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강령은 노동운동사에서 자유로운가?

작성자
홍조 정
작성일
2022-03-22 20:29
조회
444


공산당 선언과 마르크스 철학 노트 _ 당강령은 노동운동사에서 자유로운가?


공산당 선언 서문 및 1장 발제문






1. 1872년 6월 24일 서문



<공산당 선언>은 국제 노동자 단체인 공산주의자 동맹 단체에서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선언 형태로 작성한 당 강령이다. <공산당 선언은> 독일어로 처음 출판됐고, 영어판, 프랑스어판, 러시아어판, 폴란드어판, 덴마크어판, 이탈리아어판 등 유럽에서 많은 언어로 번역됐다. 다만 1871년 노동자들이 정치권력을 장악했던 파리코뮌의 경험 이후 이 강령은 현실적인 부분에서 다르게 작성되어야할 부분도 있다. 예를 들어, 강령에 있는 사회주의 문헌에 대한 비판은 1847년까지 발표된 것들만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미흡하다. 그렇다 해도 이 선언은 그 자체로 역사적인 문서이며, 마르크스와 엥겔스에게도 고쳐 쓸 권한이 없다.




2. 공산주의라는 유령이 떠돌고 있다



“하나의 유령이 유럽을 떠돌고 있다. 공산주의라는 유령이다.” 교황(비오 9세)과 차르(러시아의 황제) 그리고 메테르니히(오스트리아의 재상이자 신성동맹의 정치적 지도자)와 기조(프랑스 왕정복고기 수상) 등 유럽의 모든 열강은 이 공산주의라는 유령을 몰아내기 위해 이른바 신성동맹을 맺었다.



그렇다면 정권을 잡은 상대로부터 공산주의적이라고 비난을 받아보지 않은 반정부당이 어디 있으며, 자기보다 더 진보적인 반대파뿐만 아니라 반동적인 정적에게 공산주의라는 낙인을 찍으며 비난하지 않은 반대당은 또 어디 있었는가?



이러한 사실로부터 두 가지를 알 수 있다.




1. 모든 유럽 열강은 이미 공산주의를 하나의 세력으로 인정했다.

2. 현재 공산주의자는 자신의 견해와 목적, 그리고 의도를 전 세계에 공표하고 공산주의라는 유령이라는 이야기에 맞서 당 자신의 선언을 내세울 때가 되었다.



따라서 이 목적을 위해 다국적을 지닌 공산주의자들이 런던에 모여서 다음과 같은 선언문을 기초했고, 그것이 <공산당 선언>이며,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플라망어(네덜란드어) 그리고 덴마크어로 발표될 것이다.



3. 1장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



“지금까지의 모든 사회의 역사는 계급투쟁의 역사다.” 이는 자유민과 노예, 귀족과 평민, 영주와 농노, 길드의 장인과 직인 등으로 표현됐고, 언제나 적대관계에 있던 피지배계층과 지배계층은 투쟁을 벌여왔으며, 이 투쟁은 매번 사회 전체가 혁명적으로 재편되거나 다투던 계급들이 함께 몰락하는 것으로 끝났다. 여기서 계급투쟁의 역사는 각 시대마다 다양한 서열로 이루어진 복잡한 사회제도와 사회적 계급의 다양한 계층이 있었음을 알 수 있는데, 이는 다음과 같다.



고대 로마에서는 귀족과 기사, 평민과 노예가 있었고, 중세에는 봉건영주와 가신, 길드의 장인과 직인 그리고 농노가 있었으며, 또한 이러한 계급들에 종속된 계층이 있었다. 부르주아 시대에 와서는 계급간의 적대 관계를 단순화했다는 뚜렷한 특징을 지니고 있는데,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라는 두 개의 커다란 계급, 두 개의 커다란 적대 진영으로 분열되었다. 부르주아 계급은 신대륙과 아프리카 항로 발견 이후 상업을 통해 발달했으며, 이러한 세계시장의 확보는 상업과 해운 그리고 육상 교통을 엄청나게 발전시켰다.



부르주아 계급은 발전 단계마다 이 계급의 정치적 발전이 수반되었는데, 봉건귀족의 지배 하에서는 억압받는 계급이었다. 이후 부르주아는 매뉴팩처 시기(중세에서 근대사회로 넘어가는 시기)에는 반봉건제 혹은 전제군주국의 귀족에 맞서는 세력이 됐고, 현대 대의제 국가에서 독점적인 정치적 지배권을 스스로 쟁취했다. 이런 점에서 부르주아 계급이 역사적으로 가장 혁명적인 역할을 수행했던 것도 사실이며, 봉건적·가부장적·목가적 관계를 종식시켰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부르주아 계급은 세계 시장의 개척을 통해 모든 나라의 생산과 소비에 범세계적인 성격을 부양했다. 부르주아 계급은 모든 생산도구의 급격한 개선과 한없이 편리해지는 교통수단을 통해 모든 국가들을, 그리고 가장 미개한 국가들조차도 문명화로 이끌어 간다. 부르주아 계급은 생산해낸 값싼 상품들로 부르주아적 생산양식을 받아들이도록 강요했으며, 농촌이 도시의 지배를 받도록 만들었다. 생산을 한 덩어리로 만들고 자산을 소수의 손아귀에 집중시켰다. 즉 부르주아 계급은 100년도 채 되지 않는 지배기간 동안 과거의 모든 시대에 만들어냈던 것 보다 더 단단하고 더 거대한 생산력을 창조해냈다.



