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정당은 허용되어야 한다. 이중당적 금지철폐.

작성자
이장규
작성일
2023-04-07 10:37
조회
1019

저는 김강호 동지와 생각이 좀 다릅니다. 연합정당은 긍정적으로 검토되어야 합니다. 다만 이 연합정당은 이후에 통합 내지 단일 진보정당으로 나아가기 위한 징검다리가 아니라, 독자정당이 그대로 유지되면서 독자정당과 연합정당이 상시적으로 공존하는 방식이라야 합니다.

이런 방식이 한국에서는 생소하지만 외국에서는 일반적입니다. 대개의 외국에선 한국처럼 까다로운 정당법 상의 각종 규제가 없습니다. 한국 정당법은 516 쿠데타 직후에 만들어진 것으로서 국가가 정당에 개입하기 위한 관제정치의 유산입니다. 외국에는 한국처럼 이중당적 금지조항도 없고, 중앙당을 서울에 두라든지 5천명 이상의 당원을 모집하라든지 그런 규정도 없습니다. 그래서 연합정당이나 지역정당, 의제정당 등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아예 정당법 자체가 없고, 정당이 아니라 사회단체의 이름으로도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나라도 많습니다. 한국처럼 단 하나의 정당 소속이 아니면 전부 무소속이라는 방식이 아닙니다.

아래 글에도 소개되었듯이, 최근 남미의 좌파집권 흐름 이른바 '핑크타이드'를 만든 것도 기존의 사회당이나 공산당 등이 독자적으로 유지되면서 대선에는 연합정당으로 대응한 결과입니다. 스페인의 포데모스나 프랑스의 좌파연합 등도 마찬가지구요. 기존 좌파정당이 독자적으로 유지되고 선거에는 연합정당으로 대응하면서 상시적으로 공존하는 방식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정당법 상의 이중당적 금지조항이 철폐되어야 합니다. 그간 한국의 정치개혁 논의는 선거제도 등 선거법에만 집중되었는데, 사실은 정당법의 개혁이 더 근본적입니다.

소개하는 글은 민주노총 정치방침과 관련된 기고 요청이 와서, 창원의 노동사회교육원에서 발간하는 '연대와소통' 4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연합정당 관련 제 입장이 보다 자세히 설명되어 있습니다.

(이유를 모르겠지만, 본문에서는 자꾸 에러가 나네요. 댓글로 기고문을 소개합니다)

전체 2

  • 2023-04-07 10:45

    [ 연합정당의 조건은 무엇인가 ]

    이장규 (노동당 경남도당 위원장)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다시 민주노총의 정치방침이 논의되고 있다. 4월로 예정된 임시대의원대회에서 내년 총선과 관련된 정치방침을 결정하겠다는 것이 현재의 계획이다. 또한 이를 위한 논의초안도 제출되어 있다.

