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동료에 대한 소회

by 구형구 posted Jun 03,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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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당 부서개편 문제로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토록 논란을 키우게 된 데 대해 다시 죄송하다는 말씀드립니다.

이번 논란의 전말에 대해서는 이미 글을 올린 바 있습니다. 사실관계에 있어서는 추가할 것이 없습니다. 아직 읽어보지 않았거나 자세히 읽지 않은 분들도 있을 것이기에 기존의 글을 링크하는 것으로 대신하겠습니다.

http://www.laborparty.kr/index.php?mid=bd_member&page=2&document_srl=1684244

 

오늘은 사무총장으로서 공적으로 소명하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이 아닙니다. 이번 일을 경과하면서 약간의 개인적 소회를 늘어놓고자 합니다.

 

애초에 부서 개편 논의의 발단은 재정 문제만이 아닙니다. 부서간의 칸막이를 가급적 간소화하고 사업 위주의 효율적 구성이 첫째 목적입니다. 이는 작년에 비상대책위원회를 마감하면서 현 대표단에 전달한 문제의식이기도 합니다.

 

물론 재정 문제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입니다. 다만 이 문제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다소 불만이 있습니다. 부서 통폐합의 일차적 목적은 업무 효율성이지만, 여기서 이러저러한 불편함이 발생한 데에는 중앙당 상근자 전체 정원을 4명 감축하는 것에서 비롯됩니다. 물론 자발적 퇴사자를 충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감축하는 것이지, 일각에서 터무니없이 떠도는 헛소문처럼 남아있는 사람을 해고하는 방식은 아닙니다만, 어쨌거나 감축은 감축이며 이로 인해서 이러저러한 불편함이 발생했습니다.

 

상근자 정원을 감축한 이유는 무엇인가? 총선 이후에 당원 숫자가 감소했지만 당장 재정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정도의 변화는 아닙니다. 정원 감축의 이유는 퇴직금 적립과 대표단 활동비 정상화에 있습니다. 이는 총선 전부터 지적되었던 문제인데, 일단 총선 끝난 직후에 논의하기로 미뤄두었던 것입니다.

지난 518일 대표단회의에서는 내규 개정안(부서 개편안)을 결정하면서 그 두 가지 문제를 함께 논의했으며 퇴직금을 적립하고 대표단 활동비를 정상화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대표단회의에 원안을 제출하는 사무총장으로서 공적으로 드릴 말씀은 아니었으나 개인적으론 불만이었습니다. 그 두 가지 문제를 상근자 인원을 감축하면서까지 급히 처리했어야 하는가라는 문제의식인 것입니다. 4년 전인 2012년 총선 직후에 중앙당 상근자 정원을 절반으로 감축한 바 있습니다. 그 당시에도 그 숫자가 중앙당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인원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거기에서 4명을 더 감축하게 된 것이죠. 중앙당 사무총국을 관리하는 총장 입장에서는 불만이고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불만을 사석에서 대표님에게 말씀드린 적은 있습니다. 그러나 퇴직금 적립과 대표단 활동비 정상화는 거스를 수 없는 명분과 당위성을 갖는 것이기에 공적으로는 반대 의사를 표할 수 없었습니다.

 

아쉽지만 이러한 과정을 통해 부서 개편과 인사 발령이 이뤄졌습니다. 사람의 문제이기에 나름대로 열심히 당직자들과 소통하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미흡했던 것 같습니다. 내가 최선을 다했더라도 상대방에게 충분하지 못했다면 부족한 것입니다. 나의 부족함으로 인해서 오랜 동료 하나가 상처를 받았습니다. 그가 애초부터 사직할 의사가 있었는지 아닌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어떤 심정으로 떠나는지가 중요합니다.

 

어제 공태윤 국장을 만났습니다. 며칠 전부터 약속한 만남이지만 우리 둘 다 심신이 불편한 상태이기에 어제 오후 늦은 시간에야 만나게 되었습니다. 지금의 상황에서 어색한 만남일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는 당 활동가로서 10여년에 걸친 동지이며 중앙당에서 4년 넘게 고락을 함께한 동료입니다. 그중 대부분인 3년 정도를 같은 부서에서 일했습니다.

