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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은 페이스북 노동당 그룹에 김로자 동지께서 올리신 글로

김 동지께 당게시판에 공유를 여줍고 허락하에 올리는 글입니다!!!

김로자 동지!!! 고맙습니다!!!


노동당 당명 개정 논의에 부쳐 : “차라리 공산당은 어때요?”


김로자·2019514일 화요일


사실 이제 와서는 내가 당원이라는 생각도 별로 없고, 당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신경을 쓰고 싶지도 않다. 당의 의사결정방식과 실천이 내게 별다른 효능감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될 대로 되라지 뭐. 내가 이 글을 제안의 성격으로 당게나 그룹에 쓰지 않고 개인 계정에 끄적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금은 당 내에 건강한 공론장이 구성될 수도 없고, 내가 어떤 것을 제안한다고 당 내 운동이 진전되리라는 것을 기대할 수도 없다.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피로한 논쟁 속에서 서로의 감정만 상하고 동력만 소진될 뿐이다. 비판은 같은 지향을 가진 동지들에게나 하는 것이다. 우리가 더 나은 실천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물론 나는 무의미한 미사여구로 동지라는 말을 많이 하지만, 여기에 딱히 동지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이 글은 비판도 제안도 아니다. 그저 개인적·공상적 잡설일 뿐이다. 그러므로 반드시 흘려 들으시라.


어쨌든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보자. 대표단은 이번 당명 개정 논의에 앞서 이것의 근거와 토대가 될 여러 문건들을 제출했다. 이후 당명 개정에 반대하는 여러 당원들의 의견이 여기저기서 제기되었다. 그런데 이를 통해 형성된 논쟁에서, 많은 사람들이 <노동당 당명 사수파들은 대표단이 제출한 문건을 읽지 않았음>을 전제로 왜 문건도 안 읽고 반대를 하냐며 답답함을 느낀 것으로 안다. 개인적으로는 (당 내) 대중을 계몽의 대상으로 보고, 왜 내 말을 듣지 않느냐고 짜증을 내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사실 그럴 수는 있다. 많은 좌파들이 줄곧 이러한 감정에 빠지고, 기실 나도 종종 그러니까. (물론 우리의 주장이 담긴 문건 등을 읽더라도, 이에 동의하지 않는 당원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은 깜빡 잊은 것 같지만.)


하지만 대표단과 당명 개정을 바라는 당원들은, ‘정말로 당명을 개정하고 싶어서일련의 과정들을 감수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이건 정치의 문제다. 대표단이 바라는 대로 당명을 바꾸려면, 그들은 당 내 헤게모니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당명 개정을 추진하는 대표단의 권력은 의문과 도전에 직면하다가 결국 좌초될 테니까. 그런데 헤게모니는 물리적 힘이나 제도, 혹은 절차만으로 유지될 수 없다. 헤게모니 구성체는, 조직을 이데올로기적으로 장악하고 이를 토대로 구성원들의 자발적 동의를 얻어내는 과정을 통해 비로소 완성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어떤 조직의 헤게모니를 장악하고자 하는 사람은 마키아벨리가 되어야 한다. ‘내 주장이 옳은 것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이를 남들에게 관철시키기 위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지막지한 프로파간다를 하건, 반대파들에게 아부를 하건, 혹은 숙청을 하건, 그건 당 내 헤게모니 장악에 관한 전술을 고민하는 이들이 판단할 일이다. 어쨌거나 우리와 우리가 쓴 문건의 내용이 맞으니까 당명 개정 반대파들이 문건을 안 읽는 건 잘못이라며 고고하게 뒷짐만 지고 있는 것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왜 당원들이 우리가 생산한 문건을 읽지 않느냐는 데에서 누군가가 느낄 답답함은, 결국 당명 개정 지지자들이 당 내 정치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금 증명할 뿐이다. 어떻게 문건을 읽게 만들 것인가, 아니면 이를 읽지 않더라도 어떻게 우리의 주장을 받아들이게 만들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게 이들에게는 더 이득일 테다.


