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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진보신당과 민노당의 1차 지역 출마자 명단이 발표되었다.

5곳이 겹친다는데, 개인적으로는 조정의 여지가 있다면 조정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조정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수준은 아니다.

예상컨데, 민노당 일부세력이 지니고 있는 조폭적 앙심정치의 표출 현상도 섞여 있겠으나, 그 문제를 대놓고 뭐라 주장할 수는 없는 이상, '참정권의 문제이니 왈가왈부 할 사항이 없다. 선의의 경쟁을 하면 좋겠다' 외에 딱히 말할 것도, 말해야 할 것도 없다.

중요한 부분은 단지 수사가 아니라, 실질적 방책으로서 "선의의 경쟁"이다.

이는, 우리에게 필요한 구도는 '진보 혁신 세력 대 낡은 진보 이지, 평등파 대 자주파는 아니'라는 일반론의 문제만은 아니다.

결국 우리, 그리고 민노당이 어떻게 처신해도, 세간의 시선과 미디어의 접근법은 민노당에서 분리한 진보신당과 자주파가 주도하는 기존 민노당 사이의 '진보내전'으로 그릴 확률이 높다. 우리가 무엇을 하건, 심지어 우리도, 민노당도 서로 칼질을 하지 않아도 우리는 분명 피를 뒤집어 쓰게 될 것이다. 물론 구 민노당 내에는 굳이 개싸움을 하겠다고 나서는 흐름도 있겠지만 말이다.

설령 우리가 성공적으로 구 민노당 일각의 수렁정치를 뿌리친다 해도, 피묻은 모습으로 이번 총선을 끝낼 수밖에 없는 마당인 셈이다.
때문에, 우리와 민노당이 가많히 있어도 세간의 시선과 미디어의 취급방식 속에서 피투성이로 포샵발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가능하면 손에 칼을 든 모습으로 찍히지는 말아야 하는 것이다.

2.
사실, 진보신당의 결성이 확정되는 순간부터, 이미 남은 민노당이 무엇이 될지는 정해져 있었다. 그 틀은 민노당이 무엇을 해도 대책이 안나오는 것이다.

요즘 반성과 성찰이 유행이기는 하지만, 나는 솔직히 그 문제에 대해서는 별로 양심에 거리끼는 부분이 없다. 일관되게 친북하는 것은 '아무나'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그게 대한민국에서 진보정치를 하는데 하등 도움이 안된다는 것을 이해 안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이 문제를 착각할 수 있는 '능력'은 오늘-여기를 사는 '대중'의 일부로서의 감수성과 '진보진영 운동가들 사이의 내적 친연성'사이의 무게추가 확실히 후자로 넘어가 있거나, 혹은 통일정치/대북한 관계 영역이 정치세력이니 자기 입장을 지녀야 할 문제들 중 하나가 아니라, 그 자체로 뭔가 진보의 문제가 된다는 시야를 지녔어야 가능하다.
북이 핵을 개발하기 이전에 지닌 대표적인 '억지수단'이 무엇이었는가? 누구나 알다시피 그것은 휴전선/정전협정선 인근에 배치된 장거리 포였다. 쏘면 한 "40km"쯤 나간다. 당연히 워싱턴에는 포탄 안떨어진다. 북-미 핵게임에 얽힌 첫번째 인질은 대체 누구인가?
그러나 대한민국의 많은 사람들은 이 문제를 누구처럼 '강경에는 초강경으로, 전쟁에는 전쟁으로'라고 날뛰기 보다, 일정한 위기관리비용을 지출해서 평화적 수단으로 관리한다는 것에 기본적으로 동의할 정도로 성숙한 안목을 지니고 있다. 물론 그래도 기분 나쁜 것은 기분 나쁜 것이다.

