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승무원과 객실승무원 편, 허영구의 노동시간 이야기

by 딱따구리 posted Apr 06, 2016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항공승무원과 객실승무원 편, 허영구의 노동시간 이야기

 

1. 들어가는 말

 

대한항공하면 땅콩회항사건이 떠오른다. 2014125050분 뉴욕발 한국행 대한항공 KE086 항공편이 공항 활주로로 이동하다가 10분 만에 멈춘 뒤 후진한 사건이다. 사건의 발단이 된 기내 서비스로 제공된 마카다미아넛 때문에 땅콩 리턴으로도 불린다. 당사자인 조현아 부사장은 2015212일 법원에서 실형 1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지상이동중인 항공기를 게이트로 되돌아가게 한 것은 항로를 변경 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항로변경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그 당시 그녀의 아버지 조양호 회장은 "저의 여석의 어리석은 행동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제가 교육을 잘못시킨 것 같아 죄송하다, 대한항공 회장으로서, 또한 조현아의 애비로서 국민 여러분의 너그러운 용서를 다시 한번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2016313일 대한항공 부기장 김모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객기 조종사들이 비행 전에 뭘 볼까요'라는 제목으로 "어느 분이 한 달에 100시간도 일하지 않으면서 억대 연봉을 받으면 불평등하다고 하시더군요. 국제선의 경우 비행기 이륙 최소 2시간 반 전부터 시작해 전문적인 일을 다양하게 한다라는 내용으로 조종사들의 주요 업무를 자세히 설명한 글을 게시했다. 그러자 다음날 조양호 회장은 전문용어로 잔뜩 나열했지만 99%는 새로운 것이 아니며 운항관리사가 다 브리핑해주고, 기상변화는 오퍼레이션센터에서 분석해준다조종사는 GO(가느냐), NO GO(마느냐)만 결정하는데 힘들다고요? 한 달에 100시간도 일하지 않으면서 억대 연봉을 받으면 불평등하다. 자동차 운전보다 더 쉬운 오토파일럿으로 가는데라는 내용의 댓글을 달았다.

 

이에 조종사노조는 외국 항공사와 달리 대한항공은 운항관리사가 브리핑을 해준 적이 없다, 조 회장이 조종사들을 이런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대한항공은 조종사들이 회사는 적자! 회장만 흑자!’라는 스티커를 붙였다는 이유로 노조 위원장과 집행부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는데 정작 회장은 잘못된 정보로 조종사들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딸 교육 잘못시켜 사과한 회장에게는 누가 교육을 시켜야 하나?

 

2015221일 대한항공 박모기장은 인천발 필리핀 마닐라행 여객기를 조종해 현지에 도착, 휴식 후 마닐라발 인천행 여객기를 운항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마닐라 도착이 예정보다 늦어지자 '24시간 내 연속 12시간 근무 규정'에 어긋나 조종을 거부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지난 37일 운항을 거부한 조종사를 파면했다. 315일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규정과 절차에 입각한 기장의 건전한 판단과 결정은 승객과 승무원의 안전을 위해 반드시 보장되어야 하며, 안전운항의 기본이 되는 조종사의 근무제한시간 및 휴식과 관련된 규정조차 항공사의 영업 스케줄에 밀려 지켜지지 않는 대한민국 항공산업의 후진성과 대한항공의 안전불감증을 규탄하며 해당 기장의 파면을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박기장은 재심을 요구했고, 대한항공은 325일 중앙상벌위원회를 열고 재심사를 시작했다.

 

조양호 회장의 댓글로 알려지게 됐지만 한 달에 100시간밖에 일하지 않으면서 높은 연봉을 받는 항공승무원(조종사)이나 말끔한 복장에 기내식을 제공하는 객실승무원 역시 선망의 직업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운수업의 다른 분야와 달리 이들의 노동시간과 노동과정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파면당한 박기장의 사례처럼 법과 규정을 지키는 준법투쟁은 불법이 되고 만다. 철도, 지하철, 버스 할 것 없이 공공운수분야 노동자들이 준법투쟁을 하면 대부분 불법이 되는 나라다. 지금부터 항공·객실승무원들의 노동시간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2. 항공승무원의 비행시간

 

비행기를 타는 노동자는 조종업무를 하는 항공승무원과 객실에서 안전과 기내서비스를 담당하는 객실승무원으로 구분된다. 항공승무원의 비행시간은 항공법에 따라 18시간을 기준으로 월 100시간, 1000시간을 한도로 한다. 미국도 1000시간이지만 유럽은 900시간이다. 조양호 회장은 이를 두고 한 달에 100시간밖에 일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객실승무원은 연 1200시간이다.

