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서 온 편지 35호] 영화 : 저주받은 마을 쉐이디사이드의 숨겨진 이야기

35호 202107
작성자
미래에서 온 편지
작성일
2021-07-31 17:11
조회
7196


■ 미래에서 온 편지 35호(2021.07.)

□ 영화 : 저주받은 마을 쉐이디사이드의 숨겨진 이야기

<피어스트리트 3부작>

박수영

작은 시골마을 “쉐이디사이드”에서 해골 가면을 쓴 살인마에 의한 끔찍한 연쇄살인사건이 벌어진다. 30년 이상 폭력범죄가 전무한 이웃 부촌 “써니베일”과 달리 연속해서 연쇄살인마가 등장하여 “살인마의 수도”란 별칭으로 불리는 쉐이디사이드는 완전히 슬럼화된 상황이다. 쉐이디사이드의 주민들은 정착지 시절 교수형당한 “마녀” 세라 피어의 저주가 또다시 시작되었다며 수군거리며, 써니베일 주민들은 이웃 마을의 비극을 보며 무기력한 주민들을 냉소하며 비웃는다.

쉐이디사이드에서 살다가 최근 어머니와 함께 서니베일로 이사한 여고생 샘은 우연한 계기로 “마녀의 저주”를 받아 되살아난 연쇄살인범들의 표적이 된다. 쉐이디사이드 시절 샘과 단짝이었던 디나는 친구 샘을 마녀의 저주로부터 지키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그 과정에서 마녀의 저주에 관한 숨겨진 진실을 하나씩 알아내게 된다.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호러영화 시리즈인 <피어 스트리트>는 아동용 호러소설 시리즈인 “구스범스”로 유명한 미국의 작가 R. L. 스타인의 동명의 시리즈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총 3부작의 시리즈 영화이다. 파트 1은 1994년의 해골가면 살인마 사건을 시작으로 샘과 디나가 마녀의 저주에 휘말리는 과정을 그리며, 파트 2는 1978년의 캠프 나이트윙 학살사건을 다루며 파트 1 마지막 부분에서 샘과 디나가 찾아낸 마녀의 저주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생존자 신디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파트 3는 1666년으로 돌아가 파트 1, 2를 통해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한 마녀 전설의 진실을 보여준 후, 모든 진실을 파악한 샘과 디나, 신디가 마녀의 저주를 풀어내는 과정을 보여준다.

영화의 전체적인 구성은 호러, 그 중에서도 슬래셔 장르의 문법을 충실하게 따라간다. 1994년을 그리는 파트 1은 그 시기 유행했던 <스크림> 류의 뉴 슬래셔 영화의 규칙을, 1978년 사건을 다룬 파트 2는 <13일의 금요일> 같은 전통 슬래셔 영화을 충실히 재현한다. 파트 3는 1666년 마녀사건을 다루는 전반부와 모든 진실을 알아낸 1994년의 주인공들이 쉐이디사이드의 저주를 해결하는 후반부로 나뉘는데, 전반부는 <위커맨>, <미드소마> 스타일의 포크 호러, 후반부는 다시 뉴 슬래셔의 분위기로 돌아간다.

전통적인 호러, 그 중에서도 <13일의 금요일>, <스크림> 등의 슬래셔 영화의 공식에 충실히 따르는 이 시리즈영화의 미덕은 이런 “난도질”의 배경이 어디서 왔는지를 탐구하는 과정에 있다. “써니베일”, “쉐이디사이드”라는 마을의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영화의 주된 동기는 같은 출발점을 가진 두 마을이 (두 마을은 모두 1666년의 “유니언”이라는 정착지에서 시작된 마을이다) 한쪽만 승승장구하고 다른 한 쪽은 계속 쇠퇴하게 되었는지를 계속하여 질문한다.

각 애피소드는 쉐이디사이드의 저주를 극복하기 위해 상반된 방법을 사용하는 두 캐릭터의 대립을 전면에 내세운다. 정체성을 부정하며 써니베일의 일원처럼 행동하는 것과 정체성을 내면화해 써니베일에 반항하는 것이 두 방법인데, 파트 1의 “샘”과 파트 2의 “신디”가 전자, 파트 1의 “디나”와 파트 2의 “지기”가 후자이다.

이러한 상반된 대응은 번번히 실패하게 된다. “샘”과 “신디”가 아무리 환심을 사고자 노력해도 써니베일의 구성원들은 그들을 “쉐이디사이드의 실패자”로 볼 뿐이며, “디나”와 “지기”의 감정적 반항은 쉐이디사이드가 더욱 소외되어야 할 이유가 될 뿐이다.

영화는 “샘”과 “디나”, “신디”와 “지기”가 힘을 합쳐 “마녀의 저주”라는 시스템의 비밀을 파헤치는 과정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이들의 시도는 비록 해당 에피소드 내에서는 결실을 맺지 못하지만, 이들의 작은 시도들은 파트 3에서 하나로 모여지며 결국 모든 음모를 드러내 주게 된다.

