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 View 노동] 노동운동동향보고 3호

작성자
노동당
작성일
2025-07-08 11:22
조회
5084


REd View 노동

- 노동운동동향보고 3호


[이슈와 동향]

김영훈 노동부장관 임명의 세 가지 의미

: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 장관이 민주노조에 미칠 영향


[지금 현장은]

반성과 책임 없이 일방통행은 계속된다


민주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서비스연맹 제주본부장 선출 문제


<사람과 세상> 출범과 전국회의 분화-진보당 내 의견그룹 출현


[주목]

사회적 대화 공세가 다시 몰려온다

: 이재명표 사회적대화를 둘러싼 논쟁과 조건, 향후 전망


2025.7.8.

노동당 노동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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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동향]


김영훈 노동부장관 임명의 세 가지 의미

: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 장관이 민주노조에 미칠 영향


이재명 정부 첫 고용노동부장관으로 김영훈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내정됐다. 언론은 일제히 ‘현직 노동자 출신의 노동부장관’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인사청문회가 7월 16일 단 하루 일정으로 진행되고, 아직 이렇다 할 쟁점이 도드라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큰 무리 없이 임명될 것으로 보인다. 현장은 혼란스러워 보인다. 김영훈 장관 임명이 민주노조에 대한 존중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그래도 노동자 출신 노동부장관은 의미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백번을 짚어 생각해봐도 결코 반길 일이 아니다.


첫째, 민주노조의 정치세력화 운동을 가로막는다.

김 장관 후보자는 민주노총 위원장 시절인 2012년 19대 총선에서 소위 ‘야권연대’를 밀어붙였다. 중집 파행에 “퇴장도 의사표현이니 나가시려면 나가시라”는 말을 남겼고, 결국 ‘민주당 옷을 입고 선거운동을 한 첫 번째 민주노총 위원장’이 됐다. 이어 정의당 노동본부장을 거쳐 2021년 민주당으로 향한 그는, 민주노총을 부정하고 민주당으로 향한 전직 간부의 대표적 사례가 됐다. 이번에도 이재명 지지 선언을 공개적으로 진행한 몇몇 민주노총 전직 임원들이, 이재명과 김영훈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김영훈의 ‘출세’는 민주당을 향하는 전직 노조 간부의 부끄러움을 더 덜어줄 것이다. 또 ‘민주노총 위원장’이란 명함으로 민주노조의 보수정당 지지 경향을 더욱 가속화 시킬 것이다. 실제 장관 내정 당일 민주노총이 발표한 성명은 사실상 환영 입장이었다.


둘째, 사회적 합의주의 공세를 더욱 강화한다.

이재명은 김영훈 내정 이후 부쩍 ‘사회적 대화’를 강조하기 시작했다. 주 4.5일제와 정년, 특고-플랫폼 노동자 보호 등 사실상 쟁점이 되고 있거나 새 정부의 주요 노동의제를 망라한다. 실제로 김영훈은 내정 다음날인 25일 오전 기자들에게 “어떤 제도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면서 “노사정과 머리를 맞대서 공동의 해결책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 사회의 갈등을 해결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은 사회적 대화”라면서 사회적 대화와 노사정 대타협의 중요성을 되풀이했다. 이런 시그널을 논외로 하더라도, 노조 위원장 출신의 노동부장관에게 정부가 기대하는 것이 무엇일지 추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셋째, 민주노조운동의 계급 대표성을 위협한다.

김영훈은 내정 이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사회의 가장 시급한 문제는 노동시장 분절화”라면서 “분절화된 노동시장을 어떻게 통합할 것인가가 이재명 정부가 추구하는 성장과 통합의 국정기조”라고 밝혔다. 특수고용-플랫폼 등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지만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비임금-다면고용 노동자 이슈에 초점을 두겠다는 뜻이다. 민주노조는 이에 대해 ‘근기법-노조법 등 노동관계법상의 노동자 개념 확대를 통한 온전한 노동3권 보장’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이재명 정부는 대선 공약으로 ▴배달종사자 사회안전망 강화 ▴온라인플랫폼 수탁사업자 등록제와 협상권 부여 ▴플랫폼노동자 기본법 제정 등을 제시했다. 노동3권 보장을 회피하는 선언전 기본법이나, 노조가 아닌 일반 단체로서의 권리 보장 수준에 머물겠다는 것이다. 자본의 전략을 인정하는 가운데, 그 속에서 나타나는 갈등을 조정하고 통제하는 데에 초점을 둔 정책 접근법이다. 그나마 국정기획위원회의 성장보고서에서는 ▴공정한 소득 보장 ▴플랫폼-배달기사 상생 해결책 마련 정도로 대폭 후퇴했다. 근로감독관들은 줄줄이 쿠팡으로 이직하고 있다.