 

<1> 항공·객실 승무원의 비행 근무시간

비행 전 시간

비행시간

 

비행 후 시간

 

<1>처럼 항공·객실 승무원의 비행근무시간은 비행시간과 비행전후시간의 합이다. 항공승무원은 비행 전 1시간 30분 전에 출근하여 조종을 위한 제반 준비를 한다. 노탐(NOTAM : Notice To Airman), 즉 기상체크, 항로 및 공항정보 확인, 비행관련 자료(이륙비행루트착륙) 등 항공기의 운항 관리자에게 신속하게 통보해야 할 사항을 통보받는 등 비행준비를 한다.

 

국제선의 경우 객실승무원은 비행기 출발 2시간 10분 전에 출근(show up)하여 브리핑을 시작한다. 대형비행기의 경우 30분 빨라졌다. 그리고 버스로 인천공항으로 이동하고 출국절차(출국, 세관)를 거치고 기장과 만나 합동브리핑 후 보안점검을 거치고 출발 30분 전에 승객 탑승을 시작한다. 비행 중 전권은 기장에게 있고, 객실은 사무장 책임을 진다.

 

승객 탑승 후 비행기 문을 닫으면 비행기 견인 트랙터인 토잉카(Towing Car)가 비행기를 후진시켜(push back) 유도로까지 밀어주면 그 때 시동을 걸고 비행을 시작한다. 이 때부터 비행기 이륙과 비행 그리고 도착 후 엔진을 끌 때(off)까지가 비행시간이다. 임금은 항공·객실승무원 모두 기본급에 비행수당을 합한 금액이다. 인천하네다(일본) 비행 후 기내에서 4시간 체류(stay)하지만 대기시간에 대한 연장근무개념의 급여체계는 없다. 단지 1일 비행시간이 8시간 초과하는 경우만 연장근무로 인정한다는 점이다.

 

한국시간으로 싱가포르 새벽 1시 출발하는 경우를 보자. 2시간 전인 밤 11시 호텔 출발하여 공항에 도착하고, 6시간 30분 내지 7시간 비행 후 오전 730분 비행 끝난 후 8시까지 30분간의 마무리시간 후 회사에 도착하면 아침 9시가 된다. 이 경우 비행근무시간은 10시간이다. 그러나 비행시간이 8시간을 초과하지 않았기 때문에 연장근무 한 것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항공승무원들은 항공법에 따른 비행시간과 비행근무시간의 적용을 받는다. 비행시간 전후의 시간을 합한 시간이 비행근무시간이다. 비행시간 전 후의 업무도 당연히 노동이고 따라서 노동시간에 포함된다. 단지 비행근무시간이라 부르는 점이 다르다. 18시간 비행시간은 일반적으로 근로기준법에 따른 18시간과 같다. 그러나 월 100시간의 비행시간을 적용받기 때문에 근무일수로는 적어 보인다. 그러나 근무하지 않는 날이 꼭 쉬는 날은 아니다.

 

국내선 서울제주노선의 경우, 하루 2회 왕복하면 비행시간은 1시간 30분씩 4회니까 6시간 소요된다. 물론 1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이 경우 조종사인 항공승무원에게만 적용되고 객실승무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비행시간은 8시간을 넘지 않지만 비행준비시간을 포함하면 10~11시간이 된다. 대한항공 조회장은 비행준비시간에 대해 운항관리사가 다 브리핑해주고, 기상변화는 오퍼레이션센터에서 분석해 준다고 말한 데 대해 노조를 사실이 아니라면 법적 대응키로 했다.

 

미국이나 유럽노선인 국제선의 경우, 왕복 비행이 20~25시간 소요됨으로 월 4~5회 비행이면 월 기준 100시간이 된다. ‘인천LA’노선의 경우 3~4일 소요되는 데 4~5회 비행하면 20일 근무하고 10일 정도 쉰다. 객실승무원의 경우 8일 정도 쉰다. 소형항공사의 경우 노조나 단체협약이 부재하여 조종사들도 월 6일 정도밖에 쉬지 못한다.