    제출된 초안에서 핵심적인 내용은 이른바 연합정당 방안이다. 제시된 안은 총 4가지지만 그 중 후보단일화는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고 비례 대응 등에 한계가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단일 진보정당으로 통합하는 방안은 민주노총 입장에서는 되면 좋지만 실제로 민주노총 내부와 각 진보정당들의 동의를 얻기 어렵다고 평가한다. 비례 위성 연합정당 즉 비례 후보를 하나의 정당으로 대응하되 당선 후 원 소속정당으로 복귀하는 방안은 비례 대응 등에 유리하지만, 지역 후보와 비례 후보를 별도로 구분해야 하고 직전 총선에서 보수양당의 비례 위성정당이 상당한 비판을 받았음을 감안하면, 동일한 방식이므로 역시 논란이 될 수 있다.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제시하는 것이 진보대연합 정당을 창당하여 지역과 비례 모두 총선에서는 하나의 당명으로 대응하되 당선 이후에는 원 소속정당으로의 복귀를 보장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간의 분위기를 살펴보면 민주노총 집행부는 바로 이 연합정당 방안을 성사시키는 것이 여러 가지 조건을 감안할 때 가장 낫다고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물론 이게 과연 실제로 성사가 되려면 많은 과제들이 남아있다. 대의원대회에서 통과되어야 하거니와, 그 이후로도 각 진보정당들이 동의해야 하고, 동의가 되었다고 해도 실제 후보 결정이나 재정 문제 등 논의해야 할 사안들이 매우 많기 때문이다. 내가 소속된 노동당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다양한 입장이 나오고 있거니와, 현재로선 어떻게 하자고 정해진 바도 전혀 없다. 즉 현재로서는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을 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렇게 개인 의견임을 전제하고 말하자면, 나는 연합정당에 매우 긍정적이다. 다만 여기에는 전제가 있다. 내가 생각하는 연합정당은 그 자체가 상시적인 정당으로서 별도의 독자정당과 함께 공존하는 방식이다. 즉 이후의 단일진보정당을 위한 징검다리 내지 과도기도 아니며, 역으로 당장 선거에서 성과를 내기 위한 단기전술이고 이후로는 원대복귀를 하자는 것도 아니다. 현재 한국의 정당법은 이중당적을 금지하고 있으므로 현행법 상으로는 원대복귀를 할 수밖에 없겠지만, 이중당적이 허용된다면 연합정당과 독자정당이 얼마든지 공존할 수 있다. 두 정당의 당적을 동시에 가지면 되기 때문이다.

    이중당적 허용에 대해 한국에서는 익숙하지 않지만, 사실 이건 유럽이나 남미에서는 일반적이다. 대부분의 외국에서는 한국처럼 정당에 대해 까다로운 규제를 하지 않는다. 이중당적도 얼마든지 가능하고, 한국처럼 5개 시도당에서 각 천 명 이상이라는 설립요건도 없으므로 지역정당이나 의제정당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아예 정당이 아니라 시민단체 등 각종 단체 이름으로도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경우도 많다. 선거에서 당선되고 나면 그에 따른 지원이 있을 뿐, 선거에 참여하는 조직형태은 아주 다양하게 열어놓고 있으며 한국처럼 단 하나의 정당 소속이 아니면 전부 무소속이라는 식이 아니다. 사실 정당에 대해 이렇게 시시콜콜하게 국가가 규제하는 것은 516쿠데타 등 군사정권과 관제정당의 유산이지, 결코 민주국가에서 일반적인 것이 아니다.

    그래서 외국에서는 연합정당도 활발하다. 가령 최근 남미의 이른바 ‘핑크타이드’라는 좌파 집권의 흐름을 만든 좌파정당은 대부분 사회당이나 공산당 등 기존의 정당들이 연합하여 선거에 대응한 것이다. 프랑스의 좌파연합, 스페인의 포데모스, 그리스의 시리자 등등도 모두 연합정당이며 역시 기존의 독자적인 좌파정당들이 선거에서 연합하여 하나의 정당으로 선거 대응을 한 것이다. 이중당적이 가능하므로 이 연합정당과 각 독자정당은 평소에도 서로 공존한다. 의회 등에서도 같이 대응할 수 있는 사안은 공동대응하고 서로의 입장 차이로 같이 대응하기 어려운 사안은 각 정당의 입장에 따른다. 좌파 정당의 예를 들었지만, 우파 정당들 역시 연합정당 형식으로 선거에 대응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은 이게 오히려 더 타당한 방식이다. 한국에서는 워낙 오랜 기간 동안 양당제와 결선투표 없는 소선거구제 등이 유지되다보니, 다당제를 기본으로 하되 선거에는 연합정당으로 공동대응한다는 방식이 생소하겠지만, 원래 정치란 함께 할 수 있는 부분은 함께 하고 각자 지향하는 바가 다른 경우에는 또 따로 하면서 서로 조율해 가는 것이지, 우리 편 아니면 남의 편이라는 식으로 양자 중 택일하는 게 아니다. 가령 진보정당의 경우, 노동자민중의 권리나 사회공공성 강화 등 함께 할 수 있는 부분이 매우 많다. 하지만 장기적인 지향 등에서 있어서는 서로 차이가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함께 할 수 있는 부분은 함께 대응하고 차이가 있는 부분은 각자 대응하는 방안을 확보하는 것이 타당하며, 무조건 단일 진보정당으로 모여서 대외 활동보다 당내 투쟁에 매몰되거나 역으로 현실적으로 필요함에도 무조건 따로 놀겠다고 할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런 식의 상시적인 연합정당/독자정당 공존 체제를 생각한다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 정당법 상 이중당적 금지 조항의 철폐이다. 앞서도 말했지만 현행 정당법은 매우 문제가 많다. 그간 정치개혁 논의는 주로 선거법과 선거제도에만 집중되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정당법 상의 각종 규제를 없애는 것이다. 가령 지역정당도 허용해야 한다. 제조업 위기나 지역소멸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현행처럼 전부 중앙정치만 바라보는 상황은 바뀌어야 한다. 지역정당끼리도 연합정당을 만들어서 현재의 서울중심주의를 극복하는 것도 필요하다.