이렇게 보호 방안에 대해 큰 폭의 차이를 보이고, 노동법제의 미흡함으로 아직 규모 있는 조직화에 이르지 못한 특고-플랫폼 노동자에 노동기본권 투쟁에서,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 노동부장관’ 명함은 정부에 상당한 우위를 부여할 것이다.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모든 민주노조에게 플랫폼과 사회서비스 노동자에 대한 조직화 성패가 곧바로 존망과 직결되는 상황이기도 하다.

전직 노동운동가를 관료로 활용하는 정부의 전략이 처음은 아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유신 시절 상징적인 민주노조 사업장인 원풍모방 노조 위원장 출신 방용석을 노동부장관에 임명했다. 문재인 정부는 한국노총 금융노조 출신의 김영주를, 윤석열은 한국노총 사무처장을 지낸 이정식을 각각 장관으로 기용했었다. 공무원노조에 찬성했던 방용석은 정작 장관이 되자 공무원노조 결성대회가 열리던 고려대학교에 무장한 경찰을 투입했다. 김영주는 지금까지도 저임금 노동자의 발목을 잡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악의 주인공이다. 이정식은 노조 회계공시 행정지침과 ‘주69시간제’로 유명하다. 김영훈이라고 어디 다르겠는가.

게다가 관가 안팎에서 ‘김영훈 장관의 임기는 1년 남짓일 것’이란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그 1년 사이에 얼마나 ‘성과’를 내느냐에 따라 지방선거나 재보선의 후보로 향할지, 아니면 토사구팽의 길로 향할지 판가름 날 상황에서, 이를 악물고 정부의 입맛에 맞는 역할에 총력을 다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노동자의 선택은 뻔하지만 분명하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총연맹 위원장에, 민주노총 출신 노동부장관이라는 악재가 겹치고 있지만, 무망한 기대를 경계하고 더 날카로운 투쟁을 벼르는 것이 정답이다. 무너져내린 노동자 정치를 다시 세우는 것이 정도다.



[지금 현장은]


반성과 책임 없이 일방통행은 계속된다


지난 6월 19일 10차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 종료 이후 한 달이 되어가고 있지만 민주노총의 시계는 여전히 멈춰있다. 양경수 위원장은 30년 민주노총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 원칙을 훼손시켰던 지난 대선에 대한 평가와 책임을 묻는 중집 위원들의 요구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길어지는 침묵은 지난 총선 평가와 마찬가지로 어떠한 매듭도 짓지 않고 지금의 태세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6월 중집 이후 집행부 차원의 대선 평가안을 마련하여 토론하겠다고 했지만, 시간을 끌다 7월 10일 정치위원회 회의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문제는 안을 제출한다고 해도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지난 7월 6일 진보당 3기 6차 중앙위원회에서 일부 이견에도 불구하고 ‘광장 연합으로 내란 세력 청산과 재집권을 막아낸 것’에 방점을 찍고 대선 평가를 마쳤다는 점에서, 정치위원회에 제출되는 대선 평가안 역시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현재 민주노총은 7월 중순 예정된 총파업 투쟁과 국회 주도의 사회적 대화 참여, 하반기 사업 계획 논의를 위한 중앙위원회, 정년연장・노정교섭 등 전 조직적 토론과 투쟁이 요구되는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어느 때보다 조직적 토론을 통해 이후 투쟁의 방향을 찾아야 하는 시기지만 양경수 위원장은 일방통행으로 조직을 운영하면서 본인들의 힘으로 이를 돌파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현재 민주노총은 7월 총파업 총력 투쟁을 앞두고 전체 산별·연맹을 조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역 순회 투쟁부터 당일 대회까지 일부 산별·연맹과 소산별 노조 중심으로 총파업이 아닌 대회 참가 중심으로 조직을 동원하고 있는 점에서 확인된다. 반성과 책임 없이 가속 페달을 밟고 달리는 민주노총의 일방통행은 어디까지 진행될 것인지, 그렇게 도달하는 목적지는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지 폭염만큼이나 답답한 여름이 지속되고 있다.



