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위칼럼 언니가그랬어] '아재정치OUT'이 말하는 것

by 여성위원회 posted May 10,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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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당 여성위원회 칼럼 - 언니가 그랬어]


아재정치OUT”이 말하는 것

여성위원회 운영위원 김윤영



20대 국회의원 총선거에 임하신 모든 분들, 몸으로 마음으로 함께하신 모든 분들 고생하셨습니다. 20대 국회의원 총선거는 여성위원회가 재건된 뒤 바로 맞게 된 선거였고, 내부적으로 기초를 다지고 계획해나가는 과정이라 많은 역량을 선거에 투여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여성위원회 대의원인 하윤정 후보는 ‘20대 비혼 여성의 삶’·'마포지역 알바노동자들의 인권’·‘마포의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주요 이슈로 삼아 마포의 진보적 청년들, 20-30대 여성들을 타겟팅한 선거를 했습니다. 그중 여성주의와 관련하여 선본에서 내건 주요 슬로건 중 하나는 '아재정치OUT'이라는 것이었고, 일반적으로 50-60대 남성 세대주에게 보내는 예비공보를 마포을의 20-30대 여성 세대주에게만 발송하기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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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  유세중인 하윤정 후보. 앞의 선거운동원들이 아재정치OUT’이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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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2  홍대에서 진행한 아재정치OUT’ 토크 콘써트에서 하윤정후보가 사회를 보고 있다.]


 

저는 가까이에서 보지는 못했지만, 하윤정 선본이 내건 아재정치 OUT’은 꽤나 흥행한 것처럼 보입니다. 총선이 끝나고 <한겨레>는 기억할만한 낙선자 5명 중 1명으로 젊은 여성을 대변하는 하윤정 후보를 뽑기도 했습니다. 저는 울산에 있었는데, 몇몇 분들(주로 중년 남성들)“‘아재가 뭐냐”, “그거 사투리 아니냐”, “‘아재정치도 요새 젊은 사람들이 쓰는 말이냐고 물으시더군요. 아재들이 아재정치에 대해 묻는 것을 보고 있으니, 아재정치라는 말이 보다 명확히 규명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OUT' 시키고 싶은 아재정치란 무엇일까요? 하윤정 후보는 이에 대해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20160327, 손가영기자)에서 한국 국회의원의 85%가 남성이며 평균 연령은 50대가 넘는다. 그런 사람들이 우리 사회의 주류를 점하고 있는 상황을 말한다그리고 이것이 여성이나 정치적 소수자가 제대로 대변되지 못하는 데 영향을 준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아재가 문제가 되는 것은, 그들이 생물학적으로 남성이기 때문이거나, 그들의 나이가 50-60대이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요새 젊은이들이 중년 남성을 아재라고 부를 때는, 그가 논쟁을 벌일 때 자기주장만을 펼치며, 그에 대한 논리나 논거가 부족함에도 개인적 경험이나 관념적·규범적 도덕을 들이미는 태도’, 또는 어린 사람이나 여성을 무시하며 고압적으로 구는 태도’, ‘자기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아무데서나 언성을 높이는 태도등을 보일 때입니다. 이러한 태도는 대부분의 가부장적 남성은 여성과 솔직하게 대화하기를 어려워하며 남성들 사이에서도 대화를 지배하려고 한다. 그들은 들어주는 데 실패하고 대화에 참여하지 못한다. 그들은 보통 대화하기보다 연설하거나 자기 이야기를 한다.”고 서술한 벨 훅스의 사랑은 사치일까의 일부분을 떠오르게 합니다. 이러한 아재들의 태도가 문제가 되는 것은, 이것이 젊은이들·여성들·소수자들을 소외·배제시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아재정치가 되었을 때는 더욱 문제가 됩니다. 젊은이들·여성들·소수자들의 이슈와 목소리가 정치적 영역에서 소외·배제되기 때문입니다. 정치적 영역에서 소외·배제된다는 것은 이 사회적 문제들이 제대로 해결되지 못하고, 사적 영역에만 머무르게 된다는 것입니다. 일테면 여성폭력 이슈가 정치적 영역에서 다뤄지지 않는다면 여성폭력은 개인이 감내하고 해결해야 되는 일일 뿐이겠지만, 정치적 영역에서 다루어진다면 이것을 해결하는 과정은 폭력을 구성하는 사회에 대한 반성과 변화가 병행될 것입니다.

 

