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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세화 고문 간담회 '똘레랑스, 좌파의 기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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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당 부산시당은 10월과 11월에 '좌파 정당의 길을 찾아서'라는 제목으로 고문간담회를 준비했습니다. 10월 23일에 이갑용 고문님을 모시고 간담회를 진행했고, 11월 27일에는 홍세화 고문 간담회를 진행했습니다. 홍세화 고문님께서는 '똘레랑스, 좌파의 기풍으로'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준비해주셨습니다.

강연 요약

1946년 8월 미군정에서 조사한 한국인의 의식체계
한국 사회는 꽤 우경화된 사회입니다. 하지만 1946년 8월 미군정에서 시행한 조사를 보면 매우 흥미로운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조사는 당시 한국인들의 정치체계 선호도를 조사한 것입니다.

문 : 당신은 어떠한 정치체계를 선호합니까?

1. 자본주의
2. 사회주의
3. 공산주의
4. 모른다.

이 조사의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자본주의를 선택한 사람은 14%, 사회주의를 선택한 사람은 70%, 공산주의를 선택한 사람은 7%였습니다. 이는 흥미로우면서도 매우 중요한 사실입니다. 한국의 지배 세력의 의식화 과정이 없었을 때 한국인들은 '존재가 의식을 주도'하는 상태, 즉 계급적인 사고를 하고 있었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 조사 결과는 미군정과 이승만 정권이 조봉암 농림부장관을 통해 토지의 유상몰수, 유상분배정책을 실시하도록 압박하였습니다. 현대의 한국은 사유재산을 불가침의 영역으로 여기지만 이때만 해도 평등의 원칙이 개인의 재산권보다 우선했었습니다. 이러한 토지분배정책은 한국의 경제발전에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내 생각은 어떻게 내 생각이 되었나?
운동세력과 좌파세력은 '의식화'라는 말을 많이 씁니다. 하지만 엄밀히 따져본다면 그것은 '탈 의식화'에 더 가깝습니다. '의식화'라고 불리는 과정은 지배 세력이 의식화시킨 이데올로기를 벗어나 비판적 사고를 통해 의식을 재정립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현재의 한국인들은 사유하는 삶을 살고 있다고 하기 어렵습니다. 사유를 하다보면 의문과 회의가 따르기 마련입니다. 그러므로 사유는 곧 의문과 회의입니다. 개인이 사유하지 않고 회의하지 않으면 지배 세력의 이데올로기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게 됩니다. 지배 세력에 의해 '의식화' 되는 셈입니다. 이는 한국사회의 물신주의와 사유하는 교육의 부재에서 비롯되었습니다.
17C에 르네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 뒤로 17C 와 18C의 유럽은 계몽주의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16C의 신교의 등장과 과학의 발전, 지동설에 그 근간을 두고 있습니다. 인간이 사유함으로써 낡은 사고방식과 체제가 흔들리고 새로운 세상이 오는 것입니다.
하지만 지배 세력에 의해 의식화된 생각은 사유와 회의를 막습니다. 스피노자는 '생각의 성질은 곧 고집이다'라고 하였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생각을 벗어나기 위하여 끊임없이 사유하고 회의해야 합니다.

한국 교육의 문제점
하지만 한국의 교육에서 사유와 회의를 찾아보기는 힘듭니다. 이는 한국의 근대교육 근간이 일제시대의 신민 교육이기 때문입니다.
신민 교육에는 없고 시민교육에는 있는 것이 바로 글쓰기와 말하기입니다. 글쓰기와 말하기는 개인을 사유하고 회의하게 합니다. 이를 통해서 한 개인은 민주시민으로서 자라납니다. 하지만 신민교육은 오로지 암기와 주입식 교육 뿐입니다. 이 암기에는 자신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과정이 빠져있습니다. 이러한 교육으로 자라나는 개인은 계급의식을 갖추기가 어렵고 비판적인 개인보다는 사회에 순응하는 부속품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교조에서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노동에 대한 인식 조사를 보면 한국 교육이 어떠한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고등학생 대부분은 노동을 안 할수록 좋은 것으로 생각했고, 자신이 차후에 노동자가 될 것이라고 응답한 학생은 5%에 불과했습니다.