민주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서비스연맹 제주본부장 선출 문제


언제부턴가 노동운동에서 부끄러움이 사라지고 있다. 배달플랫폼노조(레드뷰노동1호, 2호 참고)에 이어 서비스연맹에서 문제가 불거졌다.

서비스연맹 제주본부장 선출 과정에서 민주노조의 민주성을 파괴하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관광레저산업노조 제주본부 대표자 입장서를 공개하고 산하 6개 지부가 공동의 행동에 나섰다. 한편 이 문제를 서비스연맹 법률원에 질의하였으나 서비스연맹 법률원은 관행이기에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첫째, 선거공고를 하지 않은 채 본부장을 선출해 조합원의 피선거권을 박탈했다. 본부장 선출 관련 서비스연맹 선거관리 규정을 보면, 선거권은 지역본부 대표자회의에 참석하는 구성원에게만 있지만 피선거권(제4조)은 가맹노조의 전조합원에게 있다. 규정에 따르면 선거공고를 하지 않은 것은 조합원의 출마 자격을 원천차단한 규정 위반이다.

둘째, 선거권이 없는 자에게 선거권을 준 명백한 규정 위반이다. 본부장 선출 시 성원은 서비스연맹 제주본부 규약에 따르면, 임기를 끝낸 전 본부장은 선거권이 없음에도 본부장 선출에 참여했다. 또한 대표자의 불참으로 대리참석한 자들마저도 참여했다. 

이렇게 규정 위반과 절차적 하자가 있음에도 선출 무효화는 아직 되지 않고 있으며 제주본부는 개점휴업 상태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와 함께 관광레저산업노조 제주본부는 서비스연맹의 산별 전환 방침에 따라 제주지역 6개 기업별노조가 산별 전환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서비스연맹 지역본부 운영규정 제10조(대표자회의 구성)에 근거해 6개 지부장의 대표자회의 구성원으로 포함할 것도 요구하고 있다. 관련 규정에는 전국단위 가맹노조의 경우 기업별, 지역별 본(지)부로 구성되어 있을 경우에는 지역본부(지부장)을 포함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6개 지부장에게는 선거권이 없는 상태다.

이렇게 선출된 서비스연맹 제주본부장은 전국회의 소속으로 현재 진보당 제주도당 김명호 위원장이며 내년 지방선거 출마설이 나오고 있다.

이 사안은 단순히 내부 갈등이라고 볼 수 없다. 민주노조 운동의 근간인 민주성을 훼손하는 일이다. 민주노조의 기본 정신을 훼손하는 행위가 서비스연맹 법률원의 답변대로 관행이라는 이유로 정당화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서비스연맹 강령의 첫 번째 문장을 보면 “1. 우리는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민주노조 운동의 역사적 정신을 계승・발전시키며, 노동자의 존엄과 평등이 보장되는 참된 민주사회를 건설한다.”이다. 지금 서비스연맹 제주본부장 선출의 비민주성은 과연 민주적인 민주노조 운동의 역사적 정신을 계승・발전시키는 것인가라고 묻는다면, 모두가 “아니다”라고 답할 것이다. 민주노조의 길은 나쁜 못된 관행이 아니라 혁신과 발전이다. 



<사람과 세상> 출범과 전국회의 분화-진보당 내 의견그룹 출현


작년부터 광주전남연합 세력이 전국회의를 탈퇴했다. 그리고 올해 6월 22일 진보당 내 광주전남연합을 중심으로 <사람과 세상>이라는 조직이 출범했다. 그동안 진보당과 노동운동 내 전국회의(자주파)는 경기동부-부울경-광주전남 연합이 공존했다. 하지만 <사람과 세상>의 출범은 그동안 민주노총 상층 중심으로 노연-혁신연대 등의 계열과 같이 전국회의 이탈이나 거리두기를 한 것과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출범과 함께 광주, 전남, 전북, 대구, 대전, 충북의 전국회의 지역조직은 해산하거나 유명무실화되었다. 또한, 겉으로 의견그룹을 표면화하지 않고 단일한 대오를 보여오던 자주파 운동양식과 다르게 진보당 내에서도 의견그룹이 출현한 것이기도 하다. <사람과 세상>은 상임대표로 정태흥을 선출하고, 현재 12개 지역조직(강원, 경기, 세종, 인천, 충남 제외)과 3개 부문조직(노동, 청년, 농민)을 구성했다. 주요 인물로는 전종덕(현 국회의원), 고미경(전 민주노총 사무총장, 현 지도부에서 중도 사퇴), 강성희(전 국회의원), 김선동(전 국회의원) 등이다.