청소년들이 주축인 모험 영화의 외향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넷플릭스의 인기 시리즈인 <기묘한 이야기>가 많이 연상되기는 하지만 표현 수위는 꽤 높은 편이다. 특히 파트 2의 수위가 꽤 높은데, 오직 부촌인 써니베일의 아이들은 제쳐놓고 오직 쉐이디사이드의 아이들만 노리는 살인마의 행동은 정서적 충격도 상당하다.


전체 0

전체 89
썸네일 제목
[미래에서 온 편지 35호] 사진 : 서울의 경계를 걷다
[미래에서 온 편지 35호] 사진 : 서울의 경계를 걷다
[미래에서 온 편지 35호] 사진 : 서울의 경계를 걷다 (1)
미래에서 온 편지 | 2021.07.31 | 추천 2 | 조회 5636
■ 미래에서 온 편지 35호(2021.07.) □ 사진 : 서울의 경계를 걷다 글 : 현린 사진 : 강남욱, 김수경, 안보영, 유용현, 적야, 정운교, 현린 2020년 5월 24일 오후, 서울의 북쪽 경계인 도봉산 아래에 노동당 문화예술위원회 비트예술프로그램 '경계사진' 참가자 10여 명이 모였다. 당 조직에서 준비한 프로그램이었지만 참가자의 3분의 1은 문화예술위원회 회원은물론 당원도 아닌 시민이었다. 경계사진은 이후 2주마다 서울둘레길 157km를 중심으로 서울 경계의 숲과 마을을 함께 걸으며 사진으로 기록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수락산, 불암산, 망우산, 아차산, 고덕산, 일자산, 대모산, 구릉산, 우면산, 관악산, 안양천, 봉산, 앵봉산, 북한산을 거쳐 마침내 2021년 6월 20일 출발지이자 종착지인 도봉산에 이른다.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어진 그 길과 사람의 기록을 공유한다.    여름철 폭우나 코로나 확산 때문에 몇 차례 쉬기도 했지만, 꾸준히 길을 이어갔다. 완주에는 총 23회의 출사에 13개월이 걸렸다. 서울둘레길은 산악마라톤 또는 트레일러닝 선수가 달린다면 하루 만에 완주할 수 있는 구간이다. 하지만 경계사진은 서울둘레길 만이 아니라 둘레길 주변의 문화와 역사까지 둘러 보며 걸었고, 이 때문에 실제로는 더 많은 거리를 걸었다. 이를테면 수락산이나 불암산 구간에서는 산기슭 마을의 골목길도 함께 걸었고, 망우산이나 도봉산 구간에서는 오기만, 함세덕, 최서해, 이재유 그리고 전태일 열사의 흔적을 찾았다.  5월 말에 출발한 경계사진의 길은 얼마가지 않아 여름을 맞이했다. 7월, 예정대로라면 광나루에서 한강을 건너야 했지만, 폭염을 피하기 위해 북한산의 숲길부터 걷기로 경로를 변경했다. 가을까지 북한산에서 보내고, 초겨울 다시 광나루에서 한강을 건넜다. 혹한이 거셌던 2021년 1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요구하며 국회 앞에서 단식투쟁을 이어가던 무렵에는 여의도 샛강을 따라 한국 정치의 경계, 국회의사당 주변을 걷기도 했다. 사실 경계사진의 목표는 지리적 경계를 넘어 정치적 경계를 확인하고 그 경계를 넘어서는 것이었으니, 국회 담장이야말로 노동자 민중이 넘어야 할 가장 멀고 높은 경계였다.   관악산에서 진달래꽃과 함께 봄을 맞이한 후 안양천과 한강을 건너고 여름에 다시 북한산에 들어섰다. 그리고 6월 20일 마침내 도봉산을 지나 출발지였던 서울창포원에 도착했다. 서울 경계의 숲과 마을을 걸으며 사계절을 다 보낸 셈이다. 지역 주민들의 휴식을 위해서건 관광수익을 위해서건 지자체마다 둘레길 조성 붐이 일고 있지만, 경계사진이 걸었던 공간과 시간은 달랐다. 23차 마지막 출사 역시 서울둘레길이라는 경계를 벗어나, 이재유 선생이 체포된 곳으로 추정되는 쌍문동 야산과 전태일 열사 생가터를 방문했다. 자연의 사계를 느낄 수 있었지만, 지워진 시간과 감춰진 공간을 조금이나마 되찾을 수도 있었던 길이다.  하는 일도, 사는 지역도, 소속된 조직도 다른 32명이 각자의 시간과 속도에 따라 발걸음을 더했고, 그 만큼 길은 풍성해졌다. 되돌아 보면, 미처 둘러보지 못하고 건너 뛴 시간과 공간도 많았다. 앞으로 계속 채우고 이어가야 할 부분이다. 경계사진은 이재유 선생의 탄생일 다음 날인 8월 29일(일) 시즌2로 길을 이어간다. 이번에는 한양도성을 따라 북악산과 낙산, 남산과 인왕산을 지나는 길로, 시즌1에 비해 자연보다는 역사와 문화에 중점을 둔다. 이른바 '경성의 재발견'이다. 경계사진은 예술과 교육, 여행과 정치를 아우르는 프로그램이다. 시즌2에도 많은 분들의 동행을 기다린다.        

Date 2021.07.31  | 

By 미래에서 온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