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위원회 부문 할당 대의원 출마의 변] 페미니즘, 윤리와 당위의 차원에서 벗어나 정치의 차원으로

by elephantrampant posted Jan 06,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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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윤리와 당위의 차원에서 벗어나 정치의 차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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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노동당 마포당협 소속 민주라고 합니다. 여성위원회 대의원에 출마하게 되어 당원 여러분께 인사드립니다. 



>>>여성으로 존재하기 

  소위 ‘모범생’으로 말 잘듣고 단순했던 저는 수능을 치기 전까지 ‘예쁘다’는 소리를 듣고 자랐습니다. 저는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고, ‘대학가면 예뻐진다’는 풍문(?)에 빠져있었습니다. 그렇게 고등학교 시절을 보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식날, 비비크림을 바르다 ‘학생들의 품행을 지도’하는 학생부 선생과 마주쳤습니다. 너무 놀라 황급히 숨는 저에게 그는 “뭘 그렇게 깜짝 놀라니, 어휴 너도 이제 꾸며야지”


라며 오히려 다정하게 제 어깨를 두드리고 지나갔습니다. 
  그제야 저는 평소 어른들이 말하던 ‘예쁘다’가 사실은 ‘말을 잘듣는다’ 였음을 깨달았습니다. ‘대학가면 예뻐진다’는 말도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입시 준비만 하는 무성(無性)의 학생 신분에서 벗어나, 꾸미기 노동을 강요받는 성애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제게 성인이 된다는 것은 여성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20살 여성에게 세상은 정말 노골적 이었습니다. 자기소개는 애교있게 해야했고, 남성의 유머 기준에 맞춰 웃음지어야했고, 치마를 입어야 했고, 알바를 구할 땐 몸무게와 신체사이즈를 밝혀야 했습니다. 

>>>여성의 의미


  대학에 들어와 처음으로 페미니즘을 접했습니다. 막연하게 불편하던 일상에 이름을 붙여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순간 순간 불편했던 감정들이 제가 민감한 탓이 아니란 걸 깨달았습니다.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머리를 짧게 짜르고 꾸미기 노동을 거부하면서 저는 제가 여성으로서 존재하지 않아도 되는 공간을 찾아다녔습니다. 제게 여성이란 부당하게 차별받는 기호에 지나지 않았고, 해체해야 하는 범주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여성으로서 싸우는 과정속에서 저는 스스로가 여성임을 끊임없이 확인받고 통용되는 여성을 호명해야 했습니다. 

  동시에 노동운동을 하면서 개개인의 관계를 넘어서 사회 전반에 있어서의 페미니즘의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여성에 대한 차별은 성애화되는 방식만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학교에서 청소노동자들과 연대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교내를 청소하는 노동자는 중/노년 여성입니다. 청소노동자 모두 아침 7시부터 5시까지 임금노동을 하고 퇴근하면 곧바로 집에가서 가사노동을 합니다. 생계를 담당하지만 이들의 노동은 ‘애들 반찬값이나 버는 것'으로 폄하됩니다. 이들은 학교와의 투쟁에서 정당한 자신의 몫을 주장하는 노동자가 아니라 억척스런 ‘아줌마’가 되고, 식대 대신 남은 식재료를 주겠다는 제안을 받습니다. 
학생들의 인식 또한 다르지 않습니다. ‘청소어머니’ 라고 호명되는 이들은 끊임없이 불평등하게 상정된 관계 속으로 환원되고 그 속에서만 존재가치를 인정받습니다. 가족 내에서 재생산 노동을 해야 하는 ‘어머니’의 정체성과 임금 노동을 하는 노동자라는 정체성은 어느 지점에서 만날 수 있을까요?

>>>페미니즘, 윤리와 당위의 차원에서 벗어나 정치의 차원으로


  지난해 11월, 최몽룡 교수가 국정교과서 집필진에서 자진 사퇴했습니다. 그는 조선일보 여기자를 성추행했다는 논란 속에서 국사편찬위에 부담주고 싶지 않다"며 사퇴 이유를 밝혔습니다. 이를 두고 많은 이들이 그의 사퇴를 “신의 한 수"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는 불명예스러운 역사왜곡의 책임을 피하기 위해 전략을 펼친 호걸로 포장되었습니다. 

  진보의 이름으로 수많은 성폭력들이 무화됩니다. 역사왜곡은 공적인 문제지만 고위 공직자의 성폭력은 사적인 문제입니다. 성폭력을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는 생각, 그리고 그것을 용인하는 사회 분위기는 여전히 여성의 문제를 사적인 것으로 치부합니다. 정치의 범주를 넓히고 싶습니다. 여성의 의미를 피해자에서 주체로 바꾸고 싶습니다. 

  오랫동안 저에게 정치와 페미니즘은 별개의 것 이었습니다. 쟁점이 된 법안에 대해서, 투쟁 내용에 대해서, 학내 분위기에 대해서, 심지어 사람을 대하는 방식까지 저는 노동당 선배들과 나눴지만 한 번도 페미니즘을 주제로 대화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제가 접한 운동 사회에서 페미니즘은 묘하게 활용되고 있었습니다. 개개인의 관계에서 서로 지켜야할 절대적인 덕목이었지만, 그렇다고 전면에 내세워야 할 것은 아니었습니다. 숙박 일정의 강연 사업에서 페미니즘은 독자적인 주제는 안됐지만, 저녁 공동체 프로그램으로 진행되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커리큘럼은 페미니즘 서적으로 꽉 차도, 세미나는 인권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길 권고되었습니다. 총 책임자는 남성이지만 반성폭력 주체는 여성입니다. 그러나 분명 우리 모두가 성평등한 생활 내규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모든 일정에서 생리대를 준비했으며, 성폭력적인 언행은 날카롭게 평가되었습니다. 이 괴리는 어디서 오는 걸까요? 

세상의 ‘당연한 논리’에 반대하는 정당 속에서 저는 우리 안의 ‘당연한 논리’에 질문을 던지고 싶습니다. 

그리고 함께하는 동지들과 그 고민을 나누고 실천으로 답을 찾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공약1
여성위원회 간담회 개최
입당한지 얼마되지않은 저로서는 당의 이름으로 어떤 사업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당 내에서 활동을 해본 경험도 적습니다. 그러나 여성위원회 재건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짧은 기간이나마 활동하면서 당내에 페미니즘에 대한 열망이 크다고 느꼈습니다. 막연하게 불편하다고 느꼈던 감정들, 금기시 되어온 질문들, 반조직적이라고 매도되어온 고민들을 터놓고 말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것을 시작으로 정치의 범주를 넓혀가겠습니다. 


>공약 2
맞춤형 강의안 작성
당원들의 젠더 감수성에는 감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맞춤형 강의안을 작성해 여성주의적 가치들을 당원들과 공유하겠습니다. 

>공약 3
국내외 여성정치운동과 페미니스트 정당에 대한 연구 
미숙하지만 스웨덴의 페미니스트 정당(feminist initiative)과 같은 해외 진보 정당들과 한국여성민우회,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과 같은 여성단체들의 자료 등을 수집해 공부하고 정리하겠습니다. 

약력
전)서강대 2015년도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반성폭력 주체
  노동당 여성위원회 비상대책위원회
현)서강대 청소노동자 연대본부 맑음 대표
 노동당 마포당협 소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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