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중부 전선 휴전선 경비부대에서 총기 사고가 났다. 그 사고로 안타까운 젊은 목숨들이 세상을 떠났다. 뉴스를 접하자 84년 가을 군대 시절에 일어난 사고가 갑자기 떠올랐다. 수도권 비행금지구역이 아닌 청와대 상공을 지키는 게 주 임무인 수도방위사령부 예하 특정지역 부대에서 병사들이 사격을 못한다고 세워 놓고 소대장 놈이 총질을 한 사건이......
그 때 후임은 소대장이 쏜 유탄이 우측 어깨에 박히는 사고를 당했다. 즉시 사령부 의무대로 후송을 보내야 함에도 불구하고 중대장은 휴가를 보내 민간병원에서 치료받게 해 사건을 덮어 버렸다. 85년 1월 마지막 휴가를 갔는데 1주일이 남아 있는데 ‘빨리 복귀하라’는 연락이 왔다. ‘말년 휴가도 방해하느냐’며 욕을 하면서 부대로 갔던 기억도 떠올랐다.
돌아가 보니 10여 명의 동상에 걸린 발목이 가지런히 침상에 놓여 있는 게 아닌가. 나도 휴가를 가지 않았으면 저렇게 되었을 것인데 정말 운 좋게 빠져 나간 것이다. 물어 보니 상급부대로부터 근무 지적을 받자 한 밤중에 그 소대장 놈이 진지에 근무 중인 모든 분대장들을 불려 들여 찬물을 뒤집어씌우고 팬티 차림으로 뺑뺑이를 돌리다 동상에 걸린 것이다. 체감 온도가 영하 15도 이하로 떨어진 날에.....
제대를 하면서 ‘배×× 개 새끼 걸리면 밟아 죽인다’며 이를 갈았다. 3사 출신으로 대구가 집이니 진급 못하면 예비군 중대장이나 할 테니 언젠가는 만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그 후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그 인간의 얼굴이 총기 사고 소식을 접하면서 떠올랐다.
바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접수했더니 “인권위원회 업무가 아니다. 당시 소대장과 중대장은 91년 방공사령부가 공군으로 넘어가면서 소속이 육군에서 공군으로 바뀌었다”며 둘의 소속을 알려 주며 ‘청와대에 진정을 하는 게 가장 좋을 것’이라고 상세히 알려 주었다.
청와대에 진정을 접수하자 몇 주 후 ‘청와대 하명 사건을 넘겨받아 사실 확인 차 왔다’며 육군본부의 수사관 2명이 만나자고 연락이 왔다. 수사관들조차 ‘빈 총도 함부로 못 겨누게 하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있느냐’며 혀를 찼다. ‘사건이 육군에서 발생을 해 조사를 해 피진정인들이 소속된 공군으로 넘긴다’며 ‘곧 연락이 올 것’이라고 친절하게 설명을 해 주었다. 몇 주 후 공군 수사부서에서 어느 대령이 ‘육군에서 넘겨받은 조사 자료를 갖고 확인을 했더니 사실 인정을 했고, 참모총장에게 보고를 했다. 문제는 육군에서 처벌받은 기록이 없고,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은 어렵고 인사상의 불이익은 갈 것 같다’고 알려 주었다.
나중에 공군본부 인사부서에 근무하는 지인에게 알아보니 당시 중대장은 대령으로 장군 진급을 앞두고 있었는데 탈락하고, 소대장도 중령에서 옷을 벗었다‘고 한다. 20년이 지난 사건이 그렇게 드러나 진실이 밝혀질 줄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그 두 인간은 문제 제기한 내가 죽이도록 미웠을 것이고.
당원의 권리인 당비 관련 사건의 진실은 당기위원회 결정문만 확인하면 밝혀진다. 어떤 사정이 있어 그렇게 되었는지 모르나 누구라도 권리를 대신할 수는 없다. 당의 부대표란 주요한 직책을 맡겠다고 나선 사람이 그런 질문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런 질문조차 하지 못한다면 노동당의 민주주의는 사망 선고를 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