그리고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 볼 지점을 포착할 수 있다. ‘기본소득당이라는 이름이 가진 전망을 당원들에게도 이해시키기가 힘든데, 이를 어떻게 대중에게 관철시킬 수 있냐는 것이다. 그나마 당원들에게는 대표단이 제출한 문건을 읽어보라고 할 명분이 있겠지만, 당과 아무런 관련도 없는 이들에게 그걸 시시콜콜히 읽어보라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기에 당의 얼굴인 당명은 그것 만으로 (문건의 내용과 같은) 당의 전망과 지향을 상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기본소득당이라는 이름이 그런 기능을 수행할 수 있나? 기본소득당이라는 이름으로부터 좌파적 인간해방이라는 결론을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이 지구상에 몇이나 될지 잘 모르겠다. 당명 개정 지지자들이 기본소득당이라는 이름은 퀴어 의제와 기타등등을 아우를 수 있어요라고 주장하는 것도 보았는데, 대중이 그걸 이해할 수 있을지 역시도 모르겠다. 지금까지 기본소득 개념이 총체적 세계관으로 받아들여진 적이 없고, 이를 구축하기 위한 논거 역시 부족하기 때문이다. 당명 개정 지지자들은 기본소득이라는 개념을 총체적 정치 기획으로 재구성할 것이다, 좌파적 담론으로 만들어갈 것이다라고 이야기하겠지만, 그걸 지금의 조직으로 수행해내겠다는 건 지나친 자신감에 불과하다는 걸 잘 알지 않나.


, 그리고 당명 개정을 지켜보면서 한 가지 흥미로웠던 것이 또 있다. ‘노동당 당명 사수파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노동당 당명을 지키자고 하는 사람들은, 노동 의제만 중요하고 다른 의제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라는 주장이 등장한 것이다. 기실 이러한 주장은 그 자체로 이들이 가진 운동에 대한 관점과 사회운동기구 모델, 그리고 지금의 노동당 운동이 가진 한계를 드러낸다. 운동을 의제별로 분류하고, 그것을 기계적·병렬적으로 결합하기만 하면 된다고 보는 것이다.


노동 문제(정확히는 노동계급문제)와 그 밖의 사회적 모순들을 하나의 의제로 정의한 뒤에, 의제별 사회운동기구에서 각자 열심히 운동하다가 서로 연대해주는 것만으로는 전진할 수 없다. 여러 사회적 모순들의 원인이 어떻게 얽히고 설켰는지를 파고 내려가다보면 무엇이 나오나. 자본주의적 생산관계, 자본주의 체제를 토대로 한 권력이 기획한 경계다. 여러 피억압자들의 존재는 이러한 경계로부터 규정된다. 그리고 이건 결국 계급 문제다. 의제 운동들만 평생 한다고, 여러 의제에 직면한 피억압자들이 완전히 해방될 수는 없다. (그 피억압자가 퀴어든, 여성이든, 노동조합 조합원이든 모조리 마찬가지로 자유로워질 수 없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정치경제적 결정을 매개하는 것은 자본이라서, ‘의제화된 담론 역시도 물화되어 상품으로서만 유통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 상품들에 대한 수요가 없으면 의제는 시장에서 고사한다. 이런 이유에서, 우리의 정치 운동은 세계관으로서의 자본주의 체제를 대체하는 새로운 세계관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되어야 한다. 강령에 따르면 노동당은 사회주의 정당이라니까(그런가?), 노동당이 제시하는 자본주의 체제 너머의 세계는 사회주의적 세계다. 그것은 피억압자들의 다극화된 수요를 총체적 계급 전선으로 재구축하고 전쟁에 뛰어드는 것으로 이루어지지, 의제 운동들을 열심히 한다고 이루어지지 않는다. 사회주의를 강령으로 채택한 정당에서 노동 의제라는 말이 나오는 것은 촌극이다!


