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서 상근자들의 근태를 운운한다는데,

by 노정 posted Jun 05,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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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직자들의 근태에 관한 충격적인 글'이 있다고 하더군요. 그 글, 나도 한 번 봅시다. 좌표 찍어주세요. 뭐라고 했는지 한 번 봐야겠군요. 아주 가관이로군요. 가관이에요.


노동환경이 일반 기업체에 준할 때 '근태'를 운운해야 염치가 있지 않겠어요? 제가 일하던 때를 다시 떠올려보면요. 2011년에 중앙당에 처음 일하러 갔을 때 사무실에 있는 컴퓨터들 중에 제대로 돌아가는 게 없었습니다. 무슨 구시대 유물들 같았지요. 지금도 대부분 그때 그 컴퓨터들일 겁니다. 영상 프로그램, 편집 프로그램 돌려야 하는 홍보실은 다 자기 컴퓨터 갖고 와서 썼고, 허구한 날 블루스크린이 뜨니 저는 제 돈 주고 외장하드 사서 백업했습니다. 기관지편집 시작했을 땐 pdf 문서도 못 읽어내는 컴퓨터로 도저히 일을 할 수가 없어서 새로 샀습니다. 기관지기금이 있었기에 편집실만 누릴 수 있었던 호사였죠.


서교동 당사 시절이든 지금의 영등포 당사든 열두시 되면 건물 전체에 '샷다'가 내려졌습니다. 밤샘 작업할 때마다 건물에 갇혔죠, 그것도 중앙냉난방 스위치 내려진 건물에. 여름엔 떠죽고 겨울엔 얼어죽습니다. 영상 작업이나 홈페이지 작업 하는 사람들, 기관지 편집하는 사람들은 사무실 철야뿐만 아니라 재택근무도 잦았습니다. 위에서 얘기했듯 구시대 유물같은 컴퓨터로는 편집이 불가능하거니와, 우리도 사람인데 잘 때 발은 좀 뻗고 자야 하지 않겠습니까? 출퇴근시간이 개판이라서 '근태' 운운하는 거라면 맥락을 보고 다시 얘기하시죠. 더군다나 재택근무란 게 늘 그렇듯 일과 개인삶이 분리가 안되죠. 사람 훅 가는 거 한순간입니다.


근데 이런 얘길 왜 구질구질하게 늘어놔야 되는 거죠? 다른 곳도 아닌 노동당에서? 내 당비로 상근자들 월급 나가는데 제대로 일 하는지 안하는지 '근태관리'가 하고 싶어지던가요? 최근에 영상 모니터링과 결합된 근태관리서비스를 ADT캡스에서 출시했다는데, 노동당에도 그거 하면 되겠네요, 그러면. '한국판 구글'이라 불리는 제니퍼소프트라고 하던가요? 사내에 호텔급 수영장이 있고 근무시간에 스파를 할 수 있다더니, 거기는 그럼 정말 심각한 근태 공화국이로군요. 그런데 한국 사람들, 구글이랑 제니퍼소프트에 왜들 그리 환장한답니까? 근태관리도 똑바로 못하는 개판같은 기업을? 제가 정말 말하고 싶은 건 다른 겁니다. '근태'를 '관리'한다는 명목으로 기업이 노동자들에게 저지르는 온갖 패악질을 몰라서, 정말 몰라서 노동당원 입에서 '근태' 소리가 나옵니까?


또 '정파 싸움'이라고 정치혐오 부추기는 꼴 날까봐 이 얘긴 안하려고 했는데요. 2012년 사회당과의 합당 직후부터 저 퇴사할 때까지 만났던 분들 중에 부지런한 분들 몇분 계셨습니다. 아홉시 정각에 출근해서 여섯시 정각에 퇴근하시더군요. '근태'는 아닌 거죠. 근데 도대체 하루종일 무슨 일을 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너무 궁금해서 등뒤로 슥- 지나가면서 보니 지뢰찾기인지 프리셀인지를 하고 있었다더군요. 또 언젠가는 뜨개질 하다 퇴근하시는 분도 봤습니다. 목도리 하나 다 뜨고 퇴사하셨죠. 그래도 '근태'라는 삿대질은 안했습니다. 노동당에서, 노동당원이 '근태' 운운하는 건 쪽팔리는 짓거리니까. 그리고, 프리셀이랑 뜨개질 하는 게 무슨 죕니까? 근무시간에 스파를 권장하는 회사도 있는 마당에?


'근태' 운운하는 사람들한테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하루 여덟 시간 근무, 살뜰하게 기획해서 보람차게 보내고 그에 합당한 결과물을 손에 얻어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게 당에만 기여하겠습니까. 일하는 사람 스스로에게도 행복일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일했던 2011년부터 2015년까지의 중앙당은 그런 곳이 아니었습니다. 비전은 보이지 않았고, 지난 시간 체계적으로 축적되어 참조체제로 삼을 만한 당의 자산 같은 것도 보기 드물었으며, 반년들이 터지는 당내 파행을 수습하기 바빴습니다. 늘 격무에 시달렸던 몇몇은 차라리 행복했던 건지도 모릅니다. 누군가는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 그걸 함께 고민할 동료와 체계가 없어서 외로웠을 것입니다. 이 당, 삼성도 아니고 엘지도 아닙니다. 구글은 더더욱 아니죠. 노동복지의 측면뿐만 아니라 비전의 측면에서도요. '근태'의 책임을 개인에게 묻기 전에 지난 시간 이 당이 한국사회에서 뭘 딱히 할 수 있었을지, 상근자가 이 당 체계 속에서 뭘 할 수 있었을지 헤아려보기 바랍니다.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할 때는 감정이 많이 격했는데, 쓰다보니 참. 아이고 의미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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