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사과가 아니다. 정용진 회장의 기자회견을 규탄한다

작성자
노동당
작성일
2026-05-27 10:11
조회
1512


사과가 아니다. 정용진 회장의 기자회견을 규탄한다.


어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스타벅스 '탱크데이' 만행에 대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동당은 진정한 사과의 자리가 되리라 기대까진 하지 않았지만 사과는커녕 우롱만 있었다.

사과의 시점은 많은 것을 말한다. 지난 18일 '탱크데이' 이벤트를 감행했고 비판 여론이 들끓자 급하게 서면 사과문을 냈지만, 불매운동이 번지고 경찰 수사까지 본격화되고 나서야 기자회견을 했다. 시민의 분노가 신세계그룹의 현금줄인 스타벅스코리아의 매출을 위협하지 않았다면, 이 자리는 처음부터 없었을 것이다. 역사 왜곡과 반인권적 마케팅 만행이 일어난 지 8일 만에야 최고책임자가 모습을 드러냈다는 사실이 그걸 반증한다. 

기자회견 발언은 더 가관이었다. 사과문에 꼭 있어야 할 내용은 아예 없고, 없어야 할 내용은 장황했다. 정 회장은 이번 조사 결과 발표가 늦어진 까닭이 철저한 진상 규명을 통해 경위를 상세히 말씀드리기 위한 것이었다며 너그러운 이해를 부탁했다. 피해자 앞에서 가해자의 사정을 이해해달라는 것이 사과인가. 그러면서 전국 매장에서 일하는 파트너와 현장 직원들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내달라는 당부까지 했다. 정당한 분노를 표출하는 시민 앞에서 직원을 방패로 내세워 비판의 기세를 꺾으려는 시도다. 한술 더 떠서 각자의 생각은 다를 수 있다며 스스로 면죄부를 부여했다. 심지어 지금은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앞으로 나아가려는 노력이 더 필요한 시기라며 훈계까지 했다. 사과의 자리에서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성숙함을 요구하는 오만은 사과의 의사가 아예 없었다는 것과 같다.

진정한 사과였다면 다음의 네 가지 내용이 반드시 담겼어야 했다.

첫 번째, 고의성 여부에 대한 투명한 진상규명과 공개가 있어야 한다. '실무자 실수'로 포장해 의사결정의 책임을 면죄하는 조사 결과는 진상 규명이 아니다. 누가, 언제, 어떤 판단으로 이 기획을 승인했는지 낱낱이 밝혀야 한다. 

두 번째, 정용진 회장 자신의 평소 극우 행보에 대한 반성이 포함되어야 한다. 이번 사태는 돌발이 아니다. 정용진 회장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어온 멸콩 챌린지와 한국의 마가인 빌드업코로아 행사 축사와 공짜커피 후원 등을 통해 보여준 극우적 언행이 신세계그룹 문화로 자리잡은 필연적 결과다. 아무런 문제의식과 자정능력이 사라진 그룹에서는 언제든 터질 일이었다. 이 구조적 원인에 대한 성찰이 없는 사과는 다음 만행과 사과를 예약하는 것에 불과하다. 세 번째, '부적절한 마케팅'이라는 표현으로 사태를 희석해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을 바친 역사를 조롱했다는 사실을 정면으로 인정하고, 5·18 민중항쟁과 박종철 열사가 지닌 역사적 의미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사과가 이루어져야 한다. 

네 번째, 구체적이고 검증 가능한 재발 방지 조치를 약속해야 한다. '내부 시스템 점검'과 '사회적 책임 기준 강화' 같은 공허하고 두루뭉술한 수사 대신 무엇을, 언제까지, 어떻게 바꾸겠다는 건지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일본 미쓰비시자동차는 수십 년간 결함을 은폐하고 형식적 사과를 반복하다 결국 닛산에 경영권을 넘겨야 했다. 사과할 때마다 ‘이번엔 다르다'고 했지만 면피적 사과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었고, 형식적 사과의 누적은 소비자의 외면으로 기업을 무너뜨렸다. 지금 스타벅스가 직시해야 하는 반면교사의 사례다. 

그리고, ’커피 한잔‘을 외치며 5·18 역사 왜곡을 덮고 불매운동을 폄훼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비롯해 지방선거 출마자도 스타벅스와 함께 반드시 시민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 

노동당은 스타벅스 불매운동에 연대하며, 5·18의 정신을 끝까지 지켜낼 것이다.


2026년 5월 27일

노동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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