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한국 대자본의 이익에만 충실했을 뿐

작성자
노동당
작성일
2025-10-30 13:33
조회
13262


미국과 한국 대자본의 이익에만 충실했을 뿐

- 한미관세협상 합의결과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


어제 한미관세협상이 타결되었다. 그간 미국이 요구한 3500억 달러 대미투자는 2000억 달러를 매년 200억 한도로 10년에 걸쳐 현금투자하고, 나머지 1500억 달러는 MASGA 프로젝트와 관련한 조선업 협력을 통해 투자하되 기업투자에 대한 보증 등을 포함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또한 이번 합의에 따라 조만간 자동차의 품목관세는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하였다.

현금투자 액수가 줄었고 10년 분납이라는 것과 자동차 관세를 낮추기로 한 것을 이유로, 이번 관세협상 타결이 미국의 애초의 무리한 요구에 비하면 선방한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특히 일본보다는 그래도 유리한 조건임을 이야기하면서, 한국 정부가 나름 노력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노동당은 선방 내지 노력한 결과라는 평가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 이런 평가를 하는 사람들에게 하나만 묻고 싶다. 만약 윤석열이 이런 협상 결과를 가져왔을 때에도, 선방 내지 노력이라고 평가했을 것인지 스스로 돌이켜보길 바란다. 이번 협상결과는 미국과 한국 대자본의 이익에만 충실한 것이었으며, 노동자민중의 입장에서는 결코 동의할 수 없는 내용이다. 

우선 협상과정에서는 현금투자 비중은 5% 정도로만 하겠다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실제로는 3500억 중 절반이 넘는 2000억을  현금으로 투자해야 한다. 10년 분납이라지만 1년에 200억 우리돈으로 30조에 가까운 현금을 달러로 투자하는 것이 외환시장 및 한국의 국내 재정투자여력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 리가 없다.

혹자는 일본보다는 그래도 현금투자액수가 상당히 낮은 것 아니냐고 할 지 모르나 일본과 우리는 상황이 다르다. 일본은 일종의 기축통화국이며 미국과 무제한 통화스와프도 체결되어 있다. 통화스와프가 아니라도 달러표시 국채나 정부보증채권 발행 등을 통해, 실제로 달러를 투입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투자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장기국채는 롤오버 등을 통해 실제로는 이자만 부담하면 되므로, 일본이 실제로 달러를 현금으로 투입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고 보아야 한다. 

반면 한국은 일본처럼 기축통화국이 아니며 통화스와프는커녕 달러표시 국채도 국제시장에서 발행이 쉽지 않다. 즉 한국은 현금투자를 위해서 실제로 달러를 조달해야 한다. 정부는 각종 외화자산 운용수익 등을 통해 실제 외환보유고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하지만, 그런 운용수익이 크지 않으면 외환보유고에서 직접 지출해야 할 가능성도 매우 크다. 

게다가 이번 합의가 없었다면 애초에 운용수익이든 뭐든 그건 전부 우리 정부의 재정여력 확충 및 각종 국내투자에 쓰일 수 있는 돈이었다. 안 그래도  공공재생에너지 등 기후위기 대응이나 공공서비스 등 사회복지 확대를 위해 과감한 대규모 국내투자가 필요한 상황에서, 국내에 투자해서 많은 일자리도 만들 수 있는 돈을 미국에 매년 30조씩 투자하는 게 과연 누구의 이익을 위한 것인가? 미국 시장 점유율 확대를 꾀하는 현대차 등 일부 대기업만을 위한 것 아닌가? 일부 대기업을 위해, 정부가 달러 현금까지 써가면서 국내 투자나 일자리에는 악영향이 명백한 합의를 한 것을 어떻게 옹호할 수 있는가? 이 정부는 미국과 대기업만의 정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번 합의와 관련해서 더 심각한 것은, 이렇게 미국과 대기업의 이익을 위한 것임에도 투자 실패로 인한 손실은 전국민이 함께 떠안게 된다는 사실이다. 애초에 모든 투자에는 실패 리스크가 따르거니와, 이번 대미투자는 더욱 그러하다. 리스크가 매우 적은 투자라면 미국 기업이 직접 하지 한국을 끌어들일 이유가 없다. 또한 각종 인프라나 필수 제조업 등 리스크가 있더라도 미국 입장에서 꼭 필요한 투자라면 미국이 직접 국채를 발행하는 것이 정상이다. 결국 미국 기업도 꺼리고 이미 막대한 부담이 되고 있는 미국 국채 추가 발행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고리스크 투자에 한국 돈을 끌어들이려는 것이 이번 관세협상의 본질이다. 실제로도 각종 고비용이나 숙련 노동력 문제로 인해, 미국의 인프라나 제조업 투자는 성공 가능성이 불투명하며 실패 위험도 매우 크다.

그런데도 투자 손실에 대한 미국 측의 부담은 전혀 없다. 즉 손실이 나면 그건 전부 한국이 감당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상업적으로 합리적인' 투자만 하는 등 손실 위험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겠다지만, 그건 한국의 희망사항일 뿐이다. 이익이 나도 5:5로 분배하면서, 손실은 전부 한국이 떠안는 이런 방식은 사실상 일종의 강탈이다.

물론 이런 리스크가 있더라도 민간기업은 대미투자 확대를 추진할 수 있다. 성공하면 미국 시장 본격 진출 등을 통해 더 많은 이윤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신 실패할 경우 그 손실은 기업 스스로 떠안는다. 이윤을 노리고 투자한 기업이 스스로 책임지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대미투자는 성공할 경우라도 주된 과실은 기업이 누림에도, 실패했을 경우의 손실은 정부가 떠안게 된다. 이는 현금투자는 물론이고 MASGA 프로젝트 또한 정부 보증이 동반될 경우 기업과 정부가 손실을 분담하는 구조가 된다. 성공하면 글로벌 자본으로 도약할 수 있지만 실패 위험성도 매우 큰 대미직접투자를, 정부가 자기 돈 내지 보증으로 리스크를 분담해준다니 한국 대자본으로서는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인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합의의 본질은, 미국의 인프라나 제조업 투자를 한국 돈으로 하면서도 그 이익은 미국 및 국내 대자본이 주로 가져가지만 역으로 손실이 나면 이는 대부분 한국 정부 즉 실제로는 전국민이 함께 부담하자는 것이다. 한마디로 미국과 국내 대자본의 입장에서는 남의 돈으로 투자하면서 이익은 챙기고 손실은 떠넘기겠다는 것이다. 이게 과연 선방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차라리 합의하지 않고 그 돈을 국내 투자 및 수출 다변화와 피해 기업 지원 등에 쓰는 게 더 좋았을 것이다. 

이번 합의과정에서 배드딜보다는 노딜을 택하겠다는 기개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는 결국 이재명 정부 또한 일부의 헛된 기대와는 다르게, 미국 및 한국 대자본의 이익에 충실한 정부이기 때문이다. 국익이라는 이름으로 자본의 이윤 확대 기회를 도우면서, 손실은 전국민 정확히는 노동자민중에게 떠넘기는 자본가 정부의 본질을 잘 드러낸 것이 이번 합의 결과인 것이다.

우리 노동당은 이번 합의에 결코 동의하지 않거니와, 선방 운운하는 평가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미국이든 한국이든 양국 자본의 이익에만 충실한 자본가 정부가 아니라, 노동자민중의 정부를 수립하기 위하여 우리는 앞으로도 변함없이 싸워나갈 것이다.


2025. 10. 30 

노동당 대변인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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