그러나 부르주아 계급은 어마어마한 생산력과 교환 수단을 출현시킴으로써, 통제할 수 없게 되기도 하는데, 이것은 상업공황과 같은 것으로도 설명이 가능하다. 이 상업공황은 이른바 과잉생산으로 번지기도 한다. 결국 부르주아 스스로가 위기를 만들어 내며, 부르주아는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새로운 시장을 정복하고 기존의 시장을 더욱더 철저히 착취하는 방법으로 극복하려고 한다. 과거 부르주아 계급들은 봉건제도를 붕괴시킬 때 사용했던 무기를 도리어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사용되는데, 이러한 무기를 부르주아 자신들에게 겨눌 사람들이 프롤레타리아이며, 현대 노동자 계급이다.



소위 프롤레타리아 계급은 다양한 발전 단계를 거친다. 이 계급의 탄생과 함께 부르주아 계급에 맞선 투쟁도 시작된다. 처음에는 개별적인 노동자들이, 그 다음에는 같은 공장의 노동자들이, 그 다음에는 같은 직종, 같은 지역의 노동자들이 직접적으로 그들을 착취하는 부르주아 개인들에 대항하여 투쟁하게 된다. 물론 이들은 부르주아적 생산 조건 뿐 아니라 생산도구 자체에 대해서도 공격을 펼치기도 한다. 이 단계의 노동자들은 자신들끼리 상호경쟁하며 분열된 대중을 형성하고 만다. 즉 이 단계에서는 비산업적 부르주아와 소부르주아들과 싸우는 것이며, 결과적으로 이들의 승리는 부르주아 계급을 위한 것이 된다.



하지만 산업이 발전하면 단지 프롤레타리아 계급이 숫자만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더욱 거대한 집단으로 한데 뭉쳐 그 세력이 성장하게 되고, 그렇게 형성된 세력을 스스로 느낄 수 있게 된다. 기계가 모든 노동의 차이를 없애버리고 어디에서나 똑같이 낮은 수준으로 임금을 떨어뜨리는 것만큼 프롤레타리아 계급 내부의 이해관계와 생활 조건들이 점전 더 평준화된다. 개별 노동자와 개별 부르주아 사이의 충돌은 갈수록 두 계급 간의 충돌이라는 성격을 띠게 되고, 그 결과로 노동자들은 부르주아에 대항하여 결사체(노동조합)를 조직하기 시작한다. 이들은 승리를 거두기도 하는데, 지속적으로 노동자들의 동맹을 확장해나가는데 성과가 있다.



이러한 계급투쟁이 결정적인 시기에 도달하면, 지배계급 내부에서 진행되고 있던, 사실상 사회 전체의 내부에서 진행되고 있던 붕괴과정이 매우 격렬하고 강렬한 성격을 띠게 된다. 이때에 와서는 지배계급의 일부가 스스로 떨어져 나와 미래를 손아귀에 쥐고 있는 혁명 계급에 합류하게 되며, 과거에 귀족의 일부가 부르주아 계급으로 넘어갔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제는 부르주아 계급의 일부가 프롤레타리아 계급으로 넘어오게 된다. 그리고 이들은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역량을 강화하게 된다.



오늘날 부르주아 계급에 맞서고 있는 모든 계급 중에서 프롤레타리아 계급만이 실질적인 혁명 계급이며, 다른 계급들은 현대 산업의 등장과 함께 몰락하여 사라지지만, 프롤레타리아 계급은 현대 산업의 특별하고 필수적인 산물인 것이다. 봉건적 절대주의에 속박되어 있던 소시민 계급이 부르주아 계급으로 발전했던 것처럼, 농노제 시기의 농노는 스스로를 코뮌의 구성원으로 끌어올렸다. 이와는 반대로 현대의 노동자는 산업의 발전과 함께 지위 상승을 이루지 못하고 도리어 자기 계급의 생존 조건 아래로 더욱 몰락하고 있다. 노동자는 빈민이 되었으며, 이들 빈민 집단은 인구와 부의 증가 속도보다 더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이로써 부르주아 계급은 더 이상 사회의 지배계급으로 적합하지 않으며, 자신들의 생존 조건을 최우선적인 법으로서 사회에 강요할 수 없다는 것이 명확해지기에 이른다. 사회는 더 이상 부르주아 계급의 지배하에 유지될 수 없게 되며, 그들의 존재는 더 이상 사회와 조화를 이룰 수 없게 된다.



“부르주아 계급의 존재와 지배의 가장 본질적인 조건은 자본의 형성과 증가이며, 자본의 필요조건은 임금노동이다. 임금노동은 오직 노동자 간의 경쟁에만 기초하고 있으며, 부르주아 계급이 특별한 의욕도 없이 주도하고 있는 산업의 진보는 경쟁으로 인한 노동자들의 고립을 연합에서 비롯된 혁명적 단결로 대체시킨다. 그러므로 현대 산업의 발전은 부르주아 계급이 상품을 생산하고 전유하는 바로 그 기반 자체를 밑바닥부터 무너뜨린다. 부르주아 계급은 무엇보다 자신들의 무덤을 파줄 사람들을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부르주아 계급의 몰락과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승리는 불가피하게 동시에 일어난다.”



(노정협 활동가 회원이 세미나에서 발제할 마르크스 <공산당 선언>의 발제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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