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을 깨며.

by 박정훈 posted Mar 29, 2018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너무 많은 사람들이 저의 침묵으로 다치고 있습니다. 지난 2월 26, 저는 노동당 당원게시판을 통해  제가 왜 이 운동을 했었는지, 지난 조직 활동의 문제점은 무엇이었는지 밝히고 진상조사위원회 결과를 기다려달라는 요청을 드렸습니다. http://www.laborparty.kr/bd_member/1747243 진상조사위원회를 통해 시간을 끌겠다는 의도가 아닙니다. 해명이 폭로자들에 대한 또 다른 상처를 주고, 남아있는 조합원들과 당원들에게 큰 실망감을 줄까 두려웠습니다. 정치적으로 제가 책임을 지고, 시시비비는 진상조사위원회에서 가리면 될 거라 믿었습니다. 하지만 조사결과도 나오기 전에 소위 SP계로 불리는 사람들을 가해자로 낙인찍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침묵하고 있는 이들을 가해자라 욕합니다. 잘못되거나 왜곡된 내용, 아직 사실인지 여부를 다퉈야 할 내용들이 공공연히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비록 지금은 떠났지만, 알바노조를 아끼는 마음으로 침묵으로 일관했던 저의 태도가 조직보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말을 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두 가지였습니다. 얼마 전 노동당 서울시당 운영위원회에서 한 당협 위원장이, 이번일로 불출마를 선언했던 이들이 다시 지방선거에 출마하려면 명분이 필요하다 라는 주장을 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었습니다. 이 당에 절망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남았던 신뢰의 끈이 끊어져버렸습니다. 폭로된 내용은 여러분들의 정치적 재료가 아닙니다. 
  두 번째는 이가현 위원장의 폭로의 구체적 내용입니다. 저는 이가현 위원장이 폭로를 선택한 이유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과거의 조직경험이 있었고, 자신에게 실질적 권한이 없다는 생각을 했을 수 있습니다. 나이와 성별, 경험의 차이에서 오는 차별들을 느낄 수 있다 생각합니다. 조직이 사라졌다고 해서 과거의 인적관계들이 사라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에게 그 말이 아무런 의미가 없을 수 있습니다. 이것은 조직과 저를 포함한 사람들의 문제입니다.  
  하지만 이가현위원장이 지목한 3기 알바노조의 실질적 위원장 4명이 구체적으로 어떤 잘못들을 했는지를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온갖 추측과 억측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언더가해자라’는 이상한 말도 만들어졌습니다. 몇 몇 사람들의 전언들을 통해서 제가 행한 잘못들에 대해서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쉽게 납득이 되지 않은 내용들입니다. 

2017년 9월 
  2017년 저는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배달 일을 하며 매장사람들을 노조에 가입시키는 활동들을 했습니다. 중앙활동에는 관심이 없었고 언급된 조직과도 연락을 끊고 떨어져 지냈습니다.  제가 3기 알바노조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9월입니다. 이가현위원장과 함께 활동하던 집행부가 활동이 괴로워 그만두고 아파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2016년에 함께 활동했던 소중한 사람이었기에 직접만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가현위원장의 직장 내 괴롭힘으로 힘들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하지만 위원장이 여성이기 때문에 남성인 자신이 이야기를 하면 가해행위가 될까 두렵다고 고백했습니다. 제게는 큰 충격이었고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이가현 위원장에게 조심스럽게 이야기한 것은 하나입니다. 위원장을 지지하는 마음이 크지만 계속 출마를 원한다면, 떠나간 집행부들과 이야기를 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출마할 마음도 없고, 풀 마음도 없다는 답을 들었습니다. 시간이 지난 후 마음을 바꿔 출마를 결심하고 출마 직전 문자 사과를 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3기 집행부들은 사실상 붕괴하고, 현 위원장은 집행부들과의 관계가 나쁠 뿐만 아니라 출마의사도 없다는 사실도 이맘때쯤 알았습니다. 그러다 구교현 1기 위원장 역시 이런 상황을 알았고,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 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전직 위원장이 노조의 위기에 대해 걱정을 가지고 개입하는 것이 언더의 가해행위인지 궁금합니다. 
  
실질적 위원장의 행위들

  이가현위원장이 자신이 아니라 제가 위원장이었다는 사례는 다음의 사건입니다. 

  “공식행사에 이가현 위원장이 아닌 박정훈이 역할을 맡기로 했다.”

  최근에야 이게 무슨 말인지 알게 됐습니다. 5명 정도가 참여하는 신입조합원 교육입니다. 최기원 대변인이 알바노조의 역사나 기초노동법을 강의해달라고 했습니다. 근데 이 이야기를 들은 위원장이 화를 내서 취소했다고 합니다. 저는 화를 내서 취소한 줄은 몰랐고 그냥 위원장이 시간이 되는 줄 알았습니다.  
  제 임기 때 제가 직접 신입조합원 교육을 진행한 적은 없었습니다. 누가 진행하든 알바노조의 내용만 잘 전달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실제로 강연을 제가 진행한 것도 아니고 회의의 안건으로 올라온 것만으로 제가 알바노조의 실질적 위원장의 증거가 되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제가 3기 때 알바노조 중앙과 함께 했던 것은 모두 집행부의 요청이 있을 때뿐이었습니다. 3기 집행부들이 이가현 위원장과 회의도 거치지 않고 저를 기자회견에 부른 건지 대답을 해주셔야 할 겁니다. 