 

항공승무원들이 국제선의 경우 한 달에 75~80시간만 비행을 한다고 하더라도 일반노동자들의 노동시간과는 단순 비교할 수 없다. 시차문제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한국과는 10~18시간의 시차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인천미국(1일 후)인천(1일후)유럽(1일후)인천을 운항하는 경우 시차는 두 차례나 무너진다. 시차가 큰 유럽이나 미국의 경우는 시차를 극복하기 위해 장시간 머무르며 휴식을 취해야 하지만 체류(stay)비용을 최소화 한다. 법적으로는 12~18시간 스테이하면 된다. 항공승무원들의 휴식이 짧을수록 비행기 안전문제가 발생한다.

 

현실적으로 한 달 100시간 비행은 불가능하다. 국제선은 160시간, 국내선은 80시간 정도여야 한다. 조양호 회장이 말한 100시간은 최대치인데 최소치로 말한 것이다. 하기야 조종사 노조가 없을 당시인 2000년 이전에는 월 160시간까지 비행한 적도 있다고 한다. 사고다발 원인이었다. 이 경우 조종사 피로도가 급격하게 높아진다. 항공사고의 70%는 인적요인인데 그 중 20~30%는 조종사의 피로가 원인이라고 한다. 기준비행시간을 넘으면 연장수당, 야간비행은 야간수당이 있지만 시차문제로 인한 피로도 부분은 보상되지 않는다.

 

1997년 대한항공 괌사고, 2013년 아시아나 샌프란시스코 공항사고에 대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조종사의 피로도를 지적하고 있다. 조종사 피로도는 항공안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승무원 피로위험 관리(FRMS : Fatigue Risk Management Systems)에는 항공승무원은 물론 객실승무원도 포함되어 있다. 미국과 유럽은 국가정책이나 노사합의로 시행하고 있지만 한국은 아직 객실승무원에겐 적용하지 않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 등 시차가 있는 장거리 비행의 경우, 피로도는 출발시간에 따라 차이가 발생한다. 한국시간으로 아침에 출발해 저녁에 도착하는 경우와 밤 10시쯤 출발해 새벽 6시에 도착하는 경우 같은 비행시간이라도 피로도는 다르다. 괌사고의 경우는 밤늦은 시간에 발생했고, 샌프란시스코 사고의 경우 한국시간으로 새벽 3시에 발생했다. 비행시간이 같더라도 출발시간에 따라 시차가 다르므로 FRMS를 유연하게(flexibly) 적용하라고 한다. 한국은 항공승무원에게 적용하는 것을 검토 중에 있다. 노사합의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는 낮 시간 비행을 조금 늘리면 사측에 유리하고 야간비행을 줄이면 노측에 유리한 경우라 노사간 의견차이가 존재한다.

 

해외에서 비정상상황(irregular)이 발생하여 비행기가 연착(delay)될 경우 비행측면에서 어려운 문제가 발생한다. 원칙적으로는 대체 항공기와 승무원을 투입해야 하지만 그게 여의치 않을 수 있다. 작은 항공사의 경우는 거의 불가능하다. 조종사의 비행시간이나 휴식 등을 지키지 않으면 국토부(항공안전감독관)에 의해 해당 항공사나 승무원은 법적 제재를 받는다. 기상이나 정비상의 문제로 딜레이 되는 경우 완전한 정비와 승무원 휴식 등이 필요하지만 승객들의 연결 항공 스케줄 등으로 항의(complain)가 빗발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있다.

 

다른 운수업에도 애로사항이 많겠지만 비행기는 고도를 높이 날아야 하기 때문에 기내는 지상 1기압을 기준으로 0.8기압을 유지한다. 따라서 모공이 팽창하는 등 신체리듬에 변화가 생긴다. 기류변화에 따른 기체 흔들림이 자주 발생한다. 한국이 겨울인데 여름인 나라로 가는 경우, 한국이 여름인데 겨울인 나라로 가는 경우도 몸의 피로가 높아진다. 조종사의 경우 햇볕과 자연 방사능에도 노출된다.

 

피로도의 경우 객실승무원도 다르지 않다. A항공의 경우 터키 인천이스탄블을 예로 들어보자. 325일 오전 1020(출근 오전 810) 출발의 경우, 현지에서 시차가 바뀐 상태에서 하루 휴식 후 326일에 출발하고 밤을 새워 비행한 후 327일 오전 920분에 인천에 도착한다. 왕복비행시간은 20시간이다. 3일 근무 후 시차극복 등 4일 쉴 경우 뒤에 있는 휴일을 앞당겨 쉬게 된다.

