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서 온 편지 35호] 도서 : 조직구성원 모두가 권력을 가지는 것이 가능하다면?

35호 202107
작성자
미래에서 온 편지
작성일
2021-07-31 17:20
조회
5608


■ 미래에서 온 편지 35호(2021.07.)

□ 도서 : 조직구성원 모두가 권력을 가지는 것이 가능하다면?

정상천(경기중부당협)


“많은 조직에서 우리가 목격하는 만연한 동기부여 부족 현상은 불평등한 권력 배분이 초래한 황폐한 결과다. 소수의 운 좋은 사람들에게 일터는 자아를 표현하는 즐거운 장소이며, 동지애가 깃들어 있는 의미 있는 목적을 추구하는 곳이 될 수 있지만 훨씬 더 많은 사람들에게 그곳은 그저 힘들고 단조로운 곳일 뿐이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시작되었을 저자의 도발적인 물음은 매혹적이다.

“만일, 권력이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면 어떻게 될까? 조직을 설계할 때 모든 사람이 권력을 가지고 있고, 아무도 권력을 못 가진 사람이 존재하지 않도록 만들어 권한이양 자체가 필요 없게 하는 조직구조와 관행들을 만들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도발적인 물음에 대한 저자의 답은 더 매혹적이다.

“어느 누구도 타인에게 권력을 휘두르지 않는 구조나 관행들을 만들어서 권력불평등의 오랜 문제를 극복하는 것인데 역설적이게도 조직 전체가 좀 더 강력해지는 결과가 일어난다.”

조직과 관련된 가장 원초적인 질문은 ‘사람들은 왜 조직을 만들까?’다. 답은 여럿이겠지만, 분명한 한 가지 이유는 ‘혼자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과업을 성취하기 위해 타인과의 협력이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협력은 힘의 극대화로 이어져 조직이 설정한 과업을 보다 용이하게 해결할 힘을 준다. 이 책은 과업을 이루기 위해 조직의 힘을 극대화하는데 성공한 조직들의 구조와 관행, 문화를 다룬 연구보고서다. 이 책에서 다룬 조직은 4만여 명의 영리조직부터 7천여 명의 비영리조직, 학교와 병원 등도 포함되어 있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조직에 소속되어 있다. 목적이 무엇이든 조직에 대한 애정과 실망 정도에 따라 참여나 기여의 수준이 달라지기 때문에, 협력의 힘을 높이기 위한 조직의 구조와 문화 형성은 늘 조직의 화두다. 저자는 인간의 의식발달에 따라 조직모델이 발달해 왔다고 주장하며 조직의 발달단계를 이름과 색깔을 붙여 소개한다. 반응적 단계를 상징하는 적외선 패러다임 - 마법적 단계를 상징하는 자주색 패러다임 - 충동을 상징하는 적색 패러다임 - 순응을 상징하는 호박색 패러다임 - 성취를 상징하는 오렌지 패러다임 - 다원주의를 상징하는 그린 패러다임이 그것이다. 각 패러다임에 대응하기 위해 발달한 조직을 적색 조직 - 호박색 조직 - 오렌지 조직 - 그린 조직 - 청록색 조직이라 부른다. 이 책은 패러다임의 변화에 따른 조직발달 단계를 소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위계적이고 문화를 없애야 한다거나, 리더십을 강화해야 한다거나 하는 차원의 이야기도 훨씬 뛰어 넘는 내용이 많다. 자신이 속한 조직이 진화해 갈 방향이 궁금한 이들이나 기존의 조직운영 방식에 회의감을 갖고 있는 이들이라면 충분히 매력적인 아이디어를 제공받을 수 있을 것이다.

조직은 복잡해지는 사회에 적응(대응)하기 위해 스스로를 변화시켜 왔다고 한다. 일종의 진화다. 사회변화에 대응(적응)하지 못하는 조직은 쇠퇴의 길을 걷게 된다. 사회 전체의 생태계로 보면 조직이 흥하고 쇠퇴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조직 안에서 보면 운명이 걸린 절박한 일이기에 조직의 상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어떤 연구자에 따르면, 조직의 존재이유를 설명하는 근거가 틀렸을 때, 협력의 극대화를 가능케 하는 조직의 경영(운영)에 실패했을 때, 시대의 변화에 맞춰 새로운 제안(상품, 서비스, 정책 등)을 하지 못할 때 조직은 쇠퇴한다. 훌륭한 존재이유를 가진 조직이라도 조직을 움직이는 일이 사회변화 흐름과 맞지 않으면 목적을 이룰 수 없다.

당신이 속한 조직은 어떤가? 복잡해지는 사회의 다양한 변화에 대응(적응)할 수 있는 조직으로의 변화(진화)를 고민하고 있는가? 협력의 에너지를 높이는 구조와 문화를 구축하고 있는가?


기존에 존재하는 실체와 싸워서는 기존의 것들을 변화시키지는 못한다.
무엇을 변화시키려거든 기존 모델을 쓸모없게 만드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라.