  허영구지도위원 
  가장 당황스럽고 아직도 풀리지 않는 일은 허영구 지도위원을 실질적 위원장이라고 지목한 부분입니다. 허영구 선생님은 알바연대와 알바노조의 설립 때부터 함께 한 사람입니다. 허영구 선생님이 개입한 것은 회칙을 지키라는 이야기 하나였습니다. 지도위원이 회칙 지키라는 말도 못하면 지도위원자리에서 물러나달라고 하는 게 맞습니다. 급기야 몇 몇 사람들은 공식적 직함이 있는 지도위원의 조언을 한 행위를 근거로 허영구선생님을 ‘언더가해자’라고 하고 있습니다.  

  비대위원장을 박정훈이 맡기로 했다. 
  처음에는 누군가 헛소문을 낸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나의 행동거지를 더 조심해야했다며 자책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야 이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게 됐습니다. 문제의 발단은 구교현이었습니다. 이가현 위원장을 만나 중도사퇴한 용윤신 사무국장이 다시 출마하는 일은 부적절하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건 박정훈도 마찬가지라는 취지였다고 합니다. 만약에 사람들이 박정훈을 비대위원장에 앉히려 시도한다 하더라도 그건 잘못된 일이다 라고 했답니다. 구교현 전 위원장이나 이가현 위원장 둘 중 한 명이 대답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평가는 허용되지 않는 겁니까? 
  이가현위원장이 폭로 글을 쓴 계기가 된 것이 3기 집행부의 사퇴문제를 거론한 출마의 글 때문이라고 합니다. 저는 이 말을 이해해보려 했지만 끝내 되지 않았습니다. 위원장은 비판을 받는 자리입니다. 권력을 가지고 있고 책임이 뒤따르는 자리입니다. 비판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인지요.  
  어제까지는 언더조직의 힘과 지지를 통해 위원장이 되고 사무국장이 되고 휴식과 안식을 얻다가 선거 출마에 대한 비판을 받는 순간 언더를 고발하는 용기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을 저는 납득하기 힘듭니다. 지금 이야기되고 있는 조직의 문제들은 우리가 함께 했던 운동입니다. 당연히 평가하고 함께 반성해야 할 문제이지 피해자와 가해자를 나눌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피해자가 되는 순간 비판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믿지만, 그것은 위원장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것은 아닙니다. 위원장은 언론에 인터뷰를하고 수많은 사람들의 박수와 격려를 받는 자리지만, 그만큼 조직의 실패와 오류에 대해 책임을 지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노동당의 반응들은 너무나 실망스럽습니다. 대의와 선의를 위해 불출마를 선언하더니, 이제 와서 출마의 명분 운운하는 것에 환멸감이 듭니다. 정치적 행위를 했다면 책임을 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출마를 하고 싶다면 여러 문제들이 있지만 출마를 통해 당을 책임지겠다고 해주십시오. 여러분들의 지지자들이 더 이상의 실언을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우리조직운동의 결과임을 인정합니다. 
  한 사람을 중심으로 위계적으로 짜인 조직의 가장 큰 문제점은, 폼을 잡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겁니다. 저 역시 포함됩니다. 그래서 조직에서 힘이 강한 사람의 마음에 들기 위한 인정투쟁이 치열하게 벌어집니다. 그만큼 조직 책임자의 말에 커다란 영향을 받게 되고, 이과정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받기도 혹은 위로를 받기도 합니다. 조직이 제공하는 편안한 안정감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구조를 쉽게 비판하지도 벗어나기도 힘듭니다. 그리고 한 번 벗어나면 모든 문제가 조직의 책임과 탓으로 돌려지게 됩니다. 그만큼 내 인생의 많은 부분을 차지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조직의 책임자들은 자신의 권력을 망각한 채 선의를 베풀고 있다는 자기착각에 빠지기 쉽습니다. 
  저 역시 하루하루의 익숙함에, 제가 가진 권력을 나의 성과와 능력으로 획득했다는 착각에, 나는 조직의 질서로부터 자유로운 인간이라는 자족에 빠져 살아왔습니다. 저는 흠도 잘못도 많은 사람입니다. 지금까지의 운동의 관성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비판과 질책을 남겨주시길 바랍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앞서 이 조직운동에 상처받고 떠나간 이들에게 사죄하고 싶은 마음은 여전히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정치적 선택을 하고 고군분투하고 있는 옛 동료들에게도 존경과 응원의 마음을 전합니다. 


Articles

3 4 5 6 7 8 9 10 11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