아재들은 자신의 경험이 보편적인 경험이라고 확신하고, 그 경험을 갖지 못한 사람들을 무시할까요? 저는 지금 아재들의 경험이 실제로 현재 이 나라의 구조를 만든 경험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최근의사회적 격변기가 1980년대였고, 당시 폭발적인 민주화운동·노동조합운동을 만들었던 사람들은 당시 20·30대 남성들이었지요. 이들이 지금 50·60대 중년이 되어, 2016년에는 보수여당부터 보수야당, 진보정당까지 넓게 포진해 있습니다. 속한 진영은 달라도 이들은 청년시절 동기였고 동료였던 동세대 사람들입니다. 어렸을 때 산업화를 경험하고, 청년기에는 독재정권에 맞섰던 이들이 30여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현역으로 뛰고 있습니다. 절차적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고, 폭발적인 노동운동과 학생운동을 형성시켰던 것은 역사적 사명을 달성한 것이었고, 이후 진보운동에 있어 교본이자 발판이 된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30여년의 세월동안 다양한 사회적 욕구가 생겨났고, 그것을 가진 새로운 주체들이 정치적으로 성장해왔습니다. 일테면 정치적 의제로 무상 생리대라든지 성소수자 차별 금지법을 이야기하는 것은 30년 전에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을 것입니다. 한국 사회의 주류 정치는 이러한 새로운 욕구와 새로운 정치적 주체들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주체들의 의제가 소외되고 배제되고, 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혐오를 부추기는 그들만의 정치’, 보수적이고 고압적인 구태정치OUT시키고 싶은 아재정치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아재정치OUT’은 우리당의 밖에 있는 기득권 정치인들에게만 향한 구호였을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진보운동 내에도, 노동당 내에도 아재정치는 만연해있습니다. 노동당의 청년 여성들은 당협 모임에 갈 때에 성차별이나 심하게는 성폭력 피해를 당할지도 모른다는 부담을 갖고 참여해야하며, 피해를 당했을 때 그것을 처리할 기관조차 없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최근 중앙 당기위원회가 제대로 꾸려져있지 않아, 서울경기에서 제소된 사건이 광주 당기위에서 처리되는 민망한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얼마 전 강남서초당협 성폭력 사건이 폭로된 직후였던 418, 20명의 당원이 탈당신청을 했다고 합니다. 그 전날까지는 하루 평균 3명 정도의 탈당자가 있었습니다. 이들이 단 한 건의 사건을 보자마자 탈당이라는 정치적 선택을 했을까요?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당 활동에서 마주쳤던 수차례의 불편함과, 이들이 내가 피해를 입을 때 나의 편이 되어줄 동지들이 맞나 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던 중, 그렇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고 좌절했기 때문에 탈당한 것이리라고 생각합니다. 당기위의 사고 상태가 아니더라도, 사건이 꼭 당기위 제소까지 가지 않더라도 당협 등 공동체 내에서 사건을 문제제기하고, 처리할 수 있는 공동체에 대한 믿음, 신뢰, 성평등 감수성이 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던 것입니다.

 

성폭력적 문화 뿐 아니라, 우리당에서 청년들과 여성들은 주된 역할을 차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노동당의 40대 이상 당원과 10-30대 당원의 비율은 70:29에 달하며, 남성 당원과 여성 당원 비율은 무려 74:26에 달합니다.(49차 전국위원회 조직현황 보고) 중앙당을 비롯하여 전국 곳곳에서 당 운영의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는 여성을 찾기란 매우 힘듭니다. 정확한 통계는 아직 없지만, 이는 전국위원회에 참석한 여성 위원이 몇 명인지만 세어봐도 충분히 짐작 가능합니다. 우리는 노동당이 사회적 약자들의 정당’·‘젊은 정당이라고 스스로 자부하고, ‘기득권 정치세력과 구분되는 대안적이고 진보적인 정치세력이라고 자부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그러한지 철저하게 반성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새로운 정치적 주체들이 활기 있게 새로운 사회적 대안을 세워나가는 데에, 노동당이 그릇이 되고 발판이 되기는커녕 소외하고 배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철저한 평가가 필요합니다.

 

여성위원회는 우리당의 선거 전반에 대하여 성별영향분석평가를 진행할 것입니다. 성별영향분석평가는 정부 주요정책을 수립·시행하는 과정에서 성 차별적 요인들을 분석·평가함으로써 정부정책이 성평등의 실현에 기여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각 선거운동 과정에서 성차별적인 상황은 없었는지, 있었다면 어떻게 해결했는지, 성별에 따른 역할 구분은 성평등 했는지, 당의 정책은 성평등 했는지, 사진을 비롯하여 각종 홍보물이 성역할 고정관념에 입각하지는 않았는지 등을 검토할 것입니다. 각 선거대책본부에 질의서를 보내 발송할 계획이기도 한데, 이 자리를 빌어, 이제 숨 좀 돌리고 계실 각 선본 담당자님들께 한 번만 더 힘내서 성실한 답변 부탁드린다는 말씀 드립니다.(^_^) 정당 정치의 역량이 총집결되는 선거라는 이벤트에서 기획과 집행이 성평등 했는지 알아보는 것이, 당의 성인지 감수성을 확인하는 적절한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이 평가는 모든 당원들과 공유할 수 있도록 적절한 경로를 통하여 당 내에 전달할 것입니다. 평가를 바탕으로 우리 당의 미래를 새롭게 구성해갑시다.

 

여성위원회는 총선 평가를 비롯하여 여성위원회의 모든 활동에 함께하실 당원 동지들을 찾고 있습니다. ‘우리가 무엇인가’·‘우리가 어때야하는가를 서로 묻는 이 시기, 여성위원회의 역할과 책임이 크다고 느낍니다. 당원 동지의 응원과 연대를 구하며, 함께해주시기를 기대합니다!




* [여성위원회 칼럼 언니가그랬어]는 여성위원회에서 쓰는 정기 칼럼입니다. 이후에도 지켜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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