 

객실승무원 2팀을 태워 전날 야간비행으로 다음 날 새벽에 도착하는 7시간 비행거리를 왕복(14시간)하는 경우, 실제 비행시간은 14시간이지만 왕복 중 편도만 근무를 했고, 나머지 편도는 승객들과 함께 기내에서 대기했기 때문에 8시간을 넘지 않는 7시간 근무로 간주된다. 제대로 된 규정이 없다. 객실승무원에게는 FRMS가 적용되지 않는 현실이다.

 

공항으로 이동하기 전 회사에서 총승객수, 국가별 승객, 각국 세관 규정, 좌석, 소화기위치, 마스크, 비상벨 등 비행기 모형(몇 번기) 등에 대해 브리핑을 받는다. 1시간 20분 전 비행기에 도착하여 매뉴얼대로 비상장비, 시트 등을 체크한 뒤 전체 확인(clear)이 끝나면 식사개수와 승객별 식사조건, 화장실상태, 신문잡지, 음료수 등을 점검하고, 30분 전부터 탑승을 시작하는데 휠체어, 어린이 등 여러 가지 조건들을 확인해야 한다. 비행기 문을 닫고 나면 승객벨트상태, 짐칸 담힘 확인, 좌석상태, 화장실에 승객이 있는 지 여부 등 안전 활동을 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객실승무원의 주요업무가 식음료를 제공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데 가장 중요한 업무순서는 첫째, 탈출·안전으로 상황발생시 90초 이내에 탈출시켜야 한다. 둘째, 보안업무이다. 셋째, 응급(care)조치이다. 넷째, 식음료 제공이다.

 

장시간 비행의 경우 2시간, 4시간, 8시간 이상 등 AB, CD, E타입 비행에 따라 승무원에게 휴식이 주어져야 한다. 휴식의 경우 기종에 따라 다른데 A330의 경우 의자에서 쉴 수 있으나 승객과 가까이 있기 때문에 독립된 휴식공간이라 할 수 없다. 보잉777, 380 경우는 1인용 침대인 벙커에서 쉬기도 한다. 비행시간에 따라 식사1회 제공, 식사1+간식 제공, 식사2회 제공 등의 업무가 주어진다.

 

소형항공사인 H항공 국내선의 경우, 한 달 평균 20일 출근하지만 대기 2일 포함하면 실제 22일 근무하는 셈이다. 비근무(off)는 한 달 8, 196일 뿐이다. 근로기준법상 법정노동시간 18시간, 5일 근무기준으로 하면 토·일요일과 법정공휴일 수에 미치지 못한다.

 

<2> H항공사 국내선 객실승무원의 2월 출퇴근 시간

일자

출근

퇴근

일자

출근

퇴근

2.1

06:55

10:35

2.16

off

 

2

off

 

17

off

 

3

07:00

14:25

18

13:25

20;30

4

06:30

4:35

19

06:55

10:35

5

15:05

22:30

20

05:45

13:55

6

off

 

21

05:05

12:30

7

15:10

22:35

22

off

 

8

13:25

20:30

23

09;00

15:55

9

06:55

10:35

24

STBY(대기)

출근

10

15;05

22:30

25

05:45

13:55

11

off

 

26

off

 

12

05:45

13:55

27

off

 

13

05:05

12:30

28

15:10

22:35

14

14:00

22:15

29

15:05

22:30

15

15:10

22:35

 

 

 

 

<2>처럼 한 달 8일의 휴일(off)이 있지만 밤 10시 넘어 퇴근하는 경우가 7일이나 된다. 김포공항은 밤 11시부터 새벽 6시까지 공항이 열리지 않으므로 이 시간대의 제주-김포노선은 제주-인천으로 변경되며 퇴근 시간은 더 늦어진다. 그리고 성수기나 주말 등 비행이 많은 경우 비행횟수는 늘어난다. 비행시간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국내선의 경우 횟수가 늘어나도 하루 8시간 비행시간을 넘지는 않는다.

