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혜인 장관 지명 자진 사퇴 사태가 남긴 교훈

작성자
노동당
작성일
2026-09-14 17:51
조회
3468


용혜인 장관 지명 자진 사퇴 사태가 남긴 교훈

- 진보정치는 그런 것이 아니다 -


용혜인 의원이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직에서 결국 자진 사퇴했다. 지명 이후 의원직 겸직과 위성정당 참여, 조직 운영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졌고, 결국 민주당 지도부가 결단을 요구한 뒤 후보직에서 물러났다.


노동당으로서는 이 과정을 바라보는 마음이 단순할 수 없다. 용혜인 의원과 기본소득당의 주요 인사들은 한때 노동당에서 함께 정치했던 사람들이다. 당시 노동당 대표였던 용혜인 의원은 당대회 결정에 불복한 뒤 집단 탈당을 주도했고, 이후 제명됐다. 기본소득당을 만들고 비례위성정당을 통해 국회에 진출하는 과정까지 지켜본 우리 노동당 당원들로서는 이번 논란 속에서 노동당의 과거가 다시 거론되는 상황에 적지 않은 상실감과 분노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번 일을 용혜인 의원 개인의 실패나 기본소득당의 자업자득이라고 말하고 끝낼 수는 없다. 그것은 너무 쉬운 결론이고, 진보정치 전체에는 너무 비싼 실패다. 이번 사태가 진보정치 전체에 남긴 상처가 적지 않다면, 우리는 이를 넘어설 자기반성과 교훈도 함께 남겨야 한다.


노동당 탈당 이후 기본소득당은 기본소득이라는 의제에 집중하겠다는 명분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기본소득 실현을 위해 정당이 존재하는 것인지, 정당의 성장을 위해 기본소득이 활용되는 것인지 경계가 흐려졌다고 우리는 판단한다. 진보정치의 독자적인 힘을 키우기 위해 연대한 것인지, 연대를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정체성을 지속적으로 희석시킨 것인지 또한 묻지 않을 수 없다.


진보정치가 오랫동안 쌓아온 신뢰와 상징은 어느 한 정당이 혼자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노동운동과 사회운동, 진보정당운동이 함께 축적해온 공동의 자산이다. 그럼에도 그 자산을 활용해 얻은 성과는 특정 정당과 정치인에게 쉽게 귀속되는 반면, 그 정치가 실패했을 때 생겨나는 냉소와 불신은 진보정치 전체로 번질 수 있다. 정치적 성과는 특정 분파가 가져감에도, 실패의 비용은 진보정치 전체가 감당해야 하는 뼈아픈 결과를 얻었다.


이번 사태가 남긴 가장 중요한 질문은 진보정치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문제다. 우리는 민주당과 같은 보수정당에 의탁하지 않는다는 말만으로는 진보정치의 독립성을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정치적 독립성은 선언이나 의지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어떤 사회를 만들 것인지, 이를 위해 지금의 제도를 어떻게 바꾸고 어디로 나아갈 것인지에 대한 일관된 전망이 있어야 한다. 정당의 필요에 따라 핵심 의제나 전망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그 전망을 실현하기 위해 정당이 존재해야 한다. 동시에 이를 떠받칠 자기 기반이 있어야 한다. 당원이 있고, 노동운동과 사회운동 속에 뿌리가 있으며, 선거가 없어도 활동을 이어갈 조직적이고 물적인 힘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거대정당이 곁을 내어주지 않아도 살아남을 수 있다. 정치적 독립성은 그런 전망과 기반에서 나온다.


반대로 자기 전망과 기반이 없는 정당에게 거대정당과의 연대는 쉽게 생존의 조건이 된다. 한 번의 연대가 생존의 조건이 되면 다음 선택도 같은 관계에 종속되기 쉽고, 의석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정치적 결단과 메시지를 조정하게 된다. 정당은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어야 하는데도, 어느 순간부터는 정당의 존속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있다.


우리 노동당은 이번 사태를 한 정치인의 실패나 한 정당의 자승자박으로만 평가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 일을 통해 진보정치가 어떤 전망과 기반 위에 서야 하는지를 다시 확인하고자 한다. 일관된 전망과 자기 기반을 갖고 거대정당에게 자신의 존재 이유를 승인받지 않고 서는 정치, 선거의 유불리에 따라 자신의 내용을 바꾸지 않고 필요한 연대 역시 독립된 주체로서 맺는 정치, 노동당은 그런 진보정치를 만들기 위해 더욱 힘쓸 것이다.


물론 우리 노동당 또한 그런 부분에서는 여전히 부족하다. 하지만 우리가 추구하는 진보정치는 기본소득당 등과는 전혀 다르다. 아니, 원래부터 진보정치는 그런 것이 아니었다. 제대로 된 진보정치를 실현하기 위하여, 우리는 흔들림없이 전진해나갈 것이다.



2026. 9. 14

노동당 대변인실



전체 0