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호주유학일기5] 그람시안 국제정치경제학이 뭐냐 물으시면.

안녕하세요, 오늘은 제가 다루고 있는 국제정치경제학이란 것을 이야기하면서, 제가 연구하는 분야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국제정치경제학이 정통 경제학이랑 뭐가 다른지 묻는 이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미국이 TPP를 추구했다고 해보죠.  정통경제학의 기본 전제는 인간은 이기적 존재이고 효용을 극대화 하는 합리적 선택을 하며, 이는 국가의 정책 선택에도 응용됩니다. 즉, 국가 정책가들이 계량경제학의 비용-산출 이론을 이용해서 경제적 효과를 수학적으로 분석하여, 사회적 효용이 총기회비용과 만나는 지점을 계산해 효용극대화를 이루는 선택을 하는 정책을 추구합니다. 이 사회적 효용 극대화 이론은 완전한 자유경쟁시장을 가장 이상적인 체제로 인지하고, 비록 피해를 보는 이들이 있더라도 전체 효용을 극대화 시킬 수 있다면 그 손해는 감수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예컨대 이러한 무역협정에 의한 농민의 빈곤화는 일정부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 전통 경제학의 입장이죠.

반면, 국제정치경제학은 경제현상의 권력관계를 연구합니다. 미국의 TPP와 관련하여, 국제정치경제학은 미국이 중국의 헤게모니가 성장하는 것을 배제하기 위해 협정 조건에 사적 기업의 자유를 보장할 것을 전제로 해서 중국이 TPP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고, 미국의 아시아 헤게모니를 유지하기 위해, 타 아시아 국가들이 중국의 발전국가 모델을 따르지 못하도록 사전에 무역협정으로 그것을 배제한다는 것을 연구합니다. 즉, 어떻게 미국은 전세계 국제질서의 헤게모니를 장악하느냐를 분석하는 것이 국제정치경제학이죠.

이 과정에서 국제정치경제학 내의  Realism과Marxism의 분기점이 생기는데, 기본적으로 국제정치질서가 투쟁적이다는 것은 두 가지 이론이 만나지만, realism은 이 국제정치질서가 변하지 않고 고정되어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미국을 위시한 국제 헤게모니가 안정화 되어야 국제질서가 평화롭게 유지된다고 평가합니다. 반면, Marxism은 이 국제정치질서가 자본주의 체제로서 구성되며, 이는 변화 가능하고 변할 수 있다는 것이 차이입니다. 그래서 계급투쟁을 통해 국제정치경제 질서를 변혁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이론이 기본적인 입장입니다. 저는 그람시안 국제정치경제학자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람시안 국제정치경제학은 이탈리아 공산주의자 그람시의 정치이론을 경제학에 응용한 것으로서, 크게 두 가지 입장이 있습니다. 이 두 가지 입장은 국제정치질서가 자본주의 패권국가의  국제적 헤게모니 장악으로 약한 국가들의 동의를 얻어 그 패권국가의 권력을 유지 확대한다는 것에서 같습니다. 그러나 전통적인 그람시안은 경제적 정치적 투쟁을 위한 Historic bloc 형성에 있어서 노동계급의 'good sense' 형성, 즉 노동계급이 주체성을 자각하는 이른바 대자적 계급으로 발전하여 국제적인 혁명운동을 하는 것을 추구하지만, Robert Cox의 신그람시안은 이 역사적 블록 형성에 사회적 소수자를 포함한 탈근대 주체들의 연대를 강조하고, 전통적인 혁명주의 정당보다는 세계시민사회운동을 강조하면서 국제적인 대항 헤게모니 형성을 주장합니다.

저는 식량권에 대해 이러한 그림사인 국제정치경제학자로서 국제정치질서의 영향에 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구조적 분석은 P. McMichael의 세계식량체제 이론을 빌리고 있습니다. 이 이론은 월러스틴의 세계체제분석을 응용한 것으로서 국제적인 농업노동 분업구조가 식량체제의 변동을 부른다는 것이다. 저는 이것을 바탕으로 세계식량체제가 어떻게 한국의 식량정책에 반영되었는지 살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이론은 단점도 있는데 그것은 체제의 변동이 자본주의의 내적 모순으로만 설명된다는 것이죠. 그래서 그람시안 국제정치경제학을 이용하여 1995년 이후에 등장한 식량주권운동이 어떻게 이러한 국내적 식량체제에 대항하고 있는지를 살필 예정입니다.

저는 이러한 그람시안 국제정치경학자라는 이름을 제 정체성으로 장기적으로 국제질서의 변혁에 대해서 연구하고자 합니다. 이는 비단 세계식량체제를 사회주의로 변혁하는 것 뿐만 아니라,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를 혁명적으로 바꿀 수 있는 이론을 연구하고 사회운동을 하는 것을  제 큰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제 장기적 연구가 노동당의 사회주의 정치운동에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