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 해산합시다

by 수리산 posted Jun 26,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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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당 해산합시다.

 

우리는 이십년 동안 세상을 바꾸기 위해 진보정당을 만들고 활동해 왔습니다. 작은 성취를 이룬 때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당내 갈등을 조정하고 매듭을 풀기 위해 애쓰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뼈아픈 반성 끝에 실패를 인정할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꿈꾸었던 정당은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사회주의 정당이었습니다.

당내 민주주의가 관철되고 자본주의 체제를 바꿀 수 있는 유능한 정당이었습니다.

 

돌이켜보면 민주노동당 분당, 진보신당 창당, 그리고 통합안 부결에 이은 1, 2차 탈당, 사회당과의 통합과 노동당으로의 당명 개정..........

굽이굽이 돌아왔습니다.

그 길에서 우리는 꿈을 잃지 않았고 소수이지만 옳은 길을 걷는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연이은 탈당과 비선 논란 등으로 당은 활력을 잃었습니다.

당원들은 냉소와 무관심의 늪으로 빠져들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당의 위기를 방관할 수 없었습니다.

당의 고문으로 당대회 의장으로 혁신위원회를 만들고 어렵게 혁신안을 당에 제출하였습니다.

그러나 혁신안은 사실상 방치되었고 낡은 관성은 그대로 유지되어 이제는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지금 당명을 바꾸자는 당대회를 앞두고 있습니다.

기본소득당당명개정안이 당대회의 핵심 안건입니다.

당명을 바꾼다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기본소득이 과연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이념이나 정책인지 의문입니다.

그리고 당명을 바꾼다고 무기력한 당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새로운 길을 열 수 있을지 동의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노동당 당명만 유지한 채 내부갈등을 안고 가는 것도 문제입니다.

현 지도부가 노동당이라는 당명과 노동의 가치를 낡은 것으로 규정한 상황에서, 심화되는 내부갈등은 오히려 당을 더 앙상하게 만들고 이후 진보정치발전에 걸림돌이 될 것입니다.

 

당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닙니다.

진보정당은 진보정치의 수단이며 해방세상을 만들기 위한 도구입니다.

뚜렷한 이념과 전망을 제시하지 못한 채 내부갈등조차 해결하지 못하고, 지역과 현장에서 멀어진 정당은 기능을 상실한 도구일 뿐입니다.

걸림돌은 치우는 것이 마땅합니다.

 

오늘 우리는 우리의 당 노동당이 이제 그 기능을 상실하였다고 판단하고 해산을 주장합니다.

그러나 노동당 해산이 진보정당 운동의 종말을 선언하는 것이 아님을 명확히 밝힙니다.

오히려 초심으로 돌아가 철저한 반성과 더욱 다듬어진 전망을 준비해야 할 때입니다.

늦었지만 다시 시작할 때입니다.

 

우리는 희망을 이야기할 것입니다.

다시 사람을 만나고, 지역을 돌아보고, 현장을 찾을 것입니다.

거기서 또다시 자본주의 극복을 위한 사회주의 정당, 소외되고 박해받는 이들을 대변하는 대중정당, 사회변화를 이끌 수 있는 유능한 정책정당 건설을 모색하려 합니다.

 

우리는 매듭을 풀지 못하였습니다.

풀 수 없는 매듭이라면 끊어야겠습니다.

 

노동당 해산합시다.

 

2019626

 

노동당 당원 김혜경, 이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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