이 난 것입니다만, 저희는 이 사실이 허위인지 아닌지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누구나(젠더와 섹슈얼리티가 무엇이든!) 우리가 만나고 싶은 사람과 만나고, 가고 싶은 곳에 가고, 우리가 원하는 형태의 삶을 살 수 있습니다. 다른 누구의 간섭 없이 말입니다.


여성 활동가의 활동과 삶 전반을 위축하는 행위를 중단할 것을 최씨에게 요청합니다. 최씨와 비슷한 행위를 하고 있는 가해자가 있다면 그 또한 즉각 멈추십시오. 더 간절하게는 최씨가 하는 것과 같은 종류의 말에 호기심을 가지고, 진위를 판별하려 하고, 다른 이에게 퍼뜨리는 행위를 모두 함께 중단합시다.


최씨의 언설 중 상당 부분은 저희의 앞이나 뒤에서 수군거리던 사람들의 입에서 나온 말들을 확대, 왜곡하고 있었습니다. 여성 활동가의 사생활과 성애 상대와의 관계가 활동과 무슨 연관이 있을까요. 악의가 아니라도, 선의라도, 아무 생각이 없었어도, 단순한 호기심이었어도 우리의 행위가 누군가 악한 사람 또는 병든 사람에게는 망상의 재료가 될 수 있습니다. 잘못은 명백히 가해자 한 사람이 저지른 것이지만, 그가 불씨를 당겨 활활 태울 수 있던 장작은 저희가 서로 “동지”라고 부르던 우리 중의 누군가가 제공한 것이었습니다.


사건을 알고 그간 위로하고 지지해 주신 분들께 사건의 경과를 알리는 동시에 저희를 포함해 우리 안의 폐습을 쫓아내기를 바라며 이 글을 드립니다. 성적 모욕, 성차별, 사생활 비하는 개인에게는 존엄을 침범하는 일이며, 여성 활동가 일반에게는 활동의 범위와 종류를 제약하는 일이 됩니다. 우리 서로에게 지나치게 무례하지 않았는지 저희를 돌아보며 여러분께도 여성 활동가에게 예의를 갖춰 주시기를 간청하는 것입니다.


최씨에게 모욕을 당한 여성 활동가들이 몇 분 더 계신 줄로 압니다. 원하신다면 법적인 처벌에 나설 것을 권유 드립니다. 최씨에게서뿐 아니라 비슷한 일을 겪으신 여성들 역시 용기를 내시기를 부탁드립니다. 형사 소송은 변호사 없이도 진행할 수 있고 여성 단체들에서 제공하는 무료 법률 상담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저희는 수동적으로 상처 입은 피해자를 넘어 한 명의 여성 활동가로서 다른 여성 활동가들이 자유롭고 안전하게 운동을 해나갈 수 있도록 법률과 제도 안팎, 운동 사회 내외부와 일상에서의 투쟁을 계속하며 저희와 같은 입장에 선 여성들을 지지해나갈 것입니다.


김희연, 백상진, 손은숙, 신지혜, 용윤신, 용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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