 

 

<3> H항공사 국내선 객실승무원의 1일 최다 비행 횟수

 

첫째 날 : 서울제주청주제주청주(4회 비행 후 청주 1, stay)

둘째 날 : 청주제주서울제주서울(기장은 stay 다음 날 2회 이상 비행 못함)

셋째 날 : 쉴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음

 

<그림4> H항공사 객실승무원의 국내-해외 연결비행

첫째날 : 서울제주서울제주(1)

둘째날 : 제주청주중국청주버스로 서울

 

우리나라 항공회사들의 상태를 보면 대한항공 보유 140대 중 자사소유 30, 70대 중 자사보유 단 한 때뿐이고 나머지는 임대해서(lease) 운행한다. 10여대 안팎의 저가항공은 대부분 임대한 비행기다. 비행기는 대당 소형이 1천억원, 대형은 5천억원에 달한다. 예를 들어 자본금 100억원으로 설립한 항공사는 비행기 한 대도 살 수 없다. 국토부는 규정에 따라 자본 50억원 이상이면 인허가를 내준다. 소형항공사의 경우 수입의 대부분은 비행기 임대비용으로 지출된다.

 

따라서 조종사와 객실승무원에 대한 처우도 떨어지고, 인력도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소형항공사가 설립되면서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에서 60세 정년을 했거나 정년 후 촉탁으로 근무하던 조종사들이 옮겨갔다. 베테랑 조종사들이긴 하지만 나이가 많고 대형항공사보다 비행시간이 많기 때문에 피로도가 높을 것이다. 안전성을 높이는 조치가 필요하다.

 

3. 항공·객실승무원의 비행시간 단축과 노동조건 개선

 

항공이라는 특수한 조건에서 노동하는 항공(객실)승무원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비행시간 단축과 인력확충이 필요하다. 미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인간의 몸이 1시간의 시차를 극복하려면 하루가 필요하다고 한다. 만약 10시간의 시차가 있는 지역에 가서 적응하려면 10일 전에 도착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양호 회장의 인식은 항공승무원이란 끊임없이 뒤바뀌는 시차환경을 당연히 극복하고 적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몸은 똑 같다. 항공승무원도 인간이다. 노동자로서 누려야 할 노동권을 보장받아야 한다. 특히 미국, 유럽 등 장거리 비행의 경우 현지에서 최대 18시간의 잠자는 시간과 휴식이 보장된다 하더라도 실제 시차를 극복할 수 있는 상태가 되지 못한다. ‘갈 때 잠 못 자고, 현지 시차 부적응으로 잠 못 자고, 돌아 올 때 잠 못 자는 무박 3상태에서 비행을 하게 되는 것이다. 어쩌다 한 번 가는 해외여행객이 아니라 한 달에 4~5회 그런 환경에 처한다는 것은 너무 혹독하다.

 

2000년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조종사들이 노조를 만들고 투쟁할 때 외친 구호가 조종사는 기계가 아니다!”였다. 비행시간을 줄이고 조종사를 늘려야 한다. 객실승무원의 기준비행시간은 물론이고 FRMS(승무원 피로위험 관리)도 항공승무원과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 비행시간을 최소한 유럽기준으로 연간 1000시간에서 900시간으로 10%만 줄이면 조종사와 객실승무원을 더 뽑을 수 있다. 항공(객실)승무원의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것만이 아니라 승객의 안전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

 

이를 위해 법과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 정부 정책 변화도 필요하다. 해외여행이 일반화된 시대에 항공안전을 위한 시민의식도 변화해야 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점은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으로 뭉쳐 사측과 대등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불합리한 제도를 바꿔나가는 일이다. 조종사노조는 어느 정도 조직되어 활동하고 있지만 객실승무원이 포함된 D항공사 노조는 유니온 숍으로 노조원 수는 많지만 밀린 휴가조차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고 있다. 역시 객실승무원을 포함한 A항공사 노조는 한 때 조합원이 3천명에 이르렀으나 지금은 전체 8천여명 중 200여명에도 미치지 못한다.

 

노조 조직률을 높이고 더 많은 활동과 투쟁을 펼쳐나가야 한다. 최근 조양호 회장의 댓글을 통해 사회문제화된 비행시간 100시간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홍보하면서 일반인들과 소통해야 한다. 노조 상급단체는 노동시간단축과 함께 항공승무원들의 비행시간단축과 항공안전 문제도 함께 사회적 의제로 제기하고 제도개선 투쟁에 나서야 한다.

 

(월간<좌파> 36, 20164월호)

 

 

 

 


Articles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