- 리차드 벅심스터 풀러 -


전체 0

전체 89
썸네일 제목
[미래에서 온 편지 35호] 사진 : 서울의 경계를 걷다
[미래에서 온 편지 35호] 사진 : 서울의 경계를 걷다
[미래에서 온 편지 35호] 사진 : 서울의 경계를 걷다 (1)
미래에서 온 편지 | 2021.07.31 | 추천 2 | 조회 5966
■ 미래에서 온 편지 35호(2021.07.) □ 사진 : 서울의 경계를 걷다 글 : 현린 사진 : 강남욱, 김수경, 안보영, 유용현, 적야, 정운교, 현린 2020년 5월 24일 오후, 서울의 북쪽 경계인 도봉산 아래에 노동당 문화예술위원회 비트예술프로그램 '경계사진' 참가자 10여 명이 모였다. 당 조직에서 준비한 프로그램이었지만 참가자의 3분의 1은 문화예술위원회 회원은물론 당원도 아닌 시민이었다. 경계사진은 이후 2주마다 서울둘레길 157km를 중심으로 서울 경계의 숲과 마을을 함께 걸으며 사진으로 기록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수락산, 불암산, 망우산, 아차산, 고덕산, 일자산, 대모산, 구릉산, 우면산, 관악산, 안양천, 봉산, 앵봉산, 북한산을 거쳐 마침내 2021년 6월 20일 출발지이자 종착지인 도봉산에 이른다.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어진 그 길과 사람의 기록을 공유한다.    여름철 폭우나 코로나 확산 때문에 몇 차례 쉬기도 했지만, 꾸준히 길을 이어갔다. 완주에는 총 23회의 출사에 13개월이 걸렸다. 서울둘레길은 산악마라톤 또는 트레일러닝 선수가 달린다면 하루 만에 완주할 수 있는 구간이다. 하지만 경계사진은 서울둘레길 만이 아니라 둘레길 주변의 문화와 역사까지 둘러 보며 걸었고, 이 때문에 실제로는 더 많은 거리를 걸었다. 이를테면 수락산이나 불암산 구간에서는 산기슭 마을의 골목길도 함께 걸었고, 망우산이나 도봉산 구간에서는 오기만, 함세덕, 최서해, 이재유 그리고 전태일 열사의 흔적을 찾았다.  5월 말에 출발한 경계사진의 길은 얼마가지 않아 여름을 맞이했다. 7월, 예정대로라면 광나루에서 한강을 건너야 했지만, 폭염을 피하기 위해 북한산의 숲길부터 걷기로 경로를 변경했다. 가을까지 북한산에서 보내고, 초겨울 다시 광나루에서 한강을 건넜다. 혹한이 거셌던 2021년 1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요구하며 국회 앞에서 단식투쟁을 이어가던 무렵에는 여의도 샛강을 따라 한국 정치의 경계, 국회의사당 주변을 걷기도 했다. 사실 경계사진의 목표는 지리적 경계를 넘어 정치적 경계를 확인하고 그 경계를 넘어서는 것이었으니, 국회 담장이야말로 노동자 민중이 넘어야 할 가장 멀고 높은 경계였다.   관악산에서 진달래꽃과 함께 봄을 맞이한 후 안양천과 한강을 건너고 여름에 다시 북한산에 들어섰다. 그리고 6월 20일 마침내 도봉산을 지나 출발지였던 서울창포원에 도착했다. 서울 경계의 숲과 마을을 걸으며 사계절을 다 보낸 셈이다. 지역 주민들의 휴식을 위해서건 관광수익을 위해서건 지자체마다 둘레길 조성 붐이 일고 있지만, 경계사진이 걸었던 공간과 시간은 달랐다. 23차 마지막 출사 역시 서울둘레길이라는 경계를 벗어나, 이재유 선생이 체포된 곳으로 추정되는 쌍문동 야산과 전태일 열사 생가터를 방문했다. 자연의 사계를 느낄 수 있었지만, 지워진 시간과 감춰진 공간을 조금이나마 되찾을 수도 있었던 길이다.  하는 일도, 사는 지역도, 소속된 조직도 다른 32명이 각자의 시간과 속도에 따라 발걸음을 더했고, 그 만큼 길은 풍성해졌다. 되돌아 보면, 미처 둘러보지 못하고 건너 뛴 시간과 공간도 많았다. 앞으로 계속 채우고 이어가야 할 부분이다. 경계사진은 이재유 선생의 탄생일 다음 날인 8월 29일(일) 시즌2로 길을 이어간다. 이번에는 한양도성을 따라 북악산과 낙산, 남산과 인왕산을 지나는 길로, 시즌1에 비해 자연보다는 역사와 문화에 중점을 둔다. 이른바 '경성의 재발견'이다. 경계사진은 예술과 교육, 여행과 정치를 아우르는 프로그램이다. 시즌2에도 많은 분들의 동행을 기다린다.        

Date 2021.07.31  | 

By 미래에서 온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