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미국 버클리에 살고 있는 황용연이라고 합니다.
민주노동당에서는 서울 동작구위원회 소속이었고, 성소수자 지지 당원 모임 [붉은 일반]과 성소수자위원회에서 활동했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마음이 좀 무겁고 복잡합니다. 그 한 가지 이유는 아마도 제목에서부터 드러나는, 민주노동당에 대한 회한 때문일 겁니다. 나의 정당이라고 생각해서 몸담았던 곳에서 스스로 몸을 거두어야 했다는 회한 말이지요.
다른 하나는, 그런 회한을 함께 가진 사람들 중에서, 꽤 많은 사람들이 이 진보신당에 불참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일 겁니다.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저는 성소수자 관련 활동을 했던 사람인데, 함께 활동했던 사람들 상당수가 이 진보신당에서 성소수자를 비롯한 소수자 정치의 전망을 그리 밝지 않게 보면서 불참하겠다는 소식을 전해 오더군요.
미국에 있다 보니 실제 창당 과정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를 잘 모르기 때문에, 이렇게 불참하는 분들에 대해서 제가 뭐라고 말씀을 드리기가 참 난감합니다. 게다가 예를 들어 [직접행동] 카페에서 올린 질의서와 그 답변을 보고 있으면, 더더욱 난감해지게 됩니다.
[직접행동]의 질의서를 처음 보았을 때, 저는 그 질의서를 전적으로 수용하는 답변이 나오길 바랬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떤 답변이 나올지도 대강 예측이 되더군요. 그리고 임시 상황실장의 이름으로 올라온 답변은 예측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답변이었구요. 특히, 총선 후 총선 성과가 있든 없든 "모든 집행부 및 체계를 해산하고 '실질적 창당을 위한 준비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총선 결과와 독립적으로 재창당, 제2창당을 위한 과정을 반드시 밟아야 한다는 것과 그 누구의 기득권이 이 과정을 훼손해서는 안된다는 점은 누구도 부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뭉뜽그려 답변할 질문이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무겁고 복잡한 마음으로라도 진보신당 입당을 선택하는 것은, 어쨌든 '진보정당'이 남한 사회에서 살아 남기를, '운동권의 정당'이 아니라 '우리들의 정당'으로 살아 남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왕 들어온 이상, 지금 불참한 분들에게 나중에라도 입당을 자신있게 권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진보신당에서도 성소수자/소수자/그 외 관심 가는 일들을 놓고 열심히 활동하겠습니다.
심상정 의원으로 기억하는데, 민주노동당의 미래 비전 중의 하나로 "민주노동당 자진 해산"을 이야기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민주노동당이 사회 중요 세력으로 충분히 자리잡아서, 여러 진보세력을 민주노동당이라고 다 모아놔야 될 필요가 없어지는 날, 노동자당/농민당/생태환경당/성소수자당/장애인당/이주노동자당 등등(물론 심 의원이 실제 드셨던 예는 꼭 이렇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만...)으로 '자진 해산'한다는 비전이었지요.
그런 날이 와서, 기쁘게 탈당계를 쓸 수 있기를 바랍니다.
2월 4일에 썼던 회한의 탈당계 말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