<사람과 세상>이 밝힌 지향에서 “우리는 자력자강을 통해 10년 안에 진보 집권을 달성하며 사회대개혁과 체제교체를 실현합니다.”라고 선언했다. 또한, 자주파의 오랜 구호라고 할 수 있는 자주-민주-통일 대신 평등-평화-자주를 내세우고 있다. 

출범 이전 갈등이 표면화된 것은 민주당발 비례위성정당 비례후보 선출 절차 문제와 진보당 3기 당직 선거(김재연-정태흥 경선. 김재연 69.04% 당선)이다. 이때 상임대표 후보로 출마한 정태흥은 출마 선언에서 민주당발 비례위성정당 비례후보 사퇴와 관련해 “자주와 통일에 헌신한 후보들을 일방적으로 사퇴시켜 종북 색깔론에 굴복했습니다. 원내 진출을 위해 이렇게까지 희생해야 하나 굴욕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라고 밝히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어 21대 대선을 거치면서 심화되었다. 21대 대선 진보당 경선(강성희-김재연 경선, 김재연 63.85% 당선)과 이후 김재연 후보가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면서 사퇴한 것을 두고 공개적인 비판이 나왔다. 또, 진보당의 민주당 선거운동 참가가 진보정치를 훼손할 정도의 과도한 선거운동 참가라고 비판하는 공식 입장문이 나오기도 했다. 이 시기에 이대종 농민당 대표가 진보당 공동대표를 사임했고, 고미경은 민주노총 사무총장을 사퇴했다. 

최근 민주노총 중집에서는 광주-전남본부장이 제출한 대선 평가에서도 진보정당 지지 방침이 없는 대선(진보정당을 지지하지 않고 민주당을 지지하려고까지 했던 것 등)이 된 것을 두고 양경수 위원장을 비판하는 평가서에서도 잘 드러난다.

<사람과 세상>이 자력자강을 강력히 내세우며 출범하면서 전국회의는 분화했고 진보당 내 의견그룹이 등장했다. 현재 진보당 홈피 게시판, SNS에서 비판과 갈등이 드러나고 있다.

자력자강을 화두로 내세우지만 지난 총선 민주당발 비례위성정당으로 국회의원(전종덕)을 배출한 것에서 드러나듯 비례위성정당 자체를 완전히 부정하진 않고 후보 교체의 비민주성만을 언급한 것과 민주당발 사회적 대화 등 대선방침 외 민주노총의 기본 기조에 크게 반대하지 않는다. 또한 진보당 중심의 노조운동론으로 인한 민주노총의 일방성 등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가 없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독자적 노동자정치세력화와 민주노총의 계급적 강화라는 본질에서 큰 차이를 보일지는 미지수다.

어쨌든 이제 출범했기에 앞으로의 행보를 지켜볼 일이다. 전국회의의 일방주의로 민주노총의 자주성, 민주성, 투쟁성, 계급성이 상실되는 상황에서 어떤 혁신적 태도와 활동을 보일지, 당장 내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과의 공조(연합)을 공공연히 밝히는 진보당의 상황에서 어떤 입장과 대응을 보일지 등 현실에서 구체적 활동으로 보여질 것이다.



[주목]


사회적 대화 공세가 다시 몰려온다

: 이재명표 사회적대화를 둘러싼 논쟁과 조건, 향후 전망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소위 ‘사회적 대화’로 불리는 노사정 합의주의가 다시 고개를 든다. 이재명 대통령이 먼저 주4.5일제와 정년, 특고-플랫폼 노동자 보호방안 등을 ‘사회적 대화’를 통해 풀겠다는 계획을 꺼냈다. 뒤이어 등장한 김영훈 노동부장관은 ‘사회 갈등 해소의 수단은 바로 사회적 대화’라는 취지의 일성을 내놓았다. 경사노위 위원장 하마평에 현 권기섭 위원장과 함께 박수근-김동만-이용득 등 무게 있는 이름이 오르내린다는 말도 들린다. 민주당 계열 정부의 등장 때마다 노동자의 발목을 잡고 투쟁을 교란했던 사회적 대화가 이번에도 어김없이 등장하는 모양새다. 사회적 합의주의의 위험성을 다시 환기할 때다.


