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기 10차(통합3차) 전국위의 당규 해석 유감

작성자
담쟁이
작성일
2022-08-23 13:53
조회
877

7기 10차(통합3차) 전국위의 당규 해석 유감
- 개인적인 정의감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조직기풍을 무너뜨리는 결정을 했다.


동시 당직선거 공고가 나갔고, 제7기 전국위원회도 마지막 회의를 마쳤다. 이로써 제7기 전국위원회는 그 임무를 다하고, 역사적 평가의 대상이 되었다.

어떤 분은 제7기 전국위원회가 ‘노동당-변혁당 통합’이라는 성과를 거둔 전국위원회라고 후한 평가를 해 주셨다. 동의한다. 그리고 더불어서 나는 제7기 전국위원회가 마지막 회의에서 오점을 남겼다고 생각한다.

안건을 벗어나거나 회의규칙에 맞지 않는 발언을 남발한 일부 전국위원들, 회의자료 부실 등으로 안건이 두 개나 철회된 것이 첫 번째로 좋지 않았다. 상임집행위원회가 전국위원들 앞에서 보여준 모습은 더더욱 아름답지 않았다. 가장 내가 유감스럽게 생각하는 대목은 ‘안건5. 당규해석 건’의 표결 결과다. 전국위원들이 자신의 정의감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당 조직의 기풍과 진성당원제를 훼손했기 때문이다.

이 안건이 올라오게 된 배경, 즉 특정 사건의 진상과 당기위의 결정이 적절한지 여부는 오늘 논의의 대상이 아니다. 안건에서 다룬 내용 즉, 제소권을 당원 아닌 자와 당권 없는 당원, 즉 비당원과 비당권자에게 부여해 줄 것인지 여부가 내가 오늘 이야기하고자 하는 논점이다.

‘안건5. 당규해석 건’에서 심의의 대상이 된 당기위의 결정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해당 사건(노동당 중앙당기 제2022-05-26호 제소의 건)은 당규 제5호나 제6호에 해당하지 않는 ‘언어폭력 사건’이므로 ‘제소인이 당권자인 경우에만 제소가 유효하다. 제소인은 2021년 12월 이후 노동당 당권이 없음을 확인하였고, 이에 따라 제소인의 제소를 각하한다.’는 내용이다.


1. 회원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자에게 회원의 권리를 부여해주는 것이 합당한가?

당규 제1호 당원 규정에는 당원의 권리와 의무에 관해서 제16조부터 제18조까지 다루고 있다.

제17조(당원의 의무)
제2호 ‘당비규정에 의거 당비를 납부해야 할 의무’

제16조(당원의 권리)
제5호 ‘당원으로서의 권리침해에 대하여 당규에서 정하는 절차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요구할 권리’

당비를 내지 않으면 당원으로서의 권리도 부여되지 않음은 상식이다. 이건, 정당만의 특수한 규정이 아니라 어느 모임이나 단체에도 모두 적용되는 상식 중 상식이다. 회원으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자에게 회원의 권리를 부여하면, 누가 회원이 되겠나? 회비를 내지도 않는 회원이 회원으로서의 권리를 누리는데, 구태여 회비를 낼 이유가 무엇이라는 말인가? 따라서 이 규정들은 조직의 본질적 논리이자 존립의 근거가 되는 규정이다.

그런데, 제7기 제10차(통합3차) 전국위원회에서는 비당원과 비당권자에게 제소권을 주는 것이 옳다고 결정했다. 하나의 사건에 국한해서 그렇게 한 것이 아니고 당헌당규 해석권을 발동했다. 즉, 모든 당기구가 앞으로는 해당 당규 해석을 할 때 전국위의 결정에 따르도록 구속력 있는 결정을 함으로써, 비당원과 비당권자에게도 권리를 창설해 준 것이다.


2. 예외가 원칙으로 둔갑했다.

물론 회원에게만 권리의무를 부여하는 규정이 지고지순한 법칙은 아니다. 예외적인 경우는 있기 때문이다. 노동당에도 당규 제5호 ‘성차별·성폭력·가정폭력사건 처리에 관한 규정’과 당규 제6호 ‘장애인에 대한 차별 금지 및 평등에 관한 규정’에서 예외를 규정하고 있다. 다음과 같다.

당규 제5호 제3조(적용범위) 본 규정은 노동당 당원들에게 적용되며 차별을 하거나 차별을 당하는 사람 중 어느 한 쪽만이 당원인 경우도 본 규정이 적용된다.

당규 제6호 제3조(적용범위) 본 규정은 노동당 당원들에게 적용되며 제소인이나 피제소인 어느 한 쪽만이 당원인 경우도 본 규정이 적용된다.

이 규정은 가해 행위를 한 자가 비당원일 경우에도 적용하기는 힘들 것이다. 회원 아닌 자를 징계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당원인 자가 당 밖의 비당원에게 가해 행위를 해서 문제가 될 경우, 당 밖의 비당원에게도 제소권을 부여하여 문제 행동을 한 노동당의 당원을 노동당의 징계절차에 따라서 징계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것이 이 규정의 취지일 것이다.

회원 아닌 자에게도 회원의 권리를 부여하는 예외적인 경우이며, 특정한 사정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예외 규정을 둔 것이다. 당규 제5호와 당규 제6호의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장애인 차별 사건과 성폭력 사건 등 사회적으로 민감하고 중요한 경우에만 예외를 허용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된 안건5.의 주문은 다음과 같다.

