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동구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by 담쟁이 posted Apr 24,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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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동구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1. 왜 우리의 갑-Dragon은 총선뉴스에서 사라진 걸까? 

많은 당원들이 그저 우리의 갑-Dragon이 울산연합의 김종훈에게 진보진영 후보단일화에 져서 본선에 나가지도 못했다는 결과만 알고 있다. 아니, 그 마저도 모르는 당원들도 많을 게다. 

단일화 결과가 발표된 것은 3월 12일, 그리고 그 하루 뒤에 열린 노동당의 전국위원회는 참 묘한 분위기였다. 다들 패배에 익숙해져서인지 표면적으로는 위축된 모습은 아니었다. 행사도 그런대로 활기차게 진행이 되었다. 하지만, 다들 마음 한 켠은 쓰린 속을 부여잡고 있었을 것으로 짐작한다. 그리고 이후 어떤 사람은 선거에 너무 바빠서, 어떤 사람은 영문을 몰라서 울산 동구 이야기는 화제에서 멀어졌다. 그러나 나는 언젠가는 반드시 울산 동구의 후보단일화에 대해서 꼭 복기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고, 가능하면 내 건망증이 작동하기 전에 기록으로 남겨야겠다는 강박을 갖고 있다. 그리고 이제 이야기할 때가 된 것 같다. 

현중노조가 주도한 후보단일화 과정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겠다. 다만 왜 김종훈에게 졌는지에 대해서만 말하겠다. 현중노조가 주도한 후보단일화의 시작과 과정에 대해서 복기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좀 더 공적인 평가의 장에서 해야 하고, 나 아니라도 할 사람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김종훈에게 왜 졌는지를 평가하는 작업은 나 같은 사람이 제격일 거라고 생각한다. 울산 외부의 사람이면서도 그 과정에 대해서 소상히 알고 있고, 현장에서 거의 일 주일을 머무르면서 그 동네 분위기를 생생하게 살펴볼 기회를 가졌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울산동구의 단일화 과정에 대한 르뽀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울산동구에서 선거를 직접 담당한 선본 동지들의 입장에서는 주마간산 격이고, 뭘 잘 모르는 글이라는 생각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외부자의 시선이라고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고 선거평가에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다. 후보로 나섰던 이갑용 동지에게도 양해를 구한다.  


2. 전략지역구인 울산동구에서 내가 본 것들


- 3월 7일, 울산 현지에 도착해서 보니 처음에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승산이 꽤 있는 선거는 아니였다. 현중노조 8대 위원장, 민주노총 2대 위원장, 울산 동구청장이라는 화려한 이력으로도 이길 수 없는 선거가 있을까? 그것도 현중노조 조합원을 상대로 한 투표인데? 그러나 결과적으로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패할 소지가 너무 많은 단일화 게임이었던 것 같다. 

- 쉽지 않은 게임이라는 판단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은 몇 가지 요인이 있기 때문이다. 첫째, 울산연합이 선거 때마다 확인되는 10~15% 정도의 확실한 지지세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중노조 조합원을 상대로 한 단일화인데, 그게 무슨 상관이냐 하겠지만 그게 그렇지 않다. 현중노조 조합원들은 현중노조 위원장 선거를 한 것이 아니라 울산동구 국회의원 선거에서 진보진영 주자로 누가 나설지 단일화 투표를 했다. 그들이 그걸 모를 리 없다. 이 점이 우선 중요하다. 현중노조의 전임 집행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었지만, 그들이  넘어서기 힘든 지점이 있다. 정치는 노동조합 선거와 다르다. 

- 둘째, 조합원 밀착형 또는 지역밀착형 조직활동을 했는가? 선본에서 노동자들의 다양한 조직과 어떻게 만났는지를 잘 모르겠지만, 한눈에 보기에도 현대중공업 출입문 캠페인이 중심이었다. 물론 현중노조 조합원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니만큼 출입문에 집중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선거에서 후보의 일정은 지역활동의 총화다. 조합원들의 사적인 모임이나 여러 모임을 방문하는 밀착형 선거운동이 없었다면 질 수 밖에 없다. 