올곧게 친북하자면, 북이 핵실험을 했다고 했을때, '내 일 처럼' 기뻐하고, 웬지 마음 든든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 거주민'으로서 당연히 느낄 불안감, 불쾌감과 정반대로 말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1차 서해교전에서 한국해군이 승리한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만일 당시의 결과가 2차 서해교전 같았다면, 2000년의 정상회담은 없었을 것이다. 왜? 이미 보았듯, 대한민국은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처럼 자국 함정이 격침당하고, 수십명 자국 젊은이가 살상당한 사건을 완전히 보도통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그동안 운동권 물을 꽤 먹었다고 하지만, 친북파도 아니고, 충분히 평화주의적이지 못한 '대한민국 국적자'인 나의 심리적 믿바닥이다.
때문에 원조 북조선 공식 입장인 민족해방전쟁이 아니라 강정구의 '통일내전론'수준만 되어도 나의 자연인으로서의 정서는 그것을 용인하고 싶지 않아진다.

자, 한때 문제의 NL 운동을 겪기도 했던 내가 이럴진데, 세상의 바닥민심은 어떻겠는가?
그리고, 내가 친북하지 않음이 이제껏 내가 좌파노릇을 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마찬가지로 '친북은 잘못된거지'라는 민심과 대립하지 않으며 진보정당 하는게 무슨 문제가 있을까.

사실, 친북은 그 자체로 비현실적, 반현실적이다.
여기가 대한민국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이라는 정치적 공간의 현실이 아니라, 북조선이라는 다른 권력체의 - 대한민국의 정치적 공간에 거주하는 대중은 아무런 영향을 줄 수 없는 현실적 요구를 함께 고려해야 하는 이들에게 현실은 항상 분열적인 것이 될 수밖에 없다.

3.
이러니 저러니 말하지만, 사실은 친북당은 그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분리할 이유이다.
익히 말했듯, 나는 이 문제에 대해서는 조금도 미안한 감정이 없다.

그리고 분리의 결과는 남은 당을 무조건 친북당으로 만들 수밖에 없다. 이제와서 후회한다고 달라지지 않는다. 외교적인 멘트 몇마디를 한다고 해도 달라지지 않는다.
그 이유는 극히 단순하다. 구 민노당이 통째로 친북당이 아닐 조건은 바로 "우리들"이었기 때문이다. 친북당을 문제로 여기고, 그것을 비판하고 반대하던 이들이 그 당에 남아있어야 그 당은 통째로 친북당이 아닐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친북당이 이야기를 꺼내지 않을 수도 없었다. 그것은 전부는 아닐지라도 어쨌든 현실적인 문제이기는 했으니까.

때문에, 거꾸로 우리가 구 민노당을 붙잡고 싸우기 위해 굳이 스스로 노력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 것이다.

미디어와 세간의 여론이 상황을 진보내전으로 보고 싶어하는 선정적 관심의 문제 뿐 아니라,
'친북'과 '비친북'이 실정적인 당 대 당의 계선으로 만들어진 이상, 그것을 더 이상 우리가 부연해야 할 필요도 거의 없다.
여기에는 '친북비판' 뿐 아니라, '친북이 문제가 아니었다'는 식의 반성문도 포함된다.
아무리 우리가 '본의 아니게 그렇게 프레임이 잡혀 버렸다'고 말해봐야 달라지는 것은 없다.

우리는 그저 '다 지난 일' 이라는 표정으로 열심히, 잘 우리 할 일을 하는게 상책이다.
그럼에도, 누가 '친북문제'에 대해 물어본다면, '그건 우리는 동의 못한다, 다만 문제는 그것만은 아니다'라고 짧게 답하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더 할 것이 없다. 할 필요가 딱히 없음도 물론이지만, 실제로 할 만한 무엇이 없다는 것도 현실이다.

