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대표 고민

by 이창우 posted Mar 07,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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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대표 1,2,3,4번에 누굴 세우는 게 가장 좋을 지 많은 당원들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섣불리 얘기하기도 힘들어 합니다. 사실 저도 이런 저런 고민을 하면서도
혹시 본의 아니게 상처를 주는 게 아닌가? 혹은 논란만 키우는 꼴이 되지 않을까 등등으로 나오려는 말들을 안으로 안으로 삭이고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원탁회의 때 홍세화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제 머리를 떠나지 않습니다.
민주노동당 활동에 대한 반성적 성찰을 말씀하시면서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사후약방문식으로 대응하면서 비례대표 2번에 비정규직을 대표, 혹은 상징(?) 하는 이를 전략공천한다고 당이 비정규직에 대한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겠는가 하는 것입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대표라는 분들(그런 분이 있다면)도 자신을 비례대표에 공천하지 않는 것 보다 비정규직 저소득 노동자에 대한 국민연금 연대정책을 폐기하는 것에 더 분노하지 않을까요?)

비정규직을 우선 공천하지 않으면 비정규직 당이 아니고, 장애인을 우선 공천하지 않으면 장애인 당이 아니고, 88만원 세대를 우선 공천하지 않으면 88만원 세대의 당이 아니라는 논리를 말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을 겁니다.

환경운동가를 우선 공천하지 않으면 녹색 가치를 멀리하는 당이고, 공교육 운동가를 공천하지 않으면 공교육 정상화에 무관심한 당이 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우리가 '전략 공천'이라고 할 때 어떤 '전략'을 먼저 고려해야 합니까?

우리는 '운동권동호회'가 아니라 국민과 '소통'하는 진보를 꽃피우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진보신당이 민주노동당에 대한 반성문이라면 국민들의 가장 절실한 요구를 잘 대변해줄 수 있는 '전략'을 요구할 것입니다. 이명박과 같은 'CEO'가 졸지에 대통령이 되어버린 것도 비록 왜곡되긴 했지만 시대정신이 반영된 것 아닐까요?

이명박의 폭주에 제동을 걸고 부자의 경제학에서 서민의 경제학을 펼쳐보일 정치 지도자를 기대하는 것입니다.


비정규직을 전략공천할 수도 있겠지만 비례대표 '한 자리'로 비정규직의 환심을 사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역풍도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오히려 진보적 유권자들을 포함한 현명한 국민들은 서민의 편에서 정말 화끈하게 정치를 펼쳐 보이는 유능한 일꾼이 비정규직 문제도 보다 더 절실하게 얘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상식일 것입니다. 무섭게 생긴 허수아비가 아니라 우습게 생겼더라도 사람이 참새를 더 잘 쫓는 법이니까요. (물론 참새가 무서워 할만큼 무섭게 생긴 사람이면 더 좋겠죠.)

사실 노회찬, 심상정의원이 우리 눈높이를 너무 높여버렸습니다. 그들처럼 진보적이면서도 명석하고 심지어 토론에서 상대를 압도하는 유능한 진보정치의 장수들을 선수로 내세워야 한다는 어떤 기준 같은 게 생긴 것이죠.(물론 그렇다고 지역구에 나가 있는 노,심을 비례대표로 다시 세워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저는 지난 4년간 노회찬, 심상정과 같은 대중정치인이 한국 정치문화를 엄청나게 많이 바꿔놓았다고 생각합니다. 텔레비전 정치토론이 재미있어지고 이렇게 활짝 꽃 핀 것은 지난 17대 총선 이후부터가 아닌가 합니다. 그만큼 사회,정치적 의식 수준도 높여 놓았죠.

비례대표 명부 작성에서 저는 어떤 '부문 강제' 보다는 운신의 폭을 훨씬 넓게 만드는 '시대 정신'이나 '진보적 유권자의 요구'와 같은 것을 일차적으로 고려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탄피>

민주노동당 당시에는 장애인 여성과 비정규직을 상위순번으로 배치하는데 동의해놓고 이제와서 이 것을 부정하는 게 말이 되냐는 분도 있겠죠. 그러나 앞서도 말했듯이 진보정당 스스로가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의 당이고, 비정규직과 같은 첨예한 사회적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 운동하는 당입니다. 그런 당에 비례대표 앞순위를 안준다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받아야 한다면 애초부터 우리는 진보정당이 아닌 것입니다. 민주노동당이 장애인 여성과 비정규직을 상위순번으로 배치한 것은 민주노동당 스스로가 진보정당임을 의심받으면서 뭔가 강한 '자기 현시'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강박에 시달렸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 결과 스스로 정치적 자승자박의 길을 걸어간 것이라고 해석하면 무리일까요?

 

* 토론을 기대하며 쓴 글이기 때문에 저의 무지나 단견을 깨우쳐 주시면 기꺼이 배우도록 하겠습니다. 광신자의 열정도 부끄러운 일이지만 지혜로운자의 냉담도 부끄러운 일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부싯돌이 부딪혀 진리의 불꽃을 만들어내는 그런 진보신당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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