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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4.3 항쟁 71주기에 부쳐

- 4.3 항쟁 기억하겠다는 정부, 제주에 폭력적으로 밀어붙이는 개발 사업을 멈춰라

 


우리는 역사를 통해서 교훈을 얻는다고 말 하지만, 종종 역사는 박제되어 현실에 닿지 못한다. 우리가 마주해야 할 그 역사적 교훈이 현실 권력에 닿아 있을 때 특히 그러하다. 역사를 끊임없이 왜곡하고 진실공방을 무마하려는 세력들은 단순히 그들이 감당해야 할 죄의 무게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 역사가 한국 사회에 가져올 교훈 역시 두려울 것이다.


4.3 항쟁은 그 내용조차 흉포하기에 알려지지 못했다. 해방 직후 식민 지배의 흔적이 채 지워지기도 전에 제주에는 미군정과 육지의 군경이 들어서 도민들을 통제했다. 연이은 제주의 흉년에 더하여 미군정의 미곡수집정책은 실패했고 군정 관리는 모리배 행위를 일삼았다. 도민들은 차라리 일제 치하가 나았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궁핍해졌다. 


1947년 3.1절 기념식에서 응원경찰 발포로 인해 주민 6명이 사망하자 주민들의 분노는 폭발했다. 연이은 탄압에 남로당은 4월 3일 무장봉기를 시작했고 군대뿐 아니라 서북청년회 등 우익 청년들은 피로 물든 학살로 답했다. 4.3 항쟁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저변에 있었던 이데올로기 대립과 국가 권력 수입의 야욕으로 희생당한 제주의 역사이다.


2000년 이후 특별법이 만들어지면서 정부 주재로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가 발족했고, 4.3 항쟁에 대한 재조명을 시작했다. 그럼에도 4.3 항쟁의 피해자들은 여전히 두려워 자신들의 피해를 말하지 못했다. 2015년에야 생존 수형인 18인이 용기를 내어 불법 군사재판에 대한 재심을 청구했고, 과거 재판의 흠결을 이유로 공소가 기각되어 사실상 무죄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아직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의 길은 멀다. 지난 4.3 항쟁 70주기를 맞아 정치권이 한 목소리로 약조했던 것과는 달리 4.3 특별법 개정안은 계속 미뤄지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사건의 이름조차 제대로 짓지 못하여 4.3 사건이라 부르고 있다.


새 정부 이후 역사를 재정의하는 과정들이 진행 중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4.3 추도사에서 ‘국가권력이 가한 폭력의 진상을 제대로 밝혀 희생된 분들의 억울함을 풀고, 명예를 회복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4.3 항쟁의 진상규명이 여전히 필요한 이 순간에도 국가는 제주를 가만두지 않고 있다. 각종 개발사업으로 다시 제주도민의 삶을 폭력적으로 내몰고 있다. 


군대로 인한 피해를 입은 제주에, 평화를 갈망하는 제주에 해군기지를 만들었다. 더 많은 개발, 더 많은 관광사업을 부르는 제2공항을 짓겠다며 밀어붙이고 있다. 제대로 진상규명이 아직 되지 못한 제주의 터가 많이 남아있지만, 4.3 항쟁의 흔적을 보존하고 기억하는 대신 개발이 남발하고 있다. ‘개발 밀어붙이기’라는 새로운 방식의 국가폭력이 제주를 멍들게 하고 있다. 


우리가 경계해야 하는 것은 역사 왜곡과 같이 역사 자체를 거스르려는 시도 만이 아니라 역사적 사건의 의미를 축소시키고 현재의 다른 문제들과 연결을 무마하려는 시도들이다. 


나아가 우리는 4.3 항쟁을 기억한다고 말하면서 또 다른 방식으로 잊혀지기를 강요당하고 있는 제주도민의 삶을 외면할 수 없다. 과거의 역사를 바로잡겠다면서 지금 쓰일 역사에 그 과오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국회는 제주4.3 특별법 개정으로 4.3 항쟁에 대한 재정의와 진상규명, 피해자 보상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또, 정부는 제주도민들에게 폭력적으로 밀어붙이는 개발사업을 멈추고, 4.3 항쟁을 기억할 방안을 확대해야 한다. 그래야 학살의 아픔이 평화로 흐를 수 있는 길을 열 것이다. 


 

2019년 4월 3

노동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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