매체와 상징폭력
피에르 부르디외는 우리가 사는 사회에는 자산과 소유를 뜻하는 '경제자본', 학벌과 지식 수준을 뜻하는 '문화자본', 사회적인 관계망을 뜻하는 '사회자본', 마지막으로 경제자본과 문화자본, 사회자본을 정당화하는 '상징자본'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상징자본은 언어와 상징을 통해 피지배계층에게 강제적으로 지배계층의 사고를 내재화하도록 하고 자신들이 만든 질서에 복종하도록 합니다. 상징자본을 통해 피지배계층이 지배계층에게 복종하도록 하는 이러한 과정이 바로 '상징폭력'입니다.
현대 한국 사회에서는 각종 매체가 범람을 하고 있습니다. 매체는 교육 못지않은 의식화 수단입니다. 애초에 교육은 국가 권력의 의식화 도구이고 매체는 자본의 의식화 도구입니다. 우리가 매체를 통해서 정보를 접할 때는 모두 주인공에 이입하고 몰입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주인공은 대부분 우리와 같은 처지인 사람이 아니라 엘리트나 지배 계층에 더 가깝습니다. 매체도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상장폭력으로서 기능하고 있던 셈입니다.
이 결과 때문에 우리는 부동산 증세를 반대하고 박근혜를 불쌍하게 여기는 빈곤층과 '우리가 조국이다'라고 외치는 서초동 시위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계급이 무엇이고, 자신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 무엇인지 의식하지 못한 채 지배 세력에 이입하여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게 되는 것입니다.

정신의 신자유주의화
공화국을 뜻하는 'republic'의 어원은 불어로 공공의 것을 뜻하는 'res public'입니다. 1789년 8월, 프랑스 혁명 당시에 프랑스 국민 의회가 채택한 '프랑스 인권 선언'의 제1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인간은 자유롭고 평등한 권리를 가지고 태어났다. 사회적 차별은 공공의 이익을 근거로 해서만 있을 수 있다." 인간의 자유 보장과 평등한 권리와 동시에 공공성의 중요성을 강조한 조항입니다. 이를 봤을 때 민주 공화정에서 공공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유와 회의의 부재 및 교육과 매체로 인해 한국사회의 사람들의 정신은 신자유주의화 되었습니다. 지배 세력에 의해 완벽하게 의식화된 '완성된 사람들'은 '설득되지 않는 사람들'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국가 권력과 자본은 사적인 이익을 위해 공익을 위협하고 흔들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민영화 시도와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을 보면 이를 극명하게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회운동 세력과 좌파 정당은 공공성을 위해 제대로 싸우고 있지 않습니다. 노동조합이 노동을 배반하고 진보정당이 표가 되지 않는다고 비정규직 문제를 외면하고 있습니다.
사회운동은 조직, 학습/교육, 선전 홍보(설득)의 세 가지의 요소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사유하고 회의하지 않는 한국 사회의 특성상 학습/교육 및 선전 홍보는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사회운동에서 남은 요소는 조직밖에 없습니다. 조직만 남은 한국의 운동은 계파주의와 이권, 세력다툼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좌파의 길
우선 사유하고 회의하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지배 세력이 주입하는 이데올로기를 거부하고 주체적으로 형성한 생각을 가지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여기에는 독서, 토론, 견문, 성찰적 숙고가 있습니다.
그리고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설득하는 능력을 갖춰야 합니다. 설득하기 위해서는 '나도 설득될 수 있다'는 겸손한 마음과 타인에게 신용을 줄 수 있는 성실함과 설득을 이어나갈 수 있는 집요함이 있어야 합니다.
극우인 자유한국당에서 우파인 민주당으로 정권이 교체되었습니다. 하지만 민중들의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정권 교체는 결국 지배 세력과 기득권의 헤게모니 싸움에 불과한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뒷세대가 앞세대보다 더 살기 어려워지는 세상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오직 사유와 회의, 설득으로 민중과 함께하는 정치를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홍세화 고문님은 풍부한 학식과 깊은 고민을 바탕으로 강연을 준비하셨지만 연신 '내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고 하셨습니다. 이번 강연을 들으면서 똘레랑스는 결국 치열하게 고민하고 공부하면서도 겸손한 마음을 가지고 상대와 대화할 때 이룩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민과 공부를 게을리하지는 않았는지, 그러면서도 자신의 아집과 고집에 갇히지는 않았는지 많은 반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끊임없는 공부와 고민, 그리고 겸손함으로써 똘레랑스를 좌파의 기풍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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