정치에서 목적 없는 대화는 없다.

과거 정부의 사례를 보면, 정부가 사회적 합의주의 애드벌룬을 띄울 때에는 크든 작든 목적이 있다. 김대중 정부의 노사정위는 정리해고제와 파견근로제, 공공부문 구조조정 등 <고용 유연화>를 관철했다. 노무현 정부 노사정위는 기간제법-파견법 개악 등 <고용형태 유연화>에 초점을 맞췄다. 문재인 정부 노사정위는 탄력근로 확대와 임금체계 개편과 같은 <노동시간-임금 유연화>를 목적으로 삼았다.

이재명의 경사노위도 마찬가지다. 주 4.5일제나 정년연장이 이슈가 되는 가운데, 사용자단체는 겉으로 앓는 소리를 내면서도 ‘원칙적으로 반대하지 않는다’는 단서를 빼놓지 않고 있다. 즉 ▴노사 자율에 기반한 근로시간 유연화 ▴임금체계 개편 ▴생산성 증대를 위한 임금 유연화 등을 조건으로 하는 ‘구조조정 수단으로서의 노동시간 단축’을 노린다. 정년연장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사용자 선택적 계속 고용’ 방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적 대화는 장시간 노동 근절과 삶의 질 향상과 같은 정책도입 목표를 흐리게 만든다. 오히려 ‘타협’을 강조하며 원칙을 옥죈다.


한국이 놓인 조건에서는 ‘활용론’조차 무의미하다.

설사 ‘사회적 대화 활용론’에 입각하더라도 현재 상황에서는 실효성이 없다. 유럽의 사례에서 보여지듯, 사회적 합의주의가 그나마 노동자의 일방적 양보를 막기 위해서는 ①경제 호황 ②원내 과반 진보정당(혹은 연정) ③높은 노사대표성(높은 노조조직률과 중앙집권적 산별노조 및 사용자단체)의 존재 등을 조건으로 하고 있다. 이는 대화기구에서의 논의(협의) 결과가 정부-자본의 의도에 따라 일방적으로 왜곡돼 활용되는 것을 막고, 역으로 대화기구에서의 친노동적 협의 내용이 실제 정책으로 실현되는 것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이러한 객관 조건이 형성되지 않은 사회적 대화는 노동통제-관리 기구의 의미 이상을 갖지 못한다는 교훈이 형성된 것이다. 하지만 현재 한국 상황은 이와 같은 사회적 합의주의의 최소 조건을 충족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이런 조건에서 경사노위를 활용해 민주노총이 얻을 수 있는 것은 ‘0’에 수렴한다. 기계적인 주고받기로 기본권을 스스로 포기하거나, 사회적 쟁점화를 위해 논의에만 임하고 합의를 피하는 것이 고작 취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이다.


사회적 합의주의는 ‘합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역대 사회적 대화기구에서 필요로 했던 것은 노사간 합의가 아니었다. 오히려 노사 쟁점과 갈등이 증폭되는 가운데 제출되는 ‘공익안’이었다. 이기권 전 노동부장관이 “노사 모두가 반발하고 있는 것이야말로 공익안이 중립성을 잘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낸다(2015.3.9.)”고 발언한 것이 가장 대표적이고 솔직한 사례다. 사회적 대화가 갖는 위험성의 핵심도 여기에 있다. ‘노사정 합의’를 필요로 하던 과거에서 ‘대화의 알리바이’만으로 족하는 지경까지 진화했다. 애초 사회적 합의주의는 ‘합의’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것이 아니라, ‘노사정 대화’에 대한 사회적 우위를 부여하는 데에 있다. 그 과정에서 계급투쟁의 고양과 폭발을 억제하고, ‘대화의 틀’을 벗어나는 투쟁을 일탈로 규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투쟁에 나선 노동자들의 발목을 잡고, 그들을 ‘노사정 합의사항’이란 틀 속에 가두고, 이에 반발하는 투쟁은 사회적으로 배제하는 무기로 활용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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