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당위원장 출마의 글] 더 많은 '가능성의 시간'을 위하여: 노동당 운동을 제안합니다

by 김상철(냥이관리인) posted Dec 23,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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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마의 글]더 많은 ‘가능성의 시간’을 위하여 : 노동당 운동을 제안합니다

가능성의 시간

2년 전 저는 시당위원장 출마를 결심하면서 ‘신발끈을 고쳐 묶었다’고 말했습니다. 당이 또 다시 분열의 시간 속으로 휘말려 들어가는 걸 보며 ‘우리는 아직 발견하지 못한 가능성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2015년 초여름, 임시당대회에서 당원총투표안에 대한 마지막 반대 토론자로 나선 저는 “당신들의 실패를 우리 모두의 실패라고 말하지 말라. 적어도 우리가 실패할 수 있는 시간을 빼앗지 말라”고 호소했습니다. 그리고 당대표의 탈당에 따라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며 ‘노동당의 가능성을 포기하지 말자’고 이야기했습니다. 맞습니다. 저는 일관되게 ‘노동당은 가능성의 정당이며 현재의 상황에 비관하기엔 해보지 않은 것들이 너무나 많다’고 강조해 왔습니다. 

당직자로서 정당운동을 하는 저에게 지난 2년은 앞선 10년의 시간을 건 도박과 같았습니다. 생계의 문제도 있었지만, 10년 전 100년의 시간을 꿈꿨던, 정당의 당직자로서의 ‘희망’이 걸려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스태프이기를 그만두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그 가능성을 만드는 당사자로서, 누군가의 손에 잘려 나간 희망의 크기에 절망하기보다는 오히려 그것을 넘어설 수 있는 실험을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다른 서울'이라는 실험

‘다른 서울’이라는 슬로건은 바로 그런 가능성의 구체적인 표현이었습니다. 이를 통해 지난 2년 동안 서울시당은 우리가 단순히 선명한 반대자로서 존재하는 데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꿈꾸는 세상을 위해 가장 구체적인 현실에서의 변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해 왔습니다. 그리고 그 각각의 변화가 모여 다시 구체적인 전망을 만들어 내기를 바랐습니다. 이를 통해서 노동당이 가진 다양한 가능성의 씨앗들을 타진하고 우리가 오래 거처해야 할 정치의 공간을 찾고 싶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서울시당은 이제껏 잠자고 있던 ‘시민청구 공청회’라는 가능성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2015년 대중교통요금 공청회 운동 당시에는 6천명이 넘는 사람들의 서명을 받았고, 2016년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사업 공청회 운동으로는 9천개가 넘는 서명을 받았습니다. 이는 단순히 거리에서의 서명운동으로만 이루어진 일이 아니었습니다. 서울시 회의실을 점거함으로써 형식적인 공청회를 무산시키고, 서울시청 로비를 점거해 서울시의 꼼수를 무력화시킨 결과였습니다. 제도의 힘을 이용하되 그 가능성을 당사자들의 집단적 힘으로 관철시킨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제가 생각하는 ‘현장이 있는 노동당 운동’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정치를 해야 합니다

가입과 이탈이 자유롭기 때문에 정당은 끊임없이 자기 중심을 확인해야 합니다. 가장 손쉬우면서 익숙한 방식은 친밀함을 극대화하는 것입니다. 공적 가치를 지켜 나가기보다 ‘아는 사람들’의 공간으로서 정당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것의 폐해를 보아왔습니다. 당장 두 번의 집단 탈당이 그런 세력화의 단면이었으며, 현재 진보정당의 위기를 초래한 민주노동당의 분당과 통합진보당 실험의 실패 모두 사적인 관계가 공적인 가치를 침범할 때 발생했던 문제들입니다. 

정당이 정치적 결사체로 의미가 있는 이유는 개인을 넘어서는 집단적 의지가 관철되는 조직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정당의 중심은 정치의 과제로 세워져야 합니다. 노동당이 어떤 정치로 어떻게 세상을 바꾸려 하는지에 대한 정치적 합의로 구성되어야 합니다. 누군가 몇 명의 마음속에만 있는 정치적 비전을 일방적으로 추수하는 행위는 정당을 허약하게 만듭니다. 정당은 기본적으로 체육관이고 실험실입니다. 정치의 공간은 정당의 안이 아니라 정당의 바깥이 되어야 합니다. 저는 노동당이 가정이 아니라 사회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적인 주체를 공적인 주체로 전환시키는 정치 과정에 충실한 정당이야말로 제가 생각하는 정당의 이상입니다. 그런 집단적 의지로 세상을 변화시킬 무기를 벼리는 것이야말로 진보정당으로서 노동당의 가능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을 할 것인가

지난 2년의 시간 동안 당의 기초 체력을 높이는 동시에 정치의 공간을 만들기 위해 분투해 왔습니다. 매달 당원 의무교육을 진행하고, 정책학교를 개최하고, 집중 정당연설회를 통해 당협에서부터 정치적 체력을 강화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서울시의 문제에 집중하면서 박원순 이후의 서울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꾸준히 강조해 왔습니다. 말뿐인 ‘노동이 존중받는 서울’을 실질적으로 만들기 위해 중앙차로지회 노동자들, 다산콜센터 노동자들, 버스 노동자들 등 서울시와 관계된 노동의 현장에 함께하며 연대하고 투쟁해 왔습니다. 또한 생계의 터전에서 뿌리 채 뽑혀 나가는 상가임차인의 문제를 단순히 권리보장 차원이 아니라 구체적인 도시 내 권력 문제로 만들기 위해 싸워 왔습니다.

저는 지난 2년 동안 당원 동지들의 헌신과 노동당이라는 집단적 의지로 서울 지역에 노동당의 정치적 공간이 분명히 만들어졌다고 확신합니다. 그렇게 형성된 정치적 공간에 우리가 꿈꾸는 대안적인 권력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의 2년은 이미 형성된 노동당의 정치적 공간에서 다양한 민중 권력의 구체적인 형태들을 실험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런 성과를 바탕으로 2018년 지방선거를 경유하며 굳건한 대안 정치세력으로서 자리매김해야 합니다. 

우리는 더욱 확장해야 하며 더더욱 당의 외부를 지향해야 합니다. 저는 그것이 침몰 위기에 처한 독립적인 진보정당의 정치세력화를 위한 길인 동시에, 수십 년 간의 적폐가 하루아침에 쏟아져 나오는 작금의 정치 현실을 바꾸는 새로운 세상을 위한 길이라 믿습니다. 따라서 앞으로의 2년은 단순히 달력에 새겨진 숫자의 집합을 넘어섭니다. 그 너머에 있는 구체적인 과제들에 주목하고 노동당 운동의 실질을 만들어 가는 전략들로 채워져야 할 시간들입니다. 

이제 더 깊게, 더 넓게 나아가야 합니다. 그 가능성의 단초가 만들어질 때 더욱 밀어붙여야 합니다. 저는 지난 2년 동안 그 가능성을 누구보다 직접적으로 확인하고 만들어 왔다고 자신합니다. 이후의 2년 역시 구체적인 로드맵을 가지고 만들어갈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이제 함께 신발끈을 조입시다. 민중의 바다 앞에서 작은 호수의 안락함은 버립시다. 우리의 정치적 상상력으로 세상을 바꿉시다. 

2016년 12월 23일

제7기 노동당서울시당 위원장 후보자 김상철이 당원들께 드립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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