    물론 현재로선 정당법이 개정되지 않았으므로, 현행법 상으로는 설사 연합정당이 성사되더라도 해당 후보들은 원 소속정당을 탈당하고 연합정당에 참여했다가 선거 이후에 다시 복귀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는 자칫하면 이후에 복잡한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 앞서 말했듯이 이참에 단일 진보정당을 만들자면서 연합정당을 더 강화하자는 흐름이 생길 수도 있고, 거기 반대하면서 원대복귀한 사람들은 감정적 골이 생겨 역으로 원 소속 정당의 입장만 생각하면서 함께 해야 할 부분조차 등한시할 우려도 있다. 어쩌면 연합정당 강화파와 해소파로 나뉘어 과거와 같은 분란을 되풀이할 수도 있다. 지나친 우려일 수도 있지만, 그간의 경험상 그러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결론적으로 단일 진보정당이나 선거 후 원대복귀만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정말로 연합정당/독자정당 공존체계를 상시화한다는 목적의식을 갖고 일을 추진해야 한다. 내년 총선에서 연합정당이 실제로 성사될지 안 될지는 잘 모르겠으나, 내년의 성사 여부만 생각지 말고 이 자체를 기본 목표로 삼고 이중당적 금지조항 철폐 등 정당법 개정운동을 해나가야 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 자체를 목표로 정치개혁운동을 벌여나가는 것이 한국에서 연합정치 및 다당제 구도를 구축할 수 있는 방안이다. 자신의 입장만 강변하거나 단기적인 목표에만 매몰되지 않는 큰 그림을 그리면서 보다 길게 보고 시스템을 만들어간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이런 장기적 목표와 단기적 현실대응의 적절한 공존 내지 균형은 우리 노동당에게도 가장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 노동당은 조직력도 상대적으로 약하고 활동가의 부족 등 여러 가지 어려움에 처해있다. 하지만 장기적인 목적의식 하에 원칙을 지키면서 운동에 복무하겠다는 당원들도 여전히 많다. 그렇다면 그런 원칙적 지향을 보다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독자정당 유지는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만 생각하면서 함께 할 수 있는 부분을 등한시하거나 각종 현실적 문제에 대한 대응을 외면해서도 안 된다. 즉 연합정치 등에 보다 적극적이며 개방적일 필요가 있다. 독자정당과 연합정당의 공존 내지 장기 목표와 현실 대응의 공존을 위한 제도적 방안을 만들어내는 것은 우리 노동당에게도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또한 단지 노동당만이 아니라 진보정치 전체의 발전을 위해서도, 이 문제가 좀 더 본격적으로 고민되어야 할 것이다.


  • 2023-04-23 05:06

    녹색당, 정의당, 진보당과의 <합당>에는 반대하지만, 남미, 유럽 방식의 <연합정당+기존정당>의 <공동전선구축(?)>에는 동의합니다. 저도 그와 관련된 정보를 알고 있어서, 한국에서도 저렇게 하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도 했습니다. 물론, <정당법상의 규제 철폐>는 넘어야 할 매우 큰 산이기는 합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