꽤나 역설적인 이야기기는 하지만, 위와 같은 이유에서 노동당이라는 당명은 노동으로부터 배제된 이들마저 포괄할 수 있는 최선의 이름 중 하나다. ‘노동이라는 기표는 계급적 관점에서 사회적 생산 관계를 바라보는 정치 기획을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체제는 노동이 불가능하여 자본주의적 생산에 참여할 수 없는 이들을 낙오자로 만든다. 그러므로 이들의 해방 역시도 자본주의 체제를 극복하는 것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물론 이런 이야기를 기본소득당이라는 이름으로도 할 수는 있다. 그리고 당명 개정 지지자들 역시도 그러고 싶어하는 것 같다(그렇다고 믿고 싶다). 하지만 남한 사회에서(심지어 운동 사회 내에서조차도) ‘기본소득이라는 기표가 지금껏 가리켜오던 것은 협소한 정책적 의미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사람들로 하여금 많은 것을 상상하게 할 수는 없다. 물론 기본소득을 대중에게 관철시킬 수 있는 하나의 정합적 세계관으로 정립해가는 게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은 숱한 이데올로그들의 노력, 여러 정치 기획, 그리고 선전가들의 동력을 갈아 넣는 지난한 과정일 테다. 이미 우리에게는 당장 써먹을 수 있는 훌륭한 이름(노동)이 있는데, 왜 굳이 어려운 길을 가려고 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이라는 이름표가 가진 협소함을 비판하고 싶다면, 좋다. 노동당이라는 당명을 버리자. 노동당이라는 이름으로부터 노동이라는 의제에만 집중하는 정당의 모습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이유는, 노동당 운동이 노동을 의제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사회주의적 노동계급투쟁이라는 총체적 기획에 다다를 수 없음에 있다. 의제로서의 노동은 노동자(노동조합 조합원)의 권익 개선이라는 틀을 벗어날 수 없다. 결국은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더 나은 노동 조건 만들기에 불과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노동을 하나의 의제로 규정하는 일은 노동계급운동을 조합주의적 운동으로 전락시키는 것에 다름 아니다. 노동당 운동에서 노동의 의미가 이렇게 쪼그라들었다면, 노동당이라는 이름을 버릴 수밖에!

, 방금 우리는 우리 운동의 내용을 오롯이 담아내지 못하는불편한 이름을 버렸다. 남한 대중들에게 조선로동당을 연상케 하는 불쾌한 이름을 버렸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당원들은 기본소득당이라는 이름 역시도 우리 운동을 대표할 수 없다고 생각할 테다. 이들을 설득할 수도 있겠지만, 그럴 수 없다면


공산당이라는 이름을 쓰는 건 어떨까?


노동이라는 기표의 의미가 노동조합주의적인 것으로 후퇴할 수는 있어도, 공산당이라는 이름이 그렇게 후퇴할 수는 없다. 노동은 그저 사회적 생산에 참여하는 행위를 비롯한 다양한 것들을 지칭할 수 있으나, 공산주의라는 이름이 가리키는 것은 너무나도 명확하기 때문이다. 사적·변증법적 유물론이라는 도구를 사용하여, 사회구성체를 인식하는 세계관 말이다. 또한 기본소득을 좌파적 세계관으로 구축해나과는 과정은, 결국 기본소득이라는 도구를 통해 공산 사회로의 이행 과정을 설계하는 데로 환원될 터이다. 당명 개정 지지자들이 정말로 좌파고 인간 해방을 꿈꾸고 기본소득으로 해방지향적 정치 기획을 실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들이 꿈꾸는 세계는 맑스와 레닌과 기타등등의 과학자들이 이미 한참 전에 규명해놓은 것이고, 이들이 하는 건 거기로 가는 방법을 재구성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공산당을 하려 들지 않지? (심지어 공산당이라는 이름은 노동당이라는 당명과 달리 조선노동당과 겹치지도 않는다, 이건 물론 농담이다.)


예나 지금이나 내가 확신하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자본주의 체제가 안정적으로 영속할 수는 없다는 것, 다른 하나는 자본주의의 위기로부터 사회주의적 체제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사회는 지옥도가 되리라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나를 공산주의자라 부를 수 있다면, 공산주의자로서의 실천이란 것을 해보고 싶다. 내 공산당을 가져보고 싶다. 그래서 운을 띄워보는 것이다. 공산당은 어떻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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