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당대회에 붙여 "진보신당-가난한 사람들을 위하여 싸워주십시오."

by 장광열 posted Mar 15,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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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사는 장광열입니다. 맘 같아서는 비행기를 타고 창당대회에 가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게 현실이기에 글 하나로 창당대회 참가를 대신하려 합니다.

저는 자주 한국에 가는 편이라 갈 때마다 한국의 외관을 관심있게 봅니다. 그리고 볼 때마다 느끼는 건 외관상으로는 정말 삐까번쩍해졌다는 겁니다.
적어도 소비수준으로 볼 때 한국 사회는 네덜란드보다 앞서 있습니다. 단적인 예로 핸드폰을 보면 네덜란드에서는 이제 인터넷을 쓰기 시작하는 수준입니다. 한국에서는 핸드폰으로 TV도 보더군요. 사람들의 외식 회수나 백화점 물건 값을 봐도 한국이 더 많습니다.
그에 비하면 네덜란드나 독일은 좀 촌스럽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소득은 한국이 더 낮은데 어떻게 소비는 더 많이 할까요? 그 이유는 사회보장의 수준차 때문입니다. 서유럽 나라들은 의료보험이나 소득세로 소득의 30%에서 50% 정도를 냅니다.
그러니 실제 자기 손에 들어오는 돈은 없고, 악착 같이 절약을 해야 살 수 있지요. 없는 사람들은 세끼 식사에, 테레비 보기, 계절마다 옷 하나 장만하기, 바겐세일하는 곳을 기웃거리다 싼 물건 하나씩 구입하면 돈이 바닥납니다.

한국은 복지제도가 약하다 보니, 손에 들어오는 돈은 많습니다. 물론 엄청난 사교육비에 병걸리거나 사고나면 수술비에 몫돈이 드는 문제가 있지만, 직장에 도시락 싸오는 사람은 별로 없지요. 네덜란드에서는 대부분이 식빵 도시락을 싸옵니다. 

하지만 그건 겉모습일 뿐이고, 가난한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 많습니다. 작년 여름 경주로 여행 갔을 때 보았지요. 아침 일찍 시장에 가보니, 행상하는 아주머니 할머니들이 행길은 물론 도로 한 차선까지 나와서 채소와 과일을 팔더군요. 더운 여름 뙤악빛 아래서 하루종일 팔아야 입에 풀칠할 정도의 돈밖에 못벌 것이지만 그거라도 해야 먹고 살 수 있기에 그 고생을 하는 그분들을 보면서 가슴이 무거웠습니다. 유럽에는 노인연금이 있어서 노인들은 생활이 좀 어렵긴 해도 집이나 양로원에서 여생을 보내는데, 길거리에서 병이나 박스를 모아 하루 하루를 연명하는 노인분들을 볼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한국사회는 과연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 물음을 던져야 합니다. 서유럽의 오늘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서유럽에도 하꼬방이 있었고, 노동자들은 쥐꼬리만한 월급으로 먹고 사는 수준이었고, 대학은 상류자제들만 갈 수 있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노동자계급과 좌파정당의 줄기찬 투쟁으로 "좀 더 평등한 사회"를 만든 것입니다.

선배들에게 처음 학습을 받을 때, 배운 사람은 가난한 사람들의 편에 서야 한다는 걸 깨달았고, 그 깨달음으로 진보신당의 한 당원으로 있게 한 것 같습니다.

세상은 날로 새로워지고 있습니다. 불과 몇년 전만해도 꿈꾸지 못했던 기술의 발전에 따라가기도 벅찹니다. 그러나 그 가운데도 가난한 사람들은 있고, 무관심 속에 고통받고 있습니다.
신자유주의의 광풍은 한국에도 서유럽에도 날카롭게 불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더 어려워질 지 모르는 앞날을 걱정하며 하루 하루를 살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유럽에서도 신자유주의의 광풍에 맞서서 싸우려는 정당들의 점점 지지를 얻고 있습니다.
네덜란드의 사회당이 우경화된 노동당을 무섭게 추격하며 제 3당에 오른 것이나 독일의 좌파당이 전국정당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 프랑스의 급진 좌파가 대선에서 의미있는 득표를 보여준 것들은 유럽의 변화를 보여주는 예들입니다. 동구권의 몰락 이후 유럽의 언론이나 학계는 앞으론 "평등한 세상의 꿈"을 버리라고 사람들을 점쟎게 꾸짓었었지요. 다시 가난한 사람들의 아우성이 커지는 지금 좌파는 새로운 생명을 얻었습니다.

한국의 좌파는 2004년 총선에서 대중들이 민주노동당에게 던졌던 표의 의미를 잊지 말아야 합니다. 열심히 일하는 것보다, 재태크를 잘해야 돈을 모으고, 부정부패에 너그러운 기막힌 사회에, 고달픈 삶을 이어가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하여 싸우는 당이 되도록 모두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국경이 없습니다. 지구촌 곳곳에 자본의 이윤추구에 고통받지 않는 곳이 없고, 그런 체제를 바꾸는 노력 없이 한국사회의 가난한 사람들의 문제도 해결할 수 없습니다. 한국 뿐만 아니라 북한, 나아가 전세계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하여 싸우는 진보신당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열심히 싸우겠습니다. 함께 싸울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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