4.
물론, 배포가 있고 자신이 있다면, 친북하지 않는 좌파가 어떻게 다른지 해당영역에서 조금 맛뵈기를 보여 줄 수는 있다. 그러나 나는, 월드컵 예선전 논란 같은 가십 수준의 소소한 것을 뺀다면, 그것이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통일중심성의 프레임은 역사가 깊은 것이요, 그 밖에서 무엇을 해본 경험은 그리 많지 못하다.
'평화주의'를 대체 프레임으로 내세우는 경우도 많지만, 그것은 실제로는 전체가 아니다. '민족'이 아니면 '지역'이요, '외교'이다. 다분히 사회운동적인 평화주의의 속성과, 특히 우리와 한국사회가 공유하는 일천한 평화인식을 생각하면 그것으로 국가간 관계, 지정학적 문제 전영역을 커버할 현실적인 정책적 기반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북조선을 진보적인 무엇이 아니라고 판정한 시점부터 이미 예정된 문제이며, 통일지상주의에 비판적 위치를 잡은 순간부터 이미 예정된 문제이지만, 우리의 현실적 준비정도는 솔직히 내적인 이견의 폭 조차 가늠이 잘 안되는 상황이다.
(몇 일 전에도 육군의 노후 헬기 추락사고가 있었듯, 한국이나 북조선이나 공히 전력의 양적 측면에 대한 고려에서 낡은 장비를 많이 보유하고 있고, 당연히 한계가 넘으면 평시에도 사고속출로 이어진다. 그런데 과거 민노당 시절 공약이 '신무기 도입 중단'이었던 것을 혹시 기억하는지. 물론, 당장 '전면감군'이나  비무장국가화를 주장할 배포는 내게는 없다. 그리고 설령 감군을 해도, 노후장비는 교체해야 한다. 안전사고 일어나니까. 자 그런데, 친북과 통일지상주의에서 벗어난 진보정당의 '안보독트린'은 무엇일 수 있을까? 나는 아직 모른다. 선언적 언명들 말고는.)

그렇다, 결국 '민생을 말하는 민생당'과 '민생을 말하는 친북당'이 등장하는 선거가 될 것이다. 재주가 있다면 몇 가지 소소한 양념거리를 만들 수 있겠지만, 메인 요리를 대체할 수는 없다.

5.
결국은 그렇다. '민족적 좌파'와 '사회적 좌파'의 역사적 경로가 갈라지는 것, 그 분기점에 우리가 서 있는 것, 그리고, 사실 우리는 그 분기점에 항상 서 있었다. 범위와 파장이 달랐을 뿐. 여전히 '계급모순과 민족모순'을 말하는 사람들과 '계급모순'을 따지던, 그리고 그 연장선에서 이제 '계급'과 정체성, 생태학의 접점이 어디인지 골싸매고 고민하는 사람들이 함께 당을 할 수 있던 시간이 끝났을 뿐이다.

물론 문제는 낙후함이요, 비현실이요, 비대중성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지 못하면 친북하기는 힘든 것도 사실이다.

