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적-녹정치를 무시했던 민주노동당 지도부의 전철을 되밟지 말아야

by red21green posted Mar 03,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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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진보누리나 민주노동당 당원게시판 같은 곳에 비슷한 문제제기를 여러 차례 해왔기도 하고 여러 모로 공감합니다.

그런데 말씀하신 적-녹정치 모색의 중요성과 시급성은 민주노동당 시절 환경위원회와 녹색정치사업단에 의해 줄기차게 제기되어 왔지만, 당 지도부에 의해 충분히 인정받지 못해왔습니다.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언론에 회자되는 주요한 생태환경 이슈들에 대해 당이 뭔가 발언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싶어는 했지만.. 정작 그와 같은 이슈들에 좌파 정당이라면 어떠한 방식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소위 "진보적" 녹색정치 혹은 적-녹정치의 내용이 어떠한 것이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별 관심을 두지 않았고 때로 논의를 기피하기도 해왔습니다.

예를 들어.. 민주노동당 환경위원회와 녹색정치사업단은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과 탈핵 환경친화적 에너지체제로의 전환이 단지 몇몇 전문가들이 관련 정책들에 생태합리성을 가미하는 것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정책, 산업구조 개편, 고용 등의 이슈들에 대한 의사결정에 노동자.민중들의 직.간접적 참여/통제를 확대토록 하여 그러한 변화가 생태적 지탱가능성 뿐아니라 평등하고 민주적인 사회관계에 부합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정의로운 전환"이 되어야 함을 강조해왔고.. 이같은 적-녹정치의 입장이 다른 영역으로도 확산될 수 있어야 함을 주장해왔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민주노동당 지도부에 의해 상당히 푸대접 받았습니다. 선거 때 잠깐 구호로 쓰기는 했는지 몰라도, 당 지도부는 적-녹정치 혹은 진보적 녹색정치가 무엇이며 왜 필요한지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정작 당 밖에서는 에너지 사유화에 반대하는 동시에 보다 환경친화적 에너지체제로의 "정의로운 전환"을 추구하는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나 생태계/공간.환경의 시장 지배와 상품화에 반대하는 "물 사유화 저지 및 사회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동행동(추)"등의 노동-환경운동 연대 노력, 적-녹정치의 노력이 있었지만..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그다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이는 소위 자주파만의 문제였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따라서 당시 민주노동당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던 분들이 다수 참여하고 있는 진보신당에서도 여전히 이어질 수 있는 문제라고 보입니다. 아닌게 아니라 신당 출범 초기부터 비슷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갖게 합니다. "평등.생태.평화.연대를 핵심가치로 하는 새로운 진보신당"이라는 그럴듯한 구호를 내걸었지만 그 "생태"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여전히 불투명합니다. 

그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되어, 환경이 유행이니까, 별 깊은 고민 없이 생태 관련 얘기들을 (그것도 좌파정치와 좀처럼 양립할 수 없는 시장주의자들의 환경관리주의 혹은 근본생태주의나 종말론의 그것과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 확실치 않은 얘기들을) 가끔 하는 정도로 녹색 덧칠을 해주면 되지 않냐.. 이렇게 안이하게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런 식이라면 결국 우경화로 치닫게 되거나 아니면 이것도 저것도 아닌 혼란스러운 상황에 빠지게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요.

그래서는 안되겠지요. 산그늘님이 퍼오신 제 앞의 글에서도 얘기했습니다만.. 진보신당은 막연하게 "생태"를 외치는데 자족할 것이 아니라 민주노동당 환경위원회와 녹색정치사업단에서 해왔던 일들을 참고하여 노동-환경연대를 포함하는 "적-녹정치", "진보적 녹색정치"의 길을 더 발전시켜나아갸 합니다.

생태적 지탱가능성의 문제를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문제, 사회 공공성 강화, 평등하고 민주적인 사회경제체제의 실현, 시장주의 반대, 자본주의 극복 문제 등과 통합적으로 사고하는, "진보적 녹색정치", "적-녹정치"의 비전과 내용을 제시하고, 이들을 정책으로 만들어내고, 민중운동 속에서 각 지역의 생활 속에서 이들을 실천해나가는 것. 그리고 이를 통해 여타의 환경운동, 녹색정치 세력들을 보다 더 왼쪽으로 견인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진보신당이 해야 할 일은 그와 같은 것이 아닐까 하고... 생태 얘기가 나오기는 하는데 도대체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지 잘 알 수가 없고 따라서 늘상 우경화의 위험과 그에 대한 비판을 달고 다니는.. 그런 상황에서 하루 빨리 탈피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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