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당] 소식지 창간 준비호 NO.2 | 이슈 2 | 혐오를 재생산하는, 서울 학생인권조례 폐지 시도

작성자
서울시당
작성일
2024-02-10 23:17
조회
208

안병석 | 노동당 청소년청년위원회 활동가


2022년 8월 18일, 일부 종교·보수 단체가 주축이 된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폐지 범시민연대가 서울 학생인권조례가 동성애와 성전환, 청소년 성관계를 옹호한다는 등의 이유를 들며 서울시의회에 조례의 폐지를 청구했다. 이를 막기 위해 2023년 1월 26일, 학부모, 교사 청소년 단체가 함께하는 서울 학생인권조례 지키기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가 서울시 교육청 앞에서 출범했다. 폐지안은 2023년 2월 서울시의회에 수리된 뒤, 3월에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 명의로 발의되었다. 이에 공대위가 서울행정법원에 폐지안 수리·발의에 대한 집행정지를 신청하였고, 이것이 12월 18일에 인용되었다.

특히 종교·보수 단체와 국민의힘 시의원들과 같이 조례의 폐지를 추진하는 사람들은 2023년 7월 18일에 일어난 ‘서이초 사건’과 같은 교사에 대한 인권 침해 문제를 명분으로 삼고 있다. 이들은 조례가 “학생 의무는 없고 권리만 강조되어서 ‘교권’의 하락을 불러오고 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교육부는 11월 학생인권조례를 대신할 ‘학교 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 예시안을 내놓았는데, 이에는 학생의 ‘차별받지 않을 권리’, ‘사생활의 자유’ 등의 학생 인권 관련 조항이 제외되어 있다. 학생 인권의 보호가 교사 인권을 침해한다는 잘못되고 왜곡된 인식을 보여주는 것이다.

학생으로서 바라본 서울 학생인권조례는 모두의 인권이 지켜지는 교실을 위한 하나의 큰 분기점이었다. 더 이상 학생들은 교사에게 체벌과 같은 인권 침해를 당하지 않을 수 있었다. 교실에서 하나의 인격체로, 교육의 주체로 존중받을 수 있게 되었다. 학생과 교사의 관계는 이전의 권위적이고 고압적인 관계에서 서로 존중하는 관계로 점점 변화하게 되었다. 학교는 학생의 인권이 지켜지며 학생과 교사 사이의 좀 더 평등하고 새로운 상호작용이 이뤄지는 교육의 공간이 될 기회를 얻었다.

학생의 인권과 교사의 인권이 서로 충돌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교사가 맞는 교실에서는 학생도 맞는다.”라고 한다. 학생의 인권이 지켜지지 못하는 교육 현장은 인권이 지켜지는 교육 현장일 수 없다. 교육의 현장에서 이들의 인권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이는 교사의 인권 침해와 같은 교육 현장들의 문제들은 교육 시스템의 근본적 모순에서 기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이 상품화되는 상황에서 뒷전으로 밀려나는 교사의 노동권. 말로만 ‘교권’을 이야기하면서 교육 현장에서 교사와 학생이 겪는 문제에는 무관심한 교육부와 정치. 특히, 교육이 그 본연의 목적을 잃어버리고, 오로지 경쟁만을 위한 교육이 되어버린 문제가 있다. 이런 교실에서는 그 누구의 인권도 온전히 보장될 수 없다. 조례의 폐지는 이러한 근본적 문제를 무시하고 학생과 교사들 사이의 갈등만 부추겨 혐오를 재생산할 뿐이다.

학생인권조례는 물론 완벽한 제도는 아니다. 하지만 일정 부분에 문제가 있다고 제도 자체를 폐지하는 것은 더욱 불합리한 일이다. 조례의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학생의 주체성을 부정하며, 여성과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재생산하는 것을 볼 때, 이들의 목적이 과연 교사의 인권 보장에 있는지도 의문스럽다. 분명 학생인권조례만으로 학교 구성원 모두의 인권을 보호할 수 없다. 그러나, 그 해결 방법은 학생의 인권을 낮추고 교사의 인권을 높이는 것이 될 수 없다. 진정 교육 시스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 현장의 구성원이 교육의 민주적 주체가 될 수 있어야 한다. 학생의 인권이 보장되며, 더욱 평등하고 민주적인 교실을 만드는 것이, 모두의 인권이 보장되는 학교를 위한 길이다. 폐지해야 할 것은 조례가 아니다. 인권이 아닌 혐오를 폐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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