물론 아쉬운 이야기를 꺼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본인의 거취에 대해 지금이라도 재고할 수 없는지 물었습니다. 그뿐이었습니다. 더 이상 설득하려 드는 것은 예의가 아님을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 퇴직에 따른 간단한 후속 절차에 대해 짧게 얘기하고, 이후에는 우리가 함께한 지난 세월을 추억하는 것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회한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지난 4월 하순경에 공태윤 국장에게 부서 개편에 관해 설명하고 앞으로도 함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어쩌면 너무나 가까운 사이이기에 안일하게 생각했는지도 모릅니다. 다른 당직자들에게는 결정 직전까지도 거듭 의사를 확인했으나, 공태윤 국장과는 충분히 확인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518일 광주에서 있었던 대표단회의에서 내규 개정을 결정한 후에야 그렇지 않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당혹했습니다. 그 차이는 어디까지나 말한 사람의 책임이지, 받아들이는 사람의 책임은 아닙니다.

이후에 서울에 올라와 다시 만나 대화했습니다. 조직실을 존속하고 실장이 없더라도 선배(사무총장) 직속으로 두면 안 되겠냐는 의견을 들었습니다. 그러고 싶었습니다. 여전히 나를 직속상관으로 두고 싶은 마음이 고맙기도 했습니다. 단지 개인적 문제만은 아닙니다. 나는 애초부터 정원을 감축하는 개편을 원하지 않았으며 총선 결과를 보면서 조직을 강화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건수 전 조직실장이 사의를 표한 직후에는 심지어 내가 사무총장을 계속 맡기보다는 조직실장을 다시 맡는 게 좋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상황은 그렇게 흘러가지 않았습니다. 기존 조직실 인원 3인을 1인으로 줄이고 통폐합하는 방안이 결정되었습니다. 내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결정된 이유는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습니다. 공태윤 국장과 다시 같은 부서의 동료로 일하고 싶은 마음은 그저 희망사항일 뿐이었습니다.


인사 발령과 함께 결정한 업무 분담에 관해서는 오해를 풀어주고 싶었기에 설명했습니다. 내가 조직실장 출신이기에 조직실 업무는 잘 압니다. 공태윤 국장에게 할당한 업무는 사실상 기존 조직실 국장 2인이 하던 업무 거의 전부입니다. 일이 줄었다기보다는 오히려 과중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그렇게 할당하고 본인이 과중하다고 할 경우에는 덜어줄 생각도 있었습니다. 예를 들자면 누구도 달가워하지 않을법한 당기위 간사 자리 등등...

2인이 하던 일을 1인이 하게 되었으니 양적으로는 늘었으나 그만큼 능동적 조직사업을 수행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래서 본인으로선 한직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조직실에서 수년을 일한 조직가로서의 사명감에서 당연한 반응일 것입니다. 내 생각은 좀 달랐습니다. 예컨대 모든 당부의 명단 관리가 과연 관공서의 행정 업무처럼 순전히 실무적 영역에 속할 것인가? 실제의 진행 과정은 모든 당부의 인사에 관한 면밀한 파악과 의견 교환으로 이뤄질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이 지금에 와서 이해를 좁히거나 상처를 달래줄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저 꼭 말해주고 싶었을 뿐입니다.

 

이야기 도중에 아픈 회한이 들었습니다. 3년 전쯤의 일입니다. 우리 부서에 어려운 일이 발생해서 공태윤 국장이 크게 절망한 적이 있습니다. 자칫하면 못난 부서장을 대신에서 떠날지도 모르는 상태였습니다. 그날이 주말이었습니다. 당장 만나지 않으면 때를 놓칠 거라는 직감이 들었습니다. 월요일까지 기다리지 않고 주말에 공태윤 국장의 집까지 쫓아갔습니다. 좌절하지 말고 함께 남아서 극복하자고 설득했습니다. 그날의 신속한 만남이 없었다면 훨씬 더 일찍 헤어졌을 것입니다. 이번에도 그랬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결과가 달라졌을지는 모르겠으나, 안일함에 대한 후회는 남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기에는 너무나 경황이 없었으며 일순간 심신이 피폐해있었다고 말한다면 이 또한 구차한 변명이 되겠습니다.

 

길지도 않고 짧지도 않은 대화를 나누고 적당한 시간에 헤어졌습니다. 나는 공태윤 국장이 배고파지는 시간도 대략 알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도 이번 논의의 결과를 알지 못한 것은 순전히 나의 우둔함 때문일 것입니다. 어제의 대화로 상처가 치유되었을 리는 없습니다. 그러나 만나지 않았다면 더욱 후회했을 것입니다.

 

어제 공태윤 국장에 관한 어떤 글을 읽었습니다. 상근자협의회에 진작 호소하지 않았느냐는 내용입니다. 동료의 처지에 대한 안타까움과 애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러나 어려운 일에 대처하는 방법은 각자 다를 수 있습니다. 붙잡을 수 없다면 마음의 불편함이라도 덜어주고 싶습니다. 더 이상 언급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두서없이 주절거렸습니다. 개인적 소회를 쓴 것이니 양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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