- 셋째, 결과적으로 이번 선거는 본선이 문제가 아니라 예선이 관건이었다. 그런데 본선에 대한 준비는 되어 있었는데, 막상 예선에 대한 전략이 없었다. 김종훈은 이에 반해 예선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었다. 김종훈 후보를 막상 본 것은 이틀째였다. 그가 돌아가고 나서 땅에 떨어진 명함을 얼른 주워서 들여다 보았다. 막연했던 불안감이 현실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김종훈이어야 이깁니다"라는 커다란 슬로건과 함께 여론조사 결과 두 가지를 표시한 그래프가 선명하게 주장하는 바가 있었다. 2011년 동구청장 재선거 득표수 29,561 대 2,249. 그리고 진보단일후보 적합도 57.2% 대 21.2%. 누가 대세인지를 과거와 현재의 데이터로 주장하고 있었다. 여론조사가 신뢰성을 가질 수 있는가 하는 의문에 대해서는 말하기에는 이미 늦었다. 나도 안다. 여론조사가 어떻게 조작될 수 있는지. 그러나 이 명함 한 장이 웅변하는 바를 무엇으로 반박할 것인가? 이미 커다란 프레임전쟁에서 지고 시작한 것이다. 그들은 이번 선거의 키가 무엇인지 알았다는 뜻이다. 선거는 유권자의 마음을 얻는 전쟁이다. 선거를 대하는 유권자들의 심리를 꿰뚫고 있지 못하면 이슈 주도력을 상실할 수 밖에 없다.  

- 넷째, 현중 사측의 영향력이 커다란 변수였다. 투표일이 다가갈수록 선본 내부에서 결과를 두고 장담하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었다. 현중노조에서 모바일투표를 해 본 적이 없으니 결과를 판단할 만한 비교치가 없다는 점도 작용했다. 그러나 현중 사측에서 움직이면 20~30%의 표가 움직인다는 사실이 두려움의 근원이었다. 울산동구는 28년 동안 정몽준의 아성이다. 현중 사측이 얼마나 현장에 대한 통제력이 강한지는 조합원들의 무표정한 태도를 통해서도 알 수 있었다. 김종훈 후보 유세를 돕고 있던 어떤 여성과 함께 피켓팅을 하면서 꽤 긴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남구 주민이라는 이 여성의 말에 따르면 북구와 동구의 분위기가 영 딴판이란다. 북구에서 선거운동을 하면 며칠 지나면 사람들의 반응을 알 수 있는데, 여기는 벌써 열흘이 넘었는데 영 아는 체 하는 사람도 없단다. 현중 관리직 중에는 동구에서 남구로 이사해서 사는 사람들이 꽤 많다고 한다. 사측의 직원에 대한 장악력이 강력해서 선거 때마다 동원되기 때문이란다. 심지어는 동구에 살지 않아도 집안 식구 중 누구 하나라도 새누리당 이외의 선거운동을 하면 회사에서 가만 두지를 않는다고 한다. 

현중 사측이 움직일까? 움직일 것이라는 분석에는 근거가 있다. 이갑용 후보로 단일화되면 현중 사측으로서는 곧 단행할 구조조정에 대한 커다란 장애물로 여길 것이다. 그리고 민주파인 노조 전임집행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이갑용 후보가 달가울 리 없다. 무엇보다 이갑용 후보 자체가 강성이라 회사 측으로서는 대단히 부담스러운 상대다. 현중 사측에서 본선에서 새누리당 안효대와 맞붙어서 누가 이길지 여부까지 판단했을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어쨌든 목전의 구조조정에 대해서 두 후보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는 민감하게 체크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갑용 후보는 주요슬로건으로 반대를 천명했고, 김종훈 후보는 그 이슈에 대해서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이 지점도 사측으로서는 판단의 지점이었을 것이다. 

아무튼 다행히 사측이 움직이는 조짐은 없는 것 같다고 한다. 그러나 마지막 날 내가 본 모습은 그렇지 않았다. 나는 울산에 간 첫날부터 줄곧 일산문 앞에서 피켓팅을 했는데, 보통 점심시간이 시작되는 12시가 되기도 전인 11시 30분 무렵부터 꽤 많은 사람들이 외부 식당을 이용하기 위해서 일산문을 나서는 걸 보았다. 그런데 마지막 날은 정확히 12시가 되어야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뭔가 불안했다. 퇴근 때도 역시 그랬다. 현중 사측이 움직였을까? 마지막 날 나는 퇴근유세가 끝나고 곧바로 서울로 돌아와서 현중 사측이 움직였는지 여부를 체크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그 이후 다시 울산 상황을 물어보기 힘들어서 확인은 못했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사측에서 움직였다고 한다.

- 불안한 요소는 또 있었다. 다섯째, 우리가 김종훈 선본에 대해서 잘 모른다는 점이다. 울산연합이 왜 현중 노조만의 조합원 투표를 선선히 받았을까? 이걸 모른다는 점이 큰 패인이다. 내가 패한 원인은 알아도 상대가 승리한 원인을 모른다면 사태의 절반만 아는 것이리라. 아니 패인조차도 잘못된 분석일 가능성이 있다. 참 암담하다. 확실한 것은 저들은 지역밀착형 활동을 해 왔고, 선거에 있어서는 많이 준비되어 있다는 점이다. 여론조사기관을 운영하는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 본다.