◯ 해석 요청 : ‘당규 제5호 성차별 성폭력 가정폭력 사건 처리에 관한 규정’ 또는 ‘당규
제6호 장애인에 대한 차별 금지 및 평등에 관한 규정’에 해당 되지 아니 하는 경우 당원

이 아닌 자, 당원의 권리가 없는 자가 당기위원회에 제소할 수 있는지 여부

즉, 당규 제5호와 당규 제6호의 사건이 아니라도 비당원이나 비당권자에게 제소권을 부여할 것이냐, 이것이 안건의 주문 내용이다.

이 안건의 주문은 결국 당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에도, 즉 장애인 차별사건과 성폭력 사건에 한정하지 않고 모든 사건에 대해서도 비당원이나 비당권자에게 제소권을 부여하는 것이 맞는지 판단해 달라는 것이다.

제7기 제10차(통합3차) 전국위원회에서는 장애인 차별사건과 성폭력 사건에 한정하지 않고 모든 사건에 대해서 비당원이나 비당권자에게 제소권을 부여하는 것이 맞다고 해석했다.

당규 제5호와 당규 제6호의 경우만 비당원에게 제소권을 부여하고 있는 현재의 당규 체계를 명백히 거스르는 해석이다. 해석을 통해서 당헌당규의 적용을 확장한 것에 그친 것이 아니라, 당규 제5호 제3조 및 당규 제6호 제3조를 폐기하고 새로운 규정을 제정한 것과 다름없는 결과를 가져왔다.

결과적인 이야기지만, 비당원과 비당권자에게도 제소권을 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으면 차라리 새로운 당규를 만드는 것이 옳았다. 당규 해석으로 새로운 당규를 제정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거두는 것은 진도를 나가도 너무 나갔다.


3. 해당 사건이 당헌당규 해석의 문제로 비화될 문제인가?

해당 사건이 당규 제5호나 당규 제6호에 해당함을 소명하여 다시 제소하는 방법도 있었고, 당비 납부를 통해서 당권을 회복한 다음 다시 제소하는 방법도 있었고, 상집에서 특별조사위원회를 꾸리기로 한 만큼 그 결과를 지켜볼 수도 있었고, 당기위원회에 대한 제소방식이 아니라 중재나 화해 등의 방법을 통해 해결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은 시도되지 않았고, 전국위원회에서 당규 해석권을 발동하는 방식으로 해결하였다. 즉, 당기위원회의 결정을 무력화함으로써 당기위원회의 권위를 흔드는 방식이 채택된 것이다.

나는 이러한 시도의 발단이 8월 2일, 이영주 당원이 당 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 대표단에 공개질의를 함으로써 시작되었다고 본다.
(http://www.laborparty.kr/?page_id=13928&uid=1213&mod=document&pageid=1)

거기서 이영주 당원은 격정적인 글들과 더불어서 당기위를 무력화하는 방식의 해결책을 요구하였다. 즉,

‘현재 노동당 당헌, 당규에서는 당기위의 잘못된 결정을 바로 잡을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습니다.’라는 표현과 더불어 전국위원회에 당헌당규 해석권이 있음을 지적하였다.

보기에 따라서는 타당하고, 대리인으로서는 했음직한 대응을 했다고 볼 수 있고, 노동당의 당기위 시스템과 문제해결 방식을 잘 모르는 경우라면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는 방안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하면 일방의 주장에 불과하다. 아직은 우리가 들어보지 못한 피제소인의 주장과 함께 그 주장의 옳고 그름을 판단 받아야 할 당사자 중 일방의 주장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사태를 한 번 냉정하게 보자. 당기위원회에서는 해당 사건을 다루지도 않았고, 따라서 사건의 진상도 아직 정확하게 판단된 바가 없다. 있다면 제소인의 주장과 제소인 대리인의 격정적인 요구가 있을 뿐이다. 충분히 가능한 일이고,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문제는 전국위원들이다. 전국위원은 당의 중요한 핵심 활동가들인데, 좀 더 사려 깊은 행동을 보여주지 못했다.

다양한 방식으로 처리할 수 있었던 하나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 사건의 무게에 비해 과도하게 무거운 당헌당규 해석권을 발동하였고, 당헌당규 해석권을 바탕으로 새로운 당규를 제정하는 결과를 가져왔고, 당원들에게 당비 납부의무를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메시지를 발송하였으며, 비당권자와 비당원에게도 당권을 부여함으로써 진성당원제를 무너뜨리는 결정을 했고, 당기위의 결정을 무력화하여 당의 공식적인 문제해결 절차를 흔들었으며, 따라서 안 그래도 부족한 당의 활동가들로 하여금 당직을 맡는 것에 대해 피로감을 높여서 당직을 기피하는 현상을 부추겼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행위의 근저에는 다음과 같은 심리가 깔려있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사건의 진상에 관해서 예단을 하고 당규 해석에 임한 것은 아닌지?
- 제소인에 대한 온정적인 태도 혹은 개인적인 정의감을 발동해서 당규 해석에 임한 것은 아닌지?

- 십 몇 년 이상 운동진영을 지배해온 ‘정치적 올바름’에 포박된 것은 아닌지?

전체 1

  • 2022-08-23 14:23

    - 비당원에게 제소권을 부여하는 문제는 표결하지 않고, 당헌당규소위에서 논의하기로 했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전국위 결과가 나오면 다시 확인되겠지만, 그게 맞다면 그 부분은 저의 착오이고 따라서 해당 부분은 감안해서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