우리가 제대로 못해낸다면, 아마 그 이유는 '협소함'과 '유치함'의 탓일 것이다.
이만큼 나이를 먹고도 '유치할 수 있다'는 것이 잘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유치하기에 너무 어린 나이는 없다. 어느 시대에나 '학생'은 교조적이며, 유형화와 규범화에 집착한다. ('탈레반'의 뜻 중에 종교수업을 하는 학생의 의미도 있다고 들었다.) 확실히 과거 '평등파'는 그런 식으로 일을 그르친 경우가 종종 있었다. '까칠함'은 좌파적 지향을 유지하려는 내적 건강성의 표현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그 미숙성의 표출이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모순의 경계위를 걷지 않는 진보란 존재할 수 없으며, 특히 어떤 형태로든 제도화/대항제도화의 경로에 있는 모든 것은 양의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당'도 '대중조직'도 그 자체 모순덩어리이다. 심지어 우리는 저항의 결과를 제도로 만들려고까지 한다. 그리고 동시에 제도의 현상태를 넘어서려고도 하고. 까칠함은 그 모순에 대한 인식이기는 하나, 그러나 불안의 표현이기도 하다.
하지만, 결국 해수와 대기의 경계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 서핑의 기본이 아니던가. 정당에 참여하는 이들에게 정치적 현실주의, 정치적 대중의 시선에서 스스로를 바라보는 능력조차 키워주지 못했다는 것은 어쩌면 그 자체 민노당이라는 경험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더 문제가 되는 것, 그것은 아마도 '평등파'의 내용적 발전이 정체되었던 것에서 오는 '협소함'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소위 PD라는 노선 - 사회적 전략이 이론적으로 붕괴한 후, '평등파'에게 남겨진 것은 단지 진보정당과 노동조합이라는, 제도적-조직적 구상 이외에는 없었다. '평등파'의 전공분야는 사실은"당" 그 자체였다.
이는 구 민노당의 내용적 위기가 딱 평등파의 역사적 내용이 소진되는 지점에서 시작한다는 것의 비밀이다. 그렇다, 우리는 '당을 만들어야 한다' 이후에 대한 내용을 지니고 있지 못했다. 우리가 우왕좌앙 하면서 '연북통일운동세력'에게 주도권을 내준 이유도 결국 뻔하다.
그들에게는 낙후하고 무의미하지만 당을 거머쥐고 할 무엇이 있었고, 우리는 '그건 아니다' 이상을 말 할 수 없었다. 그들이 당을 장악해서 하고자 했던 것이 오류였기에 반감은 존재했지만, '그것 말고' 무엇을 하나로 모아 지향할 그 무엇은 없었다. 내부가 아닌 사회적 부적절성을 생각해 본다면, 그것을 극복하지 못한 것은 의제와 지향에 대한 긍정적 대당을 산출하지 못했던 것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그 질문은 여전히 남아있다. 이른바 '평등파'는 대체 정당을 통해 어떤 사회적 결과를 산출하고자 하는가? 무턱대고 쉬운말 만을, 이념이 아닌 구체를 주문하는 것이 오류인 순간이 이쯤일 것이다. 애매한 레토릭을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명료하고 간명하게 전체적인 방향을 지시해야 할때 무력하니까 말이다.

그러나, 급기야 "민족적 좌파"에서 분리된 "사회적 좌파"가 대중적 정치세력화를 시도하는 순간이다. 대체 우리는 "당"으로 무엇을 이루려 한다는 말인가. 명료하고 간명하게 말 할 준비를 해야 한다. 수사가 아닌 개념으로. 원래 카피 조차도 '컨셉'에서 출발해야 제대로 나오는 것이다. 언제 어떻게 시작하던, 그것은 '실질적 창당'의 한 축이 될 것이다.
자기 발끝 만을 보며 걸어온 15년을 이제는 정돈해야 할 때이다. '민노당2'를 넘어 '진보를 재구성하는 실질적 창당'을 생각한다면, 당장 총선을 치러야 하기에 여력은 없겠지만, 우리가 걸어온 지난 15년에 대한 반추 한 자락을 머리 한구석에 자리시켜두었으면 한다.

심지어는 2일의 원탁회의의 모습 조차 15년을 넘게 반복해온 진전되지 못한 이야기들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 로두스 4.00.00 00:00
    민노당 입장에서야 총선의 상대가 진보신당이 아니라고 "공식적"으로는 우길지 모르지만 그게 어디 맘처럼 되겠습니까? 멀리 있는 적보다는 "울타리"를 뛰쳐나간 한 때의 "동지"들이 더 미운 법이지요.. 예상했던 일이지만 너무 티나게 들이대내요.. 뭐, 걱정할거야 있겠습니까? 그저 선거 기간 중에 물고 늘어질 상대가 한나라당이 아니라 진보신당에 맞춰져 있는 민노당의 공세(?)를 어떻게 슬기롭게 대처하느냐이지요.. 걍 생까고 가두 될 듯 하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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