- 여섯째, 우리가 선거를 할 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갑용 동지의 인지도가 92%였다. 이 정도의 인지도를 갖고 졌다면, 전략의 실패다. 우리는 선거를 할 준비가 안 되어 있다. 엄청난 돈과 노력을 쏟아 붓는 치열한 싸움의 현장인데, 막상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 너무 엉성하다. 후보와 선본은 물론이고, 선거운동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냥 한다. 선전선동의 장? 그런 이야기하려면 선거 그만 두어야 한다. 선거는 현대판 전쟁이다. 봉건시대에 권력을 다투는 투쟁의 성패는 누가 많은 사람을 죽였는가, 혹은 누가 전략적 요충지를 점령했는가 하는 점에 따라 결정되었다. 현대에서는 권력을 두고 다투는 투쟁이 선거다. 대의제민주주의를 채택하는 한 선거는 정당에 있어서 숙명적인 과제다. 우리가 권력을 목표로 모인 정당이라면 선거에 대해서 전쟁사를 연구하듯 분석하고 공부하고 실전에서 응용해야 한다. 그런데, 그러지를 않는다. 축적되지도 않을 뿐 아니라 허겁지겁 해치우고, 허겁지겁 다음 이슈를 쫒아서 내달린다. 이래서는 안 된다. 당원들에게 선거연구회라도 하나 만들어서 연구하고, 실전에 적용하고, 선본에 컨설팅하는 모임을 만들자고 제안을 해 보고 싶다. 이갑용 후보처럼 준비된 후보도 이런데 마구잡이로 출마하는 후보들이 지금도 너무 많다. 후보로 나서는 사람들에게 선거는 일생의 큰 사건이다. 후보 주변의 사람들에게도 그렇다. 이렇게 인생 일대의 큰 일을 급작스럽게 준비하고 가족들에게조차 충분한 응원을 받지 않고 출마하는 것은 문제다. 이렇게 가까운 사람들조차 조직하지 못했는데, 선본이라고 제대로 준비되어 있을 리가 없고, 선거운동의 전략전술에 대해서 고민할 만한 폭과 깊이가 있을 리가 없다. 제대로 준비하자. 제대로 선거하는 정당이 되었으면 좋겠다. 후보는 우리의 영웅이다. 아끼고 아끼자.


3. 그나저나 북구에서 조승수는 왜 졌을까? 

- 단일화를 위한 선거운동 막판에 조승수의 홍보물이 화제를 불러일으킨 바가 있었다. 8면으로 된 카드뉴스가 온통 왜 윤종오를 상대로 조승수를 찍어야 하는지에 집중되어 있었다. 문제가 된 대목은 “통합진보당 출신 무소속 국회의원은 승리하기 어렵습니다” 라는 대목이다. 운동진영의 많은 사람들이 비판해마지 않았지만, 우리도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나? 다만, 우리는 솔직하지 못했을 뿐이고, 예선에 대한 대비가 조승수 만큼 안 되어 있었고, 솔직하지 못했던 것이다. 역효과를 불러일으켰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맥을 정확히 짚은 홍보물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이 때문에 나는 조승수는 이길 줄 알았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조승수는 왜 졌을까? 

- 그를 잘 아는 사람의 말로는 인간성 때문이란다. 조승수가 주변 사람들을 챙기지 않는다고 한다. 울산의 집에 내려가도 사람들을 만나지도 않고, 평소에 주변 사람을 챙기지도 않아서 가까운 주변사람들이 다 떨어져나가는 스타일이란다. ‘그 사람이야 원래 그 전에도 그랬는데, 그동안은 그래도 항상 당선되지 않았나?’ 라고 물으니, 이제 갈 데까지 간 모양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선거운동 방법이 문제가 아니란다. 울산 사람들은 선거를 하도 많이 해서 언제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빠꼼이란다. 마음만 있으면 자기가 해야 할 일이 있으면 알아서 다 챙기는데, 이번에 조승수 선본에는 지역 사람들은 거의 없었고 중앙당 사람들만 와서 선거운동을 했단다. 동구도 다르지 않다는 말을 덧붙인다. 이갑용 후보가 사람을 잘 챙기지 못하고 자기만 옳다는 스타일이라며, 한 마디로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사람들이니 주변 사람들이 다 떨어져 나가는 거 아니냐고 한다. 


4. 평가는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것부터

- 모르겠다. 이 이야기를 들으니 내 모든 평가가 한 방에 나가떨어지는 것 같다. 그러나저러나 나는 썼다. 각자 나름의 평가는 이미 했을 것이다. 이제 그 평가들을 나누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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