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위원회(준) 성명] 생존이 아닌 삶을, 꿈꿀 수 있는 권리를

작성자
노동당
작성일
2024-11-15 18:00
조회
16728


생존이 아닌 삶을, 꿈꿀 수 있는 권리를

- 세상을 떠난 트랜스젠더 동료 시민들을 애도하며


1998년 11월, 미국의 흑인 트랜스젠더 여성 리타 헤스터가 살해당했다. 트랜스젠더를 대상으로 한 증오범죄에 희생된 리타 헤스터를 추모하며, 전 세계의 트랜스젠더와 앨라이들은 매년 11월 20일을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로 정해 추념하고 있다.

헤스터의 죽음 이후 26년, 세상은 트랜스젠더에게 조금 더 살만한 공간이 되었을까. 2024년 지금, 우리는 트랜스젠더에 대한 혐오가 전 세계로 번지는 것을 보고 있다. 11월,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의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트럼프는 주요 아젠다 중 하나로 ‘트랜스젠더 군 복무 금지’를 내세웠고, 반(反)트랜스젠더 선거 광고 비용으로 2억 1500만 달러 이상을 지출했다. 영국에서도 보건장관의 “다양성을 위해 여성을 지울 수 없다”는 말과 함께 ‘생물학적 성’을 기준으로 국민보건서비스 헌장 개정이 추진되기도 했다.

한국 또한 예외는 아니다. 아니, 더욱 심각하다. 차별금지법과 같은 기본적인 제도적 안전망조차 없는 한국 사회는 트랜스젠더 혐오 공세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다. 보수 기독교계를 위시한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세력의 주요한 레파토리가 ‘동성애’ 혐오에서 트랜스젠더 혐오로 옮겨가고 있다. 트랜스젠더의 권리가 보장되면 ‘남성이 여성 공간을 침범할 수 있게 된다’는, 근거 없는 공포를 조장하며 트랜스젠더 당사자들을 악마화하고 있다.

‘악마’가 된 트랜스젠더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다른 성별의 공간을 침범’하기는커녕 화장실 이용이 두려워 밖에서는 식음료 섭취를 자제하고, 성별을 마음대로 ‘바꾸기’는커녕 신체적, 금전적 부담으로 트랜지션을 포기하기도 한다. 패싱되는 성별과 주민등록 상의 성별이 달라 생긴 취업의 어려움으로 구직을 포기하거나 비정규·불안정노동으로 내몰린다. 학교에서, 직장에서, 사회에서, 그리고 이 세상에서, 쫓겨남과 밀려남은 일상이 된다.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은 하루 뿐이지만, 이러한 추념일의 존재는 역설적으로 트랜스젠더의 죽음, 남겨진 이들의 애도가 일상적인 일임을 증명한다. 누구에게나 존엄한 삶의 권리를 보장할 책임이 있는 국가와 사회가, 오히려 이들을 당장의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야생 상태로 몰아넣고 있다. 각자의 꿈을 가슴에 품고 있었을 트랜스젠더 동료 시민들은 그렇게 우리 곁을 떠나갔다.

노동당은 케이시-느루-모모, 이은용, 변희수, 이연수, 그리고 세상을 등진 트랜스젠더 동료 시민들의 알려진, 또는 알려지지 않은 죽음들을 추모한다. 또한, 남겨진 이들이 감내하고 있는 상실감과 슬픔, 그리고 분노를 함께 나눌 것이다. 동시에, 더 이상 죽음과 애도가 일상이 되지 않는 세상을 위해, 차별과 혐오에 맞서 싸우는 트랜스젠더 동료 시민들과 함께 투쟁할 것이다. 생존이 아닌 삶을, 꿈꿀 수 있는 권리를 함께 쟁취하자.


법적 성별을 스스로 선택할 권리를 보장하라!

성별정체성을 포함한 차별금지법과 학생인권법 제정하라!

트랜스젠더 친화적 학교와 교육과정을 마련하라!

트랜스젠더 전문 공공의료기관 설치하라!

공공기관 성중립화장실 설치 의